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어스로사이에서 보는 성산일출봉


요즘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지에서 게스트하우스 한 두개쯤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몇 년 전만해도 멀기만 했던 게스트하우스가 언제 이렇게 곳곳에 생겨난 것일까? 혹자는 제주도에서 불어온 게스트하우스바람이 전국에 퍼진 것이라 말한다. 네이버지도에 ‘제주 게스트하우스’로 검색해보니 192개가 나온다. 내가 작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찾아갔던 소낭게스트하우스의 촌장님(소낭게스트하우스에서는 주인아저씨를 촌장님이라 부른다)은 어림잡아 300개는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게스트하우스, 나홀로 여행자들의 휴식공간

산방산의 일출


게스트하우스는 유스호스텔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게스트하우스들은 대부분 도미토리형식으로 방 하나에 2층 침대 3개 정도를 두어 방 3~4개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의 호텔, 모텔 등과 구별되는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다른 여행자와 교류가 가능하고, 여행정보를 얻기 쉽다는 점이다. 국내외 게스트하우스를 다녀봤다는 남정민양은 “외국에서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처음 접했는데, 외국인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고 각자 나라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이 매우 좋았다. 한국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속속 생기는 것은 여행자들에게 환호 받을만한 일 인거 같다”며 좋았던 기억을 말해주었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는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숙박을 해결하면서 여행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숙박업소같이 독립적인 공간을 가질 수 없는데서 오는 불편함은 감수해야한다.


게스트하우스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게 좋을까?

2011년 4월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찾아갔었다. 2박3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짜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결국에는 만족스런 게스트하우스를 찾긴 했지만 그 과정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숙박업소가 그렇긴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특히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 홈페이지를 갖추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도 많기 때문에 블로그 글에 의존해야하는데, 요즘은 블로그가 홍보의 장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하면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제주도여행카페를 이용하거나 제주도에서 직접 물어서 다니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제주도여행카페들은 ‘숙박후기’게시판을 운영하는데 여기는 그나마 홍보알바들이 덜하기 때문에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찾는 것이 귀찮은 사람은 첫날은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거기서 다른 게스트하우스의 정보를 얻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초성수기만 아니면 한 두 자리는 있기 때문에 당일에 가도 숙박하기가 수월하다.

 

각각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게스트하우스들

제주는 1세대 게스트하우스라 불리는 소낭게스트하우스, 금능게스트하우스 등을 비롯해 그 게스트하우스들을 이어 생겨난 2세대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최근에는 기존의 민박업소를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라 이름만 달고 영업을 하는 곳까지 난입하면서 포화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은 신기하게도 각각 다른 분위기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물론, 겉만 게스트하우스인 곳도 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4곳의 게스트하우스의 문화를 같이 들여다보면 감이 올 것이다.


@네이버지도


 -소낭 게스트하우스

소낭게스트하우스는 1세대 게스트하우스로 제주도를 여행해봤다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곳이다. 소낭게스트하우스는 바비큐파티와 일출투어로 대표되는데, 바비큐파티의 경우 1인당 12,000원으로 조금 부담될 수도 있는 가격이지만 솥뚜껑에 큼직한 제주흑돼지와 소세지가 구워지는 것을 보면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출투어는 익일 해가 뜨기 전 소낭게스트하우스 근처의 오름에 올라 점프 샷을 마구마구찍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일출투어 때문에 소낭에 묵는 여행자들도 있을 정도로 가볼만하다.
 

단점은 이 두 가지 모두 비가 오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소낭의 경우 일출투어를 위해 당일저녁 11시가 넘으면 소등을 하는데 이런 강제성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소낭의 강제성이 오히려 알찬 여행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매번 가는 편이다. 그리고 소낭 뒤편의 <이탈리안 조르바>에서 커피한잔 하면서 보는 <월정리 해변>은 정말 잊을 수 없는데, 꼭 가보길 바란다.
 

