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대학생은 현실적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학점관리도 모자라 취업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위해 스스로 대외활동, 봉사활동, 자격증 취득 등에 자신의 대학생활을 헌납한다. 원하는 직종을 얻기 위해, 스펙 쌓기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도 대학생들은 항상 불안해한다. 직업 시장은 항상 새로운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채우고 채워도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스펙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종합세트’를 가지고 있는 남지은(23세, 홍익대4)씨도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두고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스펙 사회의 장점을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Q. 경험이 다양하다고 들었어요. 그와 관련해 자기소개 부탁해요.

A. 안녕하세요. 홍익대 법학과 4학년 남지은 입니다. 스펙이라고 말하긴 민망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좋아해서 움직이다보니 그래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각양각색의 친구를 사귀고 싶어 연합동아리인 아이섹을 시작했었고, 제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국토대장정에 도전했었어요, 또한 한국방문의해 위원회 소속 미소국가대표, 한국무역협회 대학생 무역홍보대사 등을 했는데 관심분야의 대외활동이라 그런지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그 외에도 좋은 기회로 필리핀 해외봉사, 국제워크캠프, 청산리 역사 대장정 등에 참여했으며 유학생활 도우미로 활동하며 다국적 친구들을 사귀어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어떤 계기로 스펙을 만들기 시작했나요?

A. 반드시 스펙을 쌓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시도한 것은 아니었어요. 관심분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거나, 외국친구를 사귀어보고 싶다거나 하는 이유에서였지, 항상 무슨 일을 하던 제 목적이 스펙 쌓기는 아니었어요. 그 활동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해보고 싶었고, 즐기면서 시도하다보니 어느새 많은 경험들을 그 결과로 얻을 수 있었어요.


Q. 대외활동을 하면서는 어떤 면에서 보람을 느꼈어요?

A. 대외활동을 하면서는 학교에서 경험해 볼 수 없던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람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한국 방문의 해를 알리면서 팸플릿 돌리기 등의 상투적인 활동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한국 방문의 해를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그러던 중 제 거주지인 홍대 쪽의 벽화들을 보며 ‘아 저 벽화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벽화로 홍보하는 방법이 회사에서도 되게 신선 하다는 반응이었어요. 덕분에 그 달에 저희 팀이 상도 받았고요, 제 아이디어로 뭔가를 이뤄 낼 수 있어서 되게 보람을 느꼈어요.


Q. 요즘은 대외활동도 스펙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존에 가진 스펙으로 인해 새로운 활동 기회를 얻었던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제일 최근에 했던 청산리 역사 대장정의 경우, 면접에서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던 점에 대해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유럽여행 갔을 때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해서 우리나라를 외국인들에게 알린 경험, 과거 국토대장정 했던 경험을 말씀드리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드려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무역홍보대사를 할 때는 무역 캠프를 주최할 수 있는 스텝 자격을 자동으로 얻게 돼서 다음 활동도 쉽게 기회를 얻었고요.



Q. 대외활동을 하며 만났던 사람들에게 공통점을 발견한 적이 있나요?

A. 대외활동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외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들 엄청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활동하는 걸 좋아하고 적극적인 것 같아요. 단순히 대학 내에서만 어울리는 게 아니라 다들 밖에서도 활동을 찾는 적극성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Q. 그럼 소심하거나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스펙 쌓기도 어려울까요?

A. 저도 소심한 A형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이런 성격을 고쳐보고자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활동을 찾아나갔어요. 대외 활동을 하다보면 성격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저도 먼저 다가가서 말 거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제가 먼저 말을 한 마디라도 더 걸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대외활동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걸 더 좋아하는 성격으로 바뀌었어요. 소극적인 사람들도 ‘나는 안돼’라는 생각으로 미리 포기하기 보다는 이런 성격을 ‘조금 고쳐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대외활동을 찾아나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꿈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그 꿈을 가지게 되었나요?

A. 무역업을 하는 무역업자에요. 원래 제 꿈은 무역과 관광 쪽 모두였어요. 제가 한국을 알리는데 관심이 많고 여행을 좋아해서 관광 쪽을 생각했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무역업체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무역 쪽도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두 분야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기에 두 일을 접해볼 수 있는 대외활동을 해봤고, 지금은 대외활동 경험을 통해 무역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Q. 어떤 면에서 무역업에 매력을 느꼈나요?


A. 무역업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팔고 돈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해외 거래인들과 물건을 거래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하잖아요. (무역업자는) 더 많은 외국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이 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Q.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은씨가 준비해야만 했던 스펙은 무엇인가요? 왜 그 스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A. 당연히 무역업이니까 영어, 제2외국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영어가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관련 자격증도 필요하기 때문에 11월에 있는 시험을 목표로 무역영어, 국제무역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요. 또한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서 무역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무역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작년 방학에는 대학생 무역실무특강 강의도 들었어요. 대학생 무역캠프 스텝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무역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인 측면도 자세히 알게 됐어요. 이번학기엔 자격증 준비와 영어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서 방학 때는 무역 쪽에서 해외 인턴쉽을 나가는 것이 목표에요.


