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0을 맞아, 고함20에서는 대선주자 5인에 대한 생각을 ‘20대가 보는 대선주자’라는 주제에 담아냈습니다. 20대의 시각에서 대선주자 5인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한 후, 장점과 단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청년 정책을 비교하면서, 어떤 후보가 청년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등장부터가 남달랐다. 그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은 넘어가도 1990년에 최연소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학과장에 임명됐다. 그냥 의사 일만 하면서 살아도 문제없었을 인생, 백신회사를 설립하며 벤처기업 CEO로 다시 태어났다. 시쳇말로 간지나는인생이다. 무엇이 간지가 나느냐면 일단 머리가 똑똑해서 최연소 타이틀을 딴 게 첫 번째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안전한 길을 박차고 자신의 사업을 일궜다는 게 두 번째다. 여기에 벤처기업 CEO 이후 자신의 자세를 낮춰 청춘콘서트까지 하니, 이쯤되면 외모의 간지는 중요치 않다.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원장에게 간지라는 말을 쓰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간지나는 인생인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안철수 원장이 20대와 소통하려면 이 정도 단어는 익숙해야 한다. 20대에게 간지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안철수 원장이 20대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도 바로 이 간지에 있으니 간지는 안철수 원장에게 더더욱 중요하다.



간지남 안철수

간지는 일본말로 쉽게 말해 멋이다. 근데 그냥 멋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트렌드하고 쿨한 멋을 간지난다고 한다. 멋있되 구질구질하지 않고 후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그의 성공스토리가 그렇다. 안철수 원장은 굳세어라 캔디가 아니었다. 그는 천재였다. 노력도 있었겠지만 대중은 그가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성공 소재는 IT, 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까지 있었으니 맨손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다. 건설현장 전전하며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때운 5공 시절 성공스토리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냥 성공 스토리가 아닌, 시원시원한 성공 스토리다. 여기에 단순한 이득이 아닌 사회적 기업을 생각하니 21세기 최고 간지 CEO의 표상,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하다. 20대는 이런 간지나는안철수 원장을 눈여겨봤고 청춘콘서트를 통해 그에게 반했다’. , 그는 진정 간지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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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간지남을 두고 요즘 잡음이 심하다. 책 낸다고 뭐라하고 말 아낀다고 뭐라하고. 아주 말들이 많다. , 대선 때문이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가릴 거 없이 마뜩찮아 하는 모양새다. 그럴 수 있다. 자기 기득권 지키고 싶어 하는 세력들 쯤이야 그렇다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간지에 살고 간지에 죽는 20대 중에서도 안철수 원장을 시원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다.

그들은 안철수가 과대포장됐다고 말한다. 정치인으로서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생각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안철수는 기존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사람도 아니고 나라를 맡기기에도 미심쩍은 사람이다. 대충 이런 말들이 그들의 요지다.

맞는 말이다. 안철수는 그간 정치적 능력을 보여준 것도 없고 특별한 생각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이번에 나온 그의 저서도 기실 상식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되물어 보자.

도대체 정치인의 능력은 무엇이고 다른 생각은 무엇일까. 사람들을 규합해서 표를 더 만들고, 내 사람 더 많이 만들어서 조직을 잘 만들면 정치인으로서 능력이 뛰어난 걸까. 대부분 정치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대선주자도 되고 대통령도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능력이 출중해서 대통령이 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정치인의 능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 정치인은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특별한 생각은 또 무엇인가.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다. 정치인에게도 생각이 있을 순 있지만 비범한 생각을 하는 건 무리다. 자신의 신념만이 있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차치하더라도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리고 그 생각이 과연 자신이 생각한 것이었을까. 대부분 참모들 머릿속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을 짜내라는 것도 이상한 요구다.

한 마디로 안철수 원장에 대한 불만은 확실하지가 않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와 같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주장에 동감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럴까.



안철수에게 부족한 간지란

자꾸 왔다리 갔다리해서 미안하다. 따지고 보면 20대가 안철수 원장을 정말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지도 의문이다. ‘간지남이고 뭐 딱히 흠잡을 곳도 없고 부패한 인간도 아니니까. 지금까지 정치인은 다 노인이고 원래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으니까. 확신은 서지 않지만 어차피 민주주의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니까. 나는 안철수 원장을 밀어 주겠어라는 생각은 아닐까. 정말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 감이야!’ 하고 확신하는 이가 있을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이 간지남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아마, ‘가슴을 뛰게 하는 무엇이 아닐까. 인간 노무현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느낌, 바로 그 느낌 말이다. 자신의 신념이 특별하진 않지만 그 신념을 국민에게 열정적으로 토로하고 때로는 울분에 찬 모습으로 세상의 잘못됨에 삿대질하는, 그런 모습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안철수 원장은 기업인 간지는 있지만 정치인 간지는 없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안철수 원장과 비슷한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가 미국 대선에 나왔다면 느낌이 어떨까. 공화당보다는 낫지만 오바마와 같은 설램은 분명, 없을 것이다. ‘Yes, We Can’과 같은 느낌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 한겨레


이제야 느낌이 온다. 우리의 간지남 안철수 원장에게 부족한 정치인 간지. 세상에 대해 거침없이 그리고 열정적으로 삿대질하는 그 정치인 간지가 그에게선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무릇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열정을 앞뒤 따지지 않고 국민들 앞에서 폭발시켜야 한다. 연기든 뭐든 그 열정을 위해 죽고 산다는 의지를 어떻게든 보여줘야 한다. 그게 바로 20대로 하여금 정말 확신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국민들이 원하면 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내가 바꿔보겠소. 나를 믿어보시오.’ 하는 폭발적인 간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사실, 20대만큼 열정을 좋아하는 세대가 어디 있는가. 팍팍한 사회 현실 때문에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20대는 아직 열정의 세대고 열정을 바라고 있다. 그래서 20대가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면 일단 긍정하고 호감부터 갖고 간지 난다고 보는 것 아닌가. 노무현과 오바마도 그래서 20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 아닌가.

그렇기에 20대인 필자가 안철수 원장에게 바라는 건 정치인 간지. 20대는 정치를 태생적으로 싫어하는 게 아니다. 고루한 인물만 나오고 부정부패만 터져 나오기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도무지 간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놈의 정치판에 왜 관심이 가겠는가. 그냥 신경 끄고 간지 나는 음악, 그림, 패션만 쫓는 것이다. ‘정치 간지가 필요하다. 안철수 원장은 이미 간지가 터져 나오는 인물이다. 말하기도 지겹지만 그와 같은 인생 스토리를 어디서 찾아보겠는가. 그래서 정치판에서 보지도 못했던 인물이 운만 띄워도 정치 9단 박근혜 전 위원장과 자웅을 겨루는 게 아닌가.

대선에 나오겠다면 이제 그만 숙고해도 된다. 정치에 대한, 아니 이 나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점잖고 상식있는 말도 좋지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격정적인 연설이 보고 싶다. 그것이 20대가 이 나라 정치에 바라는 바고 안철수 원장에게 바라는 바다. 쉽게 말해 안철수 원장의 정치 간지 폭발, 20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