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만 머물러 있던 단어가 사회로 걸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전적 정의에 사회적 의미가 더해져, 그 쓰임이 확장·변화하는 것이다. ‘잉여’는 그 대표적인 예다. ‘잉여’는 ‘쓰고 난 나머지’라는 뜻으로, 주로 물질에 붙어 쓰이곤 했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잉여는 ‘사람’에 적용돼 쓰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한 젊은이들이 ‘쓸데없는 인간’이란 뜻에서 스스로를 ‘잉여’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그런 ‘잉여’들은 온라인에서 암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깨알 같은 합성과 소위 ‘병맛’ 유머들은 모두 잉여들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프라인에서 잉여력을 내보였다간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잉여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잉여들을 위해, ‘잉여의,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잡지’를 내는 이가 있다. 바로 <월간잉여>의 잉집장, 최서윤(26)씨다. 햇볕이 따사로운 날 오후, 충무로 카페에서 잉집장을 만났다. 커피 뭐 드시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고함... 재정 괜찮아요?”라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반문한다. 독립 언론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로서,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와의 인터뷰는 웃음과 공감의 연속이었다.
 



Q. <월간 잉여>는 어떤 잡지인가요? 설명 부탁드려요.

2012년 2월에 창간된, 잉여의,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월간지입니다. 현재 7호인 8월호까지 나왔고, 11월호가 발행될 예정이에요. 잡지는 해당 월의 테마에 맞는, 잉여의 경험과 시선을 담은 글로 채워집니다. 2월과 3월은 잉여의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만우절이 있는 4월은 거짓말과 잉여, 5월은 가족, 6월은 전쟁, 7월은 법과 잉여를 테마로 했어요. 최근 8월은 휴식을 주제로 했는데요, 그 김에 <월간 잉여>도 인쇄비 부족으로 9, 10월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현재 11월호 발행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월간잉여>를 창간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 언론사 입사 준비를 2년 정도 했었어요. 2011년 말, 한해가 끝나 가는데 언론사에 입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때마침 토익점수 기한도 지났고요. 그때 제가 왜 언론사에 입사하려고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제가 언론사를 꿈꿨던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루에도 수백, 수천가지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그 문제의 본질은 몇 가지로 한정되죠. 그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보도하고 여론을 결집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언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곰곰이 생각을 되짚어 보다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그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혹시 망하더라도 젊었을 때 망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죠(웃음). 때마침 ‘잉여’ 관련 문제가 사회의 화두였고, 제 자신도 잉여인 만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월간 잉여>를 만들게 됐죠.



Q. 오프라인 간행물을 내려면 꽤 큰돈이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처음에는 알바해서 모은 돈을 투자했어요. 그러다 운 좋게 한겨레에 <월간 잉여>에 대한 기사가 실렸어요. 그 기사에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시고 정기구독을 신청해주셨어요. 광고비도 좀 모였고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7월호까지 별 탈 없이 나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8월호는 텀블벅에서 인쇄비를 소셜 펀딩 받아 발행할 수 있었죠.

현재는 인쇄비용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9, 10월 두 달의 휴식기간 동안, 잡지 인쇄에 필요한 비용을 모으기 위해 ‘300잉 클럽’을 시작했어요. ‘300잉 클럽’은 오마이뉴스의 ‘십만인 클럽’에 영향을 받은 건데요, 구독과 후원을 하는 커뮤니티예요. 일종의 가족같은 거죠. 300잉 클럽에 가입하신 분들은 <월간 잉여>를 후원 해주시게 돼요. 이에 저희는 잡지를 보내드리고 여러 행사 참여 비용을 할인해드리고 있어요.



Q. 월간 잉여를 창간하기 전 '사익과 공익에 두루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결심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월간잉여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익과 공익은 무엇일까요?

사익부터 말씀드리자면, <월간 잉여>에 광고가 많이 들어와서 생활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장밋빛 미래를 꿈꿨어요(웃음). 하지만 현실은 인쇄비도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죠. 공익도 마찬가지였어요. 잡지 발행에서 얻은 순수익으로 자유기고가에게 원고비를 주면서, 잉여들이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부분도 물거품이 되었죠.  하지만 잉여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했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무기력했는데 활력을 찾았다’, ‘위로 받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월간잉여>의 존재가치를 느껴요.



Q. 앞으로 월간잉여는 어떤 모습으로 독자를 만나게 될까요? 월간잉여의 미래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현재 11월호를 준비 중이에요. 창간 1주년 호까지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후 거지꼴을 면치 못하거나(웃음) 잔고가 또 0원이 된다면 그만둘 수도 있겠죠. 혹은 저 스스로 ‘할 얘기를 다 했다’는 생각이 들고, 또 독자분들이 ‘잘 했다, 고마해라’라고 말씀하신다면 박수칠 때 떠날 수도 있겠죠. 혹은 웹진으로 전환할 수도 있겠고요. 저는 사실 장기적인 미래 계획을 세워두고 살지 않아요. 임기응변식으로 몇 개월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사는 타입이죠. 아마 1주년 호에 대한 독자분들의 반응을 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Q. 탁월한 디자인 실력을 보여주시는 ‘정잘랩잘’님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이외 여러 외부기고가님들과 재능기부자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모인 분들인가요?

‘정잘랩잘’은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KBS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투게더’에 나와서 한 랩, “정말 잘생기고 그리고 랩도 잘하지”를 축약시켜 만든 닉네임이에요. 정잘랩잘님은 5월호를 카페에서 우연히 보고 나서, 재능기부의 형태로 참여하게 되셨어요. 정잘랩잘님 외에도 구구킴이라는 분도 계세요. 구구킴은 5월호의 표지를 만들어주신 분이에요. 그렇게 정잘랩잘 님처럼 우연히 잡지를 보시고 참여하게 된 분도 계시고, 제 주변에 언론사 입사 준비생 친구들도 있어요. 재능기부자 분들이나 외부기고가 분들이 매달 의무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유 있을 때 한 두 번씩 참여해주시는 형태예요. 유연하게 헤쳐모이는 식이죠.  

