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올스타전 온라인 투표 집계 결과. 이스턴 리그 선발 라인업과 롯데 자이언츠 선발 라인업이 일치한다.




혹자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롯데 자이언츠와 웨스턴리그(기아, 한화, 넥센, LG)의 대결이라 비아냥거린다. 원래 롯데 자이언츠 대신 들어가야 할 팀은 이스턴리그(롯데, 삼성, 두산, SK) 팀들이지만, 팬투표에서 롯데 선수들이 항상 1위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한두 명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전부 롯데 선수들이 올스타전 선발로 나선다. 최근 몇 년 간 그래왔고, 올 시즌은 더욱 그렇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롯데는 전 포지션 팬투표 1위를 차지했다. 이로서 이스턴리그에서는 전부 롯데 선수들이 선발로 나서게 되었다. 심지어 ‘국민타자’ 이승엽(삼성)마저 지명타자 부문에서 홍성흔(롯데)에 7만여 표 차로 밀렸을 만큼 이번 팬투표의 롯데 쏠림 현상은 심했다. 이러다 보니 타 팀 팬들의 불만이 반복된다. 불만의 요지는 이거다. “올스타전은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경기인데, 어떻게 성적이 떨어지는 롯데 선수가 잘하는 타 팀 선수보다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나.” 그러면서 올스타전 투표가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걸 비난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롯데 팬들이 조직적인 투표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사실 올스타전은 애초에 팬투표이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문제다. 팬투표는 자신이 뽑고 싶은 선수를 자유롭게 뽑는 형식이다.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혹은 팀에 따라 마음이 움직인다. 물론 올스타전의 본래 의미대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면 당연히 스탯(능력치 혹은 커리어, 개인 통산기록을 뜻함) 순서대로 뽑아야 하지만, 팬들의 마음은 스탯에 따라 일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선수를 좋아하고,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부분이다. 자신이 끌리는 선수에게 투표하는 게 팬투표지 가장 잘 하는 선수를 성적에 따라 엄격하게 따지는 게 팬투표가 아니다. 그럴 거면 굳이 팬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처럼 기자단 투표로 한다든가, 아니면 각 팀의 감독, 혹은 프로야구연맹이 선수들을 직접 선발할 수도 있다. 이런 맹점에도 팬투표를 하는 이유는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스타전에 팬투표로 뽑힌 선수들만 나가는 것도 아니다. 감독추천을 통해 그 시즌에 잘했음에도 팬투표에 못 뽑힌 선수들 역시 올스타전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감독추천제도는 팬투표의 단점인 객관성 결여를 보완하며,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최대한 많이 팬들 앞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다. 우선 팬투표 1위 선수들과는 달리 감독추천 선수들은 올스타전 선발로 나설 수 없다. 원칙적으로 팬투표 1위 선수들이 스타팅 멤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감독추천선수들도 후반에 교체출전을 하지만, 스타팅 멤버로 나서는 것과 교체선수로 나서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타자의 경우 감독추천선수는 빨라야 6회에나 나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 팀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있다. 

올스타전 자체의 당위성 문제도 있다. 올스타전 팬투표가 가장 인기가 있는 선수, 즉 스타플레이어를 뽑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팀이 아니라는 이유로 뽑히지 못한 경우다. 이는 당초 감독추천선수로 선발되었던 이승엽이 올스타전 참여를 포기하면서 큰 논란이 되었다. 물론 이승엽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이 직접 밝혔듯 이승엽이 팬투표가 아닌 감독추천선수로 나서는 건 자존심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홍성흔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승엽은 국민타자, 나는 이벤트타자’ 라고 언급하며 팬들이 뽑아 주긴 했지만 뽑히고 나서도 마음이 가볍진 않다고 했다. 이처럼 누가 봐도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팀 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팬투표에 뽑히지 못한 점은 분명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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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팬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은 선수를 뽑는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롯데 선수들의 경우 상당수의 득표가 롯데 팬들의 몰표에 의한 득표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득표수가 가장 많다고 해도 8개 구단 팬들을 대표하여 인기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른다. 올스타전은 팬들의 축제이니만큼 어쨌거나 가장 많은 팬의 표를 받은 선수가 먼저 나서야 함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8개 구단 팬들이 모두 즐기는 축제라는 점에서 동시에 팬층이 넓을 필요도 있다. 

이러다 보니 타 팀 팬들이 롯데 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롯데 팬들은 선수들의 실력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팀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몰표를 보내고, 이 때문에 올스타전의 의의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비판이 온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가 강한 팬투표가 객관적인 성적만으로 꾸려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팬투표에 ‘성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행위는 합당한 행위가 아니다. 어쨌든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은 타 팀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롯데 팬들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자신의 팬심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게 합법적 범위 내에서 투표를 한 롯데 팬들에게 향하는 비난이 과연 온당한가. 굳이 롯데 팬들의 죄라고 한다면 타 팀 팬에 비해 보다 헌신적이며 열성적이라는 죄밖에 없다. 어쨌든 올스타전은 가장 많은 팬들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롯데 팬들이 몰표를 보냈다 하더라도, 팬심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제도를 어기지 않는 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눈을 돌려야 할 곳은 현재 올스타전 투표 제도다.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 투표 기간은 5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총 41일이었다. 네이버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1개의 네이버 아이디 당 1표의 투표권이 있으며, 투표는 투표기간 동안 하루에 한 표씩 할 수 있다. 즉 한 개의 아이디 당 최대 41표를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실명제가 아니라 아이디제다 보니 가족 및 친지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투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아이디 당 무려 41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맹점은 더욱 크다. 아예 제도적으로 몰표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당초 KBO에서도 몰표 현상을 막기 위해 1인 1표제의 도입을 논의했지만, 논의에만 그쳤을 뿐 공식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롯데 팬들은 억울한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다. 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발생한 일인데 정작 욕을 먹고 있는 건 롯데 팬들이니 말이다.

KBO는 하루빨리 올스타전 투표 방식에 대한 재고를 해야 한다. 아이디제 대신 실명제를 도입하고, 1인 1표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 몇 년 간 올스타전의 ‘롯데 편중 현상’ 이 일어난 예도 있고, 2003년에는 동군 10명 중 9명이 삼성 선수들로만 이루어졌던 적도 있다. 현재 투표 방식이 특정 팀의 몰표 현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함은 이미 충분히 나타났다. 특정 팬들의 몰표 여지를 없애고, 보다 공정하게 팬들이 원하는 선수를 뽑기 위해서는 올스타전 투표 방식의 변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