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어둠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온통 검정색뿐인 세상을 본 적 있는가? ‘어둠속의 대화’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둠보다는 빛에 익숙해져있다. 그 빛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있지만 모든 것을 보고 있지는 않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둠속의 대화’를 추천한다.

 어둠속의 대화는 체험 형 전시이다. 이름에서 눈치 챈 사람들도 있을 법한데, 완전한 어둠속에서 체험이 진행된다. 어둠속의 대화는 1시간 30분 동안 8인이 한 조가 되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테마체험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안내원의 말에 따라 심호흡을 하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의 대화



전시장 입구에서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들어가면 로드마스터가 8명을 반갑게 맞이한다. 로드마스터는 1시간 30분 동안의 체험을 함께하는 체험의 총책임자이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오직 어둠뿐인 전시장에서 의지할 곳은 로드마스터와 옆 사람의 손과 목소리이다. 옆 사람의 손을 잡은 채, 로드마스터의 목소리에 기댄 채 숲, 공사장, 마트, 카페 등을 거닌다.

이렇게 걷고 있노라면 소리로도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얼마나 많이 시각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실제로 그곳에서는 시각이 아닌 청각, 촉각, 후각, 미국을 통해서 세상을 느끼고 볼 수 있었다. ‘어둠속의 대화’전의 관건은 체험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카페에서 알 수 있다. 체험자들은 어둠 속에서 음료를 시키게 된다. 자신이 시킨 음료가 무슨 맛이냐는 질문에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철저히 입에 의한 미각인줄 알았던 ‘맛’이 시각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는 깨달음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둠속의 대화의 묘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반전과 함께 어둠이 아닌 빛을 볼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소감을 쓸 수 있는 종이가 로비에 비치되어 있다. 또한 방명록을 남길 수 있어 소중한 사람과 함께한 추억을 남기고 오는 것도 좋다.

어둠속의 대화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빛이 어둠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빛을 통제한 곳에서 우리를 이끄는 로드마스터를 만난 그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어둠 속에서는 행동과 말에 있어서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있고, 소리만으로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쉽게 무언가를 만지지도 못하는 나와 마주할 수 있다.

1시간 30분 동안의 기적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는 물론 친구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바쁜 일상에서 눈을 감는 것 이상을 느낄 수 있는 어둠속의 대화는 신촌 버티고 타워에서 상시 진행 중이다. 가격은 성인 30,000원, 청소년 20,000원이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전시이다. 영화, 연극도 좋지만 어둠속의 대화를 통해 어둠 그 이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