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F에 프랑스어의 출현 빈도가 부쩍 늘었다. 한 프랑스인이 경찰서에 들어와 프랑스어로 길을 묻자 유창하게 대답하는 경찰관이 등장하는 광고, 보험회사 광고, 그리고 제일 잘 알려진 광고로 Qu'est ce-que c'est? 하고 물으면 gateau(갸또)라고 답하는 광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개의 광고에 프랑스어가 등장한다. 이는 프랑스어가 우리생활에 좀 더 밀접하게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프랑스에 진출한 한류의 영향과 유럽과의 FTA, 그리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적인 발전으로 인해 프랑스어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프랑스어 시험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얼마 전 TOEIC 등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 TOEIC 위원회는 프랑스어활용 능력시험인 TFI (Test de français international) Pilot Test를 실시했다. TFI는 토익과 토플을 시행한 미국 ETS 주관으로 한국에서의 실용화를 위해 이번 테스트를 실시했다. TFI란 쉽게 말하면 프랑스어의 토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의 프랑스어 시험인 DELF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문제의 문항수와 점수에서 차이가 나고 문제의 유형 또한 다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쓰기 시험과 말하기 시험이 빠졌다는 것이다.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토익은 하나의 학문이 되었다고 말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토익을 준비하지만 토익과 영어실력과의 상관관계를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토익은 비즈니스 영어 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고 영어실력보다는 문제를 푸는 요령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토익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회화와 쓰기를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토익점수가 잘 나와도 외국인과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제대로 된 문장하나 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오픽이나 토익스피킹 같은 시험이 생겼다. 응시료가 싼 시험도 아닌데 토익과 토익스피킹 혹은 오픽 이 두가지를 시험 보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가격도 비싸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니 토익을 모델로 TFI라는 새로운 시험을 시행하는 것에 대한 걱정부터 생긴다. 기존의 프랑스어 시험인 DELF(델프)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말하기 시험의 경우 역할극과 한 주제를 놓고 외국인과 대화를 해야 하고 쓰기의 경우도 A4 반장 분량의 글을 써야 한다. 그래서 DELF시험은 벼락치기로 통과할 수 없고 꾸준히 자기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기업에서 실무를 할 때나 외국어를 활용한다고 말할 때는 외국인과의 대화나 글을 쓰는 것이다. 프랑스어의 기존 시험이었던 DELF는 이를 상당히 잘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외국인과의 대화나 작문실력이 없으면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TFI가 테스트를 거쳐 당장 상용화 된다는 보장도 없고 기업에서 채택을 하지 않아 그냥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반쪽짜리 시험이 테스트된다는 점부터 문제가 있다. TFI가 토익처럼 반쪽자리 시험으로 전락하지 않고 완성도를 가진 시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