지난 4월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18대 총선보다 소폭 상승했음에도 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20대가 마냥 정치적으로 무관심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가 20대를 ‘정치적 도구’로만 여기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로 떠올랐다. 한창 이슈였던 반값등록금이 정치권이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서 등장했듯이.

그러나 일각에선 반값등록금과 사회구조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실천을 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따지고 보면 ‘20대 개새끼론’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IMF 당시 아버지 세대의 해고가 자식세대에게 크나큰 교훈을 준 모양인지 대부분이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한다. 이러한 일련의 구조들이 20대를 정치적으로 무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 대학 시절부터 정치적 무관심 제고에 앞장서 실천했던 청년이 있다. 바로 민주당 초대 대학생위원장을 지냈던 장경태씨다.

옳고 그름, 그것은 당연하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기에 그에게 물었다. 특히나 20대가 정치에 참여한 경우는 극소수이기에. 그는 처음부터 정치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정치를 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미래의 내 모습에 괴로워하기도,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였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죠. (웃음) 칸트가 ‘사람 인격의 크기는 그 사람이 느끼는 귀책사유의 범위와 같다.’라고 말했듯, 학생회에서 시민단체로, 정당에서 출마까지 그렇게 고민의 범위가 넓어져 온 것 같네요. 

처음 정치를 시작한 걸 물으시면 전 2005년 과학생회장 시절을 떠올려요. 학생회장 시절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교내에서 각 단위 학생회의 자치권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 우리 학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학생대표 자치기구’의 역할이자 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정치는 우리 근처에서 우리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요.”

그 이후 그는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강금실 선거캠프에 들어가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게 대학생정책자문단 1차 부단장, 이해찬 선거캠프 2030본부 부본부장, 총학생회장, 한국여성유권자 청년연맹 회장을 거쳐 민주당 초대 대학생위원장, 2010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이에 그는 “아마 ‘미쳤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모두가 꿈과 현실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그는 스스로 ‘정치’라는 길을 선택했다. 도서관에서 학점, 자격증, 공모전 등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이들과 다르게 먼저 사회에 한 발 내딛게 된 것이다. 보통 용기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거부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다만 삶의 기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정감이나 편안함이 아니라 옳고 그름이라고 생각한다면 고민은 의외로 명쾌해 지지요. 어느 날 후배가 저에게 ‘재밌어요?’라고 묻더군요. ‘아··· 재미···? 재미로 인생을 사는 건가? 그냥 당연히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더니 ‘그냥 궁금했어요. 어쩐지 나는 못 견뎌낼 일들 같아서’라고 하더군요. 내가 선택한 길이 재미있다는 생각보단 그냥 피곤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은 것 같아요. 잠을 못 자는 게 제일 문제였고 피곤하긴 했지만, 다만 하기 귀찮거나 하기 싫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한 거였고, 거기에 다른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었죠.”
 

정치, 참 어려운 이름

정치는 매우 힘들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정치란 다른 의견을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 간 협상과 조율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도 정치하면서 어렵거나 아쉬운 점이 있지 않을까? “소위 돈도, 빽도, 힘도 없는데 20대의 관심마저 없으니 서글퍼질 때가 있지요. 집행부였던 후배는 우리가 이렇게 혼신의 노력으로 창업했으면 떼돈을 벌었을 거라고 장담하더군요. (웃음) 돈도, 빽도, 힘도 없으니 관심만이라도 보태어주면 고맙겠네요.”

그는 정치가 특별하게 비장하거나 어려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친구가 힘들 때 밤새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일, 3시간 문상을 위해서 왕복 14시간 주저하지 않고 차를 탔던 일, 다른 사람들보다 한 시간 덜 자고 한 걸음 더 걷는 일, 사람들에게 진실로 대하고 믿음을 주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쁨을 두 배로 늘리는 사람들은 많이 존재해요. 그러나 슬픔을 반으로 나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죠. 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가 감히 20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NEWSISwire

그의 20대와 같이 많은 청춘들은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기성세대들은 지난 총선에 20대 투표율을 두고 20대는 목소리를 내는 일에 무지하다고 비판한다. 이에 그는 “누가 감히 20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말한다. 

“20대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겠다는 좋은 의도였으리라 충분히 감안해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말이에요. 20대는 눈물 나게 불쌍한 세대죠. IMF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입시지옥에서 대학에 왔더니, 학비 걱정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취업하기 위해 학점의 노예로 살다가 취업도 안 되고, 되도 비정규직이나 저임금으로 시달리는 눈물 나는 세대에게 '20대는 포기한다.'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요? 그리고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열정은 평가의 지표가 아니라, 존중의 가치니까요.

물론 이렇게 만든 산업화세대와 486세대의 안정 지향적인 성향이 그대로 전이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청소년기를 IMF로 보내고 취업기에는 경제위기 등으로 어린 시절부터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만 들어온 지금의 20대에게 모든 사회적 분위기를 내던지라고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한 얘기 같아요. 물론 이미 보수화되어버린 기성세대에게 바꿔달라고 ‘떼쓰자는 말’은 아니에요. 앞으로의 젊은 세대의 운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운동이 필요하고 전개될 것입니다. 앞으로 그 시대정신으로 운동을 펼쳐나가고 싶네요.”

앞으로의 그는 어떨까. “더 많이 힘들고, 더 많이 고통스러워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의 부족한 것, 가지지 못한 것들을 뼈저리게 느끼고 가슴 깊이 새기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더 성장해 가야겠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8월부터 말보단 행동으로 말씀드릴게요.”
 
묵묵히 걷고 있는 그 길이 가시밭길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고통을 감내하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주변의 걱정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모양인지, 그의 부모님은 그가 총학생회장인 걸 졸업식 때 와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꿈을 물었다. “꿈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요. 제가 하는 일도 좋아해 줄 그런 사람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