-짝 게스트하우스

짝 게스트하우스는 생긴지 얼마 안됐지만, 여러 가지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일단 사장님이 한라봉하우스를 운영하고 계셔서 한라봉이 나는 겨울철에는 한라봉을 무한정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제주허브동산이 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여행자들에게는 허브동산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데 미니 찜질방, 허브차 시음 등 여러 가지 체험도 가능하고 한 바퀴 돌면서 허브향을 맡는 맛이 쏠쏠하다. 그리고 여기는 특이하게 바비큐파티에서 고기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계란찜, 된장국, 만두무침 등 여러 가지 요리가 나온다. 사실 몇몇 게스트하우스는 가격대비 그저 그런 바비큐파티를 하는 곳이 있는데, 짝 게스트하우스는 코스요리 먹는 기분도 살짝 느낄 수 있다.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해변도로주위에 위치해 있는데 짝 게스트하우스는 비교적 내륙이 위치해있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소낭과는 다르게 이곳은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되고, 강제하는 것도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쉬고 가기 좋다. 방갈로도 제공하고 있으니 친구,연인과 함께 묵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산방산탄산온천 게스트하우스

산방산탄산온천 게스트하우스는 탄산온천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곳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탄산온천에 2회 입장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 쿠폰 때문에 방문한다. 이곳은 큰 공간에 파티션만 나눠두고 많은 여행자들이 들어가서 쉬는 방식인데 일본의 ‘캡슐호텔’이 생각나는 구조다. 아무래도 파티션으로만 나누다보니 잠꼬대, 코골이 등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하지만 탄산온천을 정말 좋다. 쉽게 말해 요즘 유행하는 탄산수에 몸을 담근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몸에 기포가 뽀글뽀글 붙이면서 따끔따금한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여행을 4~5일 하다보면 중간에 상당히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 그래서 이곳은 여행의 중간에 피로를 풀고 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쫄깃센타


쫄깃센타는 만화가 메가쇼킹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한 개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다같이 어울리는 분위기인데, 이런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쫄깃센타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쉬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지향한다. 바비큐파티도 없고, 식사의 경우 냉장고를 공동이용하고 양심껏 채워넣는 시스템이다. 아침의 경우는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메뚜기(메가쇼킹+오뚜기)스프와 토스트 등이 제공된다.
 

깔끔하고 세심한 인테리어와 책장 가득한 재밌는 책들, 1인용 샤워실 등 여행자들을 하나하나 생각해주는 쫄깃센타의 특징 덕분인지 특히 여자 여행자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여행을 떠날 때 무언가 조용히 생각하기위해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정말 가고 싶어질만한 곳이었다. 그런데 시끌벅적하게 다 같이 놀고 싶다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다녀본 곳만 소개했지만 그 외에도 선상낚시체험, 일몰투어 등을 진행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으며 속속 자신만의 특별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게스트하우스도 생겨나고 있다. 결국에는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 모두의 노력으로 문화를 만들어나가야한다.

우도봉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0년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유스호스텔, 게스트하우스 이용비율이 8.1%에 달한다. 그 비중은 높지 크지 않지만 호텔(74.3%)에 이어 2위 일만큼 뜨고 있는 숙박업소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된 법적제도가 갖춰지지 않다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한다. 2012년 4월 1일에서야 도시민박법이 개정되어 게스트하우스를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대학로에서 바다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바다 대표는 “그 동안은 아무리 세금 다 내고 깨끗하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도 불법이었다. 따라서 누군가 민원을 넣으면 벌금을 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라도 법이 생겨 다행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법적으로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만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들은 내국인들도 같이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아직 법적 보완이 절실해 보인다.
 
 그 외에도 우후죽순 게스트하우스가 생기면서 여행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제주도의 경우에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불만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카페에서 usu**네티즌은 “우도에 있는 유일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이불은 몇 달은 빨지 않은 것 같고, 침대에는 생리흔적까지 있어 수건을 깔고 잤다." 는 글을 남기며 게스트하우스의 위생 상태에 대해 지적했다. 이처럼 펜션이나 민박집을 하다가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만 달고 구색만 갖춘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이용자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특성상 젊은 남녀가 같이 어울리다보니 성추행관련 문제도 적지 않다. 2012년 6월 경에는 서귀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 근처 게스트하우스 숙소에 잠입해 여성들을 성추행했던 사건도 있었다. 그 외에도 제주의 ㄱ게스트하우스에서는 2011년 7월경 여자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된 것이 발각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극히 소수의 게스트하우스이긴 하지만 여행자들과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 모두가 조심해야할 점이다.
 
혼자 한국을 돌아다니다보면, 나와 비슷한 나홀로 여행자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양의 배낭여행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혼자 여행 다니기 쉽지 않은 곳이다. 특히 숙박이 문제인데 한국형 유스호스텔이라 불리는 찜질방이 있지만 매일 찜질방에서 자는 것도 녹록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불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바람은 두 손 들고 환영하는 일이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게스트하우스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여러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문화는 그 곳에 머무는 여행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어우러져 하루 잘 묵고 가는 것, 그것이 여행이고 게스트하우스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