Q. 이미 스펙이 충분한 것 같은데, 반드시 추가 스펙이 필요할까요?

A. 지금은 4학년이기 때문에 인턴쉽이나 자격증처럼 실질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아야 할 때인 것 같아요.


Q. 지은씨의 최근 고민과도 관련이 있나요?

A. 아무래도 4학년 1학기이다 보니까. 취업이 가장 고민이에요. 4학년 2학기가 되면 슬슬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시기잖아요. 미리 자격증 같은 걸 준비했어야 마음이 편할 텐데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불안한 것 같아요.


Q. 지은씨는 취업준비생의 불안함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나요?

A. 막연히 저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다보면 답도 안 나오는데 스트레스만 받더라고요. 그럴 때면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나 관심분야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요. 미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힘든 점을 토로하며 수다 떨면 마음이 가뿐해 지더라고요. 또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면 제가 모르던 새로운 정보들도 알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막연할 때 보다 불안감이 줄어들어요.



Q. 요즘은 스펙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럼에도 왜 20대들은 여전히 스펙을 만든다고 생각하나요?

A. 대외 활동 같은 스펙이 있어야 스토리도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해외여행 등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해외봉사나 국토대장정을 한다거나 여러 홍보대사, 기자단 활동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대외활동 스펙이 되잖아요. 이런 것들을 쌓으면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기도 수월하기 때문에 다들 스펙을 쌓는 게 아닐까요?


Q. 정책적으로 직업 시장에 어떻게 개입해야 구직자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질까요?


A. 아무래도 사기업들은 스펙도 보지만 지원자의 학벌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서울대 학점 3.0짜리를 뽑지 지방대 4.5짜리를 뽑지는 않는다는 말도 들려와요. 솔직히 고등학생 때 얼마나 공부를 했느냐와 대학에 와서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사람마다 다른데, 막연히 학벌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뽑는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책적으로 최소한 서류에서만은 학벌을 보지 않게 규제한다면 기회가 동등이 주어지지 않을까요?


Q. 20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면, 어떤 공약이 20대의 마음을 살 수 있을까요?

A. 첫 번째는 대외활동 측면에서 제가 보기엔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보다 대외활동 혜택을 적게 받는 것 같아요. 웬만하면 수도권 위주로 뽑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원하는 일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능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방 학생들을 위한 대외활동을 만들고 지원해 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요즘 토익 같은 어학시험이 취업을 위한 필수 자격증이 되었는데요. 따라서 한 시험에 여러 번 응시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어학 응시료는 점점 비싸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정부에서) 차등적으로 몇 퍼센트라도 지원해 준다면 학생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요즘 인턴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는데요. 요즘은 인턴 제도가 너무 남용되다 보니 오히려 학생들이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하루 종일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한 제대로 된 일이 아니라 단순 업무를 하며 인턴 제도의 질이 현실적으로 낮아지는 것 같아요. 인턴제도의 질적인 측면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해서 모두에게 유익한 인턴제도가 된다면,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부실대학을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처럼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인턴제도 점수를 매겨야 한다는 말인가요?


A. 그렇죠. 아무래도 부실 인턴을 하다보면 자기 스펙도 제대로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력은 떨어지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각 사의 인턴 질도 높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도 더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시간낭비도 줄일 것 같아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사회에 취업 불안이 만연한데, 그런 것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계발하고, 정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부가 해외 인턴 사업 등도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웨스트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시행된 지 얼마 안 되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지만 저는 정말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프로그램이 좀 더 기반을 갖춰서,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결연을 맺어서 좀 더 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해요.


Q. 웨스트 프로그램을 언급하셨는데,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쉽게 말해 한미 연수 취업 프로그램이에요. 한국 학생이 미국으로 가서 세 달 정도 인턴쉽을 하고, 또 세 달은 어학연수, 그 다음은 여행하는 식이에요. 정부 지원으로 아예 해외에서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어학능력이나 경험 등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어요. 그 효과적인 차원에선 매우 좋은데, 아직 제대로 확립이 되지 않고 있고, 지원하는 학생 인원도 적다고 들었어요.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알리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좋겠어요.


Q. 최근 리서치에서 ‘스펙 꽝’인 현실이 20대의 고민 1위로 나타났어요. 이와 같은 20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A.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제가 뭐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이왕이면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지금 하고 싶지 않더라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대학생활이기 때문에 후회 할 수도 있어요.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계속 도전하다보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