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이전 반대 시위를 펼치는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학생들과 동문들.




2014년 일산캠퍼스 이전이 유력한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가 지난 금요일 동국대학교 팔정도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동국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는 27일 오후 세 시부터 ‘식공인 궐기대회’를 열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일산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번 궐기대회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재학생들은 물론 식품생명공학과 졸업생 동문들도 여럿 참여하였다.

이날 세 시부터 학림관 소강당에서 일산 이전 반대 이유, 지금까지의 일산 이전 반대 시위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한 식품생명공학과 측은 오후 네 시 반께 팔정도로 올라가 불상 앞에서 탑돌이를 시작하였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탑돌이에서, 학생들과 동문들은 중간중간 ‘일산이전 결사반대’, ‘식품공학과 단과대 위치 원상복구’, ‘김희옥 총장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일산 이전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탑돌이 도중에 본관 출입문 바로 앞으로 이동해 총장실을 향해 직접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참여한 인원은 재학생과 동문 포함 약 50여명 정도였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최장훈 씨도 시위에 참여해 총학생회 차원의 연대를 약속하는 연설을 했다.

탑돌이 중인 식품생명공학과 학생들과 동문들.


 

본관 출입문 앞에 결집한 모습.




식품생명공학과가 일산 이전에 반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2010년 일산에 있는 동국대병원을 중심으로 의생명과학캠퍼스 착공을 한 동국대학교는, 그 직후 식품생명공학과를 포함한 바이오시스템대학 전체의 일산 이전을 통보했다. 본래 동국대학교는 의대, 약대, 한의대를 포함해 바이오시스템대학까지 일산으로 이전함으로써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를 건립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바이오시스템대학 측과의 제대로 된 협의는 없었다. 바이오시스템대학 측은 일산이전 비상대책위를 설치하고 학교 측과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 측은 이미 국가에 의해 결정된 사안인데다가, 자칫 사업계획 일부를 취소하면 정원 감축 등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산 이전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동국대학교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 조감도 출처: 씨네21



식품생명공학과의 경우에는 그 사정이 좀 더 복잡하다. 본래 ‘식품공학과’라는 이름으로 공대에 속해 있었지만, 1999년 학교에 의해 생명자원과학대학으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게다가 본래 식품생명공학과는 기본적으로 식품에 대해 연구하는 학과로 의학, 생명 계열 학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상황에서 일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학과의 존재감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식품생명공학과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더구나 일산캠퍼스로 이전하면 식품생명공학과가 사용하게 될 건물인 바이오관은 빨라야 2014년에나 완공된다.

실제로 일산 이전 이후의 학과 전망에 대해 재학생들과 동문들의 걱정이 컸다. 이날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여했다는 졸업생 전성빈 씨는 “일산으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메리트를 포기하는 것” 이라고 하며 향후 학부생은 물론 대학원생의 입학수 감소를 우려했다. 오늘로 네 번째 시위에 참여했다는 졸업생 홍갑동 씨는 “일산은 의생명 중심 캠퍼스다 보니, 주로 식품을 연구하는 식품공학과가 일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학과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라고 말했다. 홍갑동 씨는 또 “지금 식품공학과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만일 대학원이 일산에 있다면 안 왔을 거라고 하더라, 이렇게 되면 현재 식품업계 쪽에서 최고 수준인 동국대학교 식품공학과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고 말하며 일산으로 이전하면 학과는 물론 학교 측에도 피해가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생명공학과 재학생은 “처음 일산 이전 사실을 듣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전해들은 것도 있었지만, 굳이 일산으로 옮길 필요가 없을 텐데 왜 옮기려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라고 말했다.  

탑돌이 현장에서 받은 부채. 식품생명공학과의 주요 요구안과 주장들이 적혀 있다.


앞으로의 일산 이전 반대 투쟁 계획에 대해 식품생명공학과 회장 김태현 씨는 “지도교수 사인 위조, 설명회 당시의 강압 분위기 등 일산 이전 진행 과정에서 학교 측의 여러 가지 법적인 하자가 있었다” 며 이와 관련해 변호사 선임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 중앙총회 상정 및 학교 이사회 측에 이 안건을 직접 요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울러 언론사에 공식적으로 기자회견 요청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 사안을 알릴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동국대학교 측은 이번 총궐기대회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