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김종인, ‘진보’ 백낙청, 양쪽 진영 원로들의 토론
김종인 “박근혜 2~2.5%차로 승리 한다.”  백낙청 “박근혜 대통령 안된다.”

24일 금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금천시민대학’ 토크 콘서트에서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근혜 경선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전환의 세계, 변화의 시대, 그리고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경제민주화와 한반도 평화문제, 향후 대선 전망등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두 사람의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안철수 원장 등 대선주자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져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원장으로 있는 김종인 위원장과, 야권통합에 기여했던 진보 원로 백낙청 교수는 각자의 입장이 다른 만큼 팽팽하게 대립했다.


최근 쟁점이 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었으나 사회는 오히려 재벌중심의 경제로 들어섰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당연히 갈등 구조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내년도에 출범하는 정부가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사회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새누리당에 있는 사람들과,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은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막아온 세력이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는 정치민주화와 떼놓지 못하는데, 다소 권위적인 성향을 가진 지도자가 실행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사회세력과 국민들의 역동성이 뒷받침 해줄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진보진영에 서 나오는 경제 민주화는 굉장히 과격하다. 현실적으로 쉽게 될 수가 없는 이야기다. 경제 민주화가 상당한 기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확립을 해야지, 한꺼번에 하면 부작용이 난다.”고 말한 뒤 “누가 조금이라도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느냐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박근혜 후보가 조금 더 나을 것 같다.”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이룰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쟁은 자연스레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논쟁으로 흘러갔다. 백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5.16 자체는 쿠테타지만, 그밖에 아버지가 잘한것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도 말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5.16이 쿠테타가 아니라고 한다. 민주 의식을 가지고 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6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50년대, 60년대 초반에 한국의 경제 사정을 모른다.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런 표현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역사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순 표현상의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아버지로서가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봤으면 한다.”고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수도권에 취약하다. 수도권은 203040이 많이 살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박근혜 후보의) 변신을 이끌 수 있다면 2~2.5% 정도의 차로 당선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백 교수는 “박근혜씨가 대통령 안 될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원장 개인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렸다. 김 위원장은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기업 경영은 기업을 경영하는데서 이윤 추구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다 내쫓는다. 기업 경영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그 버릇이 나올 수 있다. 안철수의 경우도 몇 번 이야기를 해봤는데, 사고방식이 ‘나는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한다’였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은 정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갑자기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혹평했다.

‘소통의 안철수’라는 말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청춘 콘서트를 같이 해봐서 안다. 젊은이들의 구미를 맞도록, 현 사회를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 부분이 2030 젊은이들에게감성적으로 와닿으니 박수를 친다. 이것을 소통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백 교수는 “생각은 똑바로 박힌 사람이다. 책을 보니 경제민주화 문제는 굉장히 깊이 생각했고, 한반도 평화 문제는 나와 생각이 같다. 어쨌든 틀린 답안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다만 정치를 얼마나 이해하고, 정치판에서 얼마나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안 교수가 앞으로 이 판의 검증이 견뎌내면 큰 역할을 할 것이고, 그럴 자리가 못되면 바닥에 드러난다고 본다.”며 검증을 통해 정치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의 야권단일화에 대해서는 둘 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박원순 모델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백 교수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원순 모델이 적용되기 힘들다. 민주당 입장에서 단일화해서 후보를 못 냈을 경우, 체면뿐만 아니라 돈 문제가 생긴다. 안철수를 위해 선거 운동을 했을때, 선거운동 비용 보전을 못받을 뿐더러, 최근 선거에서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받게 되는 정당보조금도 줄어들어 살림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도 “민주당이 자기 후보를 만들어놓고서, 안철수에게 줄 수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의 존재 기반이 없어져서 정당으로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