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변화에 늦어. 촌스럽게 왜 그래.”

“저희가 촌스럽습니까?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저희들이 촌스럽습니까?”

     ▲ 집회 중인 학생들에게 다가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냐'고 말하는 박범훈 총장

“우리가 촌스럽나요?”

일방적인 예산삭감 조치에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던진 박범훈 총장의 발언이다. 박 총장은 중앙대의 기업식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다. 중앙대는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학제개편과 새터 (새로배움터) 폐지 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박 총장은 '학생들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도중 우연히 마주친 총장은 집회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는 듯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박총장은 발언 중인 학생을 제치고 교직원들과 대치 중인 학생들 앞에 서서 ‘학생들이 변화에 늦어 촌스럽다’고 말해 학생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한 학생은 '저번에는 학교에 반대하는 우리가 퇴보하고 있다더니 이번에는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우리가 촌스러운 것이냐?'며 야유를 보냈다. 이에 장례식의 상주를 맡은 전 중앙문화 편집장 우상길(사회학과 01)씨는 “도대체 무엇이 촌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교가 언론에 물리는 재갈에 반대하는 것이 촌스러운 것이냐”고 말했다.

박 총장은 학생회장을 발견하고 "이거 학생회가 주도하는 거야?" "그래. 알겠어."라는 말만 남기고 교직원 뒤로 사라졌다.



    ▲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는 중앙대 학생들. 맨 앞에 상주를 맡은 사람이 전 중앙문화 편집장 우상길 씨다.


중앙대. 언론탄압에 '대학 언론 장례식' 열려


2일 흑석동 중앙대 본관 1층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대학언론탄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학언론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박범훈 총장은 지난 1월 20일 교지편집위(「녹두」,「중앙문화」)에 교비지원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대대적인 학제개편과 새터 폐지에 이은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이에 학내 6개 언론사들은 ‘학내 언론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대응에 나섰다. 바로 어제 본관 1층에서 ‘대학언론 장례식’을 치룬 것도 이들의 작품이다. ‘謹弔’라는 검은 리본을 달고 ‘대학언론’이라는 영정 앞에 하얀 국화를 올리며 곡소리에 맞추어 본관 앞을 돌기도 했다.

  ▲ 중앙대 본관 앞에서 장례식이 치루어지고 있다.


대학언론 예산삭감 = 등록금 집행의 효율성??

학교본부와 학생 측의 쟁점은 예산삭감의 합리성이다. 학교본부는 학내 언론에 교비지원을 중단하고 자치회비로 전환하는 것이 등록금 집행의 효율성과 학우들의 참여도 증진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는 반면, 학생 측은 총장에 대한 비판적인 어조를 문제 삼아 사실상 폐간시키려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문화」 58호에서 다룬 특집 ‘대학과 정치: 대학에 정치적인 것이 사라진다.’ 편에서 ‘대학과 기업의 결합’ 등 총장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학교 측에서 불편해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날 발언에 나선 대학원 신문사 편집장인 이지원 씨는 “학내 언론은 학생들의 알고 싶은 것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며 “학내 언론의 비판적 논조를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내 언론은 총장이 원하는 매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안지은(심리학과 05)씨 또한 “(오히려) 예전보다 학생들에게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는 느낌”이라며 등록금 집행의 효율성이 누구
를 위한 것인지 되물었다.

  ▲ 발언 중인 중앙대 현 학생회장 임지혜 씨


경희대에서도 비슷한 사례 있어

한편 경희대 교지편집장인 임송이(물리학과 07) 씨는 자치회비 수입에 대한 실제 사례를 들어 주목을 끌었다. 현재 자치회비 수입을 통해 교지를 운영하고 있는 경희대의 경우, 작년 국제캠퍼스의 자치회비 중 교지대금이 전면 삭감되면서 교지 발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치회비로만 수입을 충당하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아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펼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경희대 교지 「고황」은 캠퍼스의 구분 없이 제작되어 배포된다. 현재 서울캠퍼스의 자치회비로 국제캠퍼스의 교지까지 발간하는 상황에 있다.)

중앙대 또한 ‘교비지원’을 ‘자율납부’로 대체하여 자치회비를 통해 운영하게 되면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 학생들이 묵묵히 팻말을 들고 있다.



   ▲ 본관 1층에서 대치 중인 학생들과 교직원


본관은 학생들과 교직원의 대치 상황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장영준 언론매체부장은 ‘타 학교 학생이 그 학교에 대한 비하 발언을 본관에서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타 학교 학생의 발언을 막아 학생들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앙대 총학생회장 임지혜(일문과 04) 씨는 ‘언론의 자유와 학내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49재, 추모제까지 치루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녹두」와 「중앙문화」는 오는 3월 호외로 합본호를 발간하여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