 


Q. 월간잉여 과월호 구입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리고 구독신청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재 3, 6, 7, 8월호 구입이 가능해요. 3000원에 원하는 권수만큼을 곱해 ‘계좌번호 110-354-262211 신한은행 월간잉여’로 입급해 주시고, 메일을 보내주시면 우편으로 발송해드려요. 정기 구독 신청은 따로 없어요. 지금 모집하고 있는 300잉 클럽이 구독신청과 마찬가지예요.




Q. 그럼 이제 <월간 잉여>를 세상에 나오게 만든 계기인, ‘잉여’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어떤 이유로 ‘잉여’가 이 사회에 출현했고 또 범람하게 됐다고 생각하세요?

새로운 개념의 ‘잉여’가 사회에 범람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에요.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고 번듯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소위 말하는 ‘좋은 직장’들은 한정돼 있죠. 그에 따라 경쟁은 극심해지고 있고요. 동시에 사회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긍정신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자신의 삶과 긍정신화 속의 인물, 청년들이 이 둘 사이의 괴리를 느끼면서 ‘잉여’라는 개념이 출현한 것 같아요. 스스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래를 유예하며 경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잉여’라고 부르게 된 거죠.

두 번째로는 대다수의 청년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압박을 받기 때문이에요. 어떤 일이 생산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될 때 자조를 느끼게 되죠. 재미있는 일이라 계속 하고 있지만, 그 일이 쓸모없는 일이라는 자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거예요. 그럴 때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하는 불안감을 느끼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잉여짓’이라고 표현하게 되는 거죠.



Q. 잉여를 '존재가치가 없는 무능력자'로 보는 시선도 있고, 이십대의 놀이코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해요.
잉집장님께서는 ‘잉여’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세요? 그리고 ‘잉여’를 바라보는 이런 사회의 시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신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일종의 ‘감각’을 느끼면 잉여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잉여라고 느끼면 그 사람은 잉여인거죠.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잉여일 수 있어요. 만약에 자신이 열심히 써간 기사가 데스크에서 킬 당해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도 잉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잉여를 ‘존재가치가 없는, 게으르고 능력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은 성장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GDP 성장이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지 않는 게 사실이고, 반면 문화 컨텐츠는 중요시되고 있죠.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에서 말했듯 고용은 줄 수밖에 없고, 또 잉여시간과 잉여인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 맞물려 고비용 구조가 아닌 것이 필요해요. 사회 불안 요소가 적고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 여건이 만들어져야 해요. 



Q. 많은 청년들은 자신이 잉여라고 느껴지면 불안감을 느끼곤 해요. 이런 심리적 불안감을 어떻게 해 결하면 좋을까요? 

‘포기하면 편하다?’(웃음) 사실 그런 불안감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서 파생되는 감정이잖아요.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대로 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잉여가 엄청 많으니 자기만 잉여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차원에서 월간 잉여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웃음) 교양지라 교양도 쌓을 수 있고요. 

사실 저는 ‘한 마디 해 주세요’라는 질문에 답을 잘 못해요. 타인에게 무슨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워요. ‘힐링’해주겠다고 하는 ‘멘토’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 사람의 20대와 지금의 20대가 처한 환경도 다르고, 경제적인 계급도 다르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조언이 모든 20대의 처지를 포괄할 수 없으니까요.
 


 

Q.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책을 낸 것에도, 부정적이시겠네요?

 
멘토의 조언을 듣고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멘토의 조언이 유효하지 않은 20대도 많아요. 멘토와 삶의 구조 자체가 다른 거죠. 멘토라 불리는 어른들의 젊은 시절은 성장이 보장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는 시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어요.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IMF로 인한 정신적인 내상을 입었어요. 멀쩡히 하루하루 살다가 한순간 기존의 질서가 붕괴된 거죠. 더불어 나라가 발전하는 게 내 삶의 발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김난도 교수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메시지를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었겠지만, 김난도 교수의 멱살을 잡고 천 번을 흔들고 싶은 20대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빚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여행과 독서는 엄청난 사치일 수 있겠죠.

 


Q. 잉집장님 개인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잉집장님도 취업 압박을 받지 않으시나요? 취업을 할 계획이신지, 아니면 계속해서 월간잉여 발행에 힘을 쏟으실 예정이신지 궁금해요.

 부모님께서 제가 <월간 잉여>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으셨지만 또 적극적으로 부정하시지도 않으셨어요. 지금으로선 잡지를 계속 내면서 부모님 눈에 띠지 않게 사는 정도예요. 부모님께서 식사 다 하시면 그때 식사 하러가고, 안방에 들어가시면 또 마루로 나오고 하는(웃음). 

 아직은 취업에 대한 계획이 없어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단 빚이 없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주거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등록금도 마찬가지였죠. 또 부모님께서 제가 부모님에 대한 부양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주셨어요. 때문에 제 삶에 집중할 수 있었죠. 이렇게 운이 좋다는 데에 일종의 부채의식이 있기도 해요. ‘이런 일을 하신다니 대단하십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시는데 사실 저는 운이 좋아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하고 싶은데 못 그런 사람도 있다는 생각에 ‘기회의 평등’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했죠.


 

Q.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그런 유머가 넘치는 글솜씨는 어떻게 얻게 되신건가요? 작은 문구, 소위 짤방들도 정말 재미있어요.

 먼저 칭찬 감사드려요. 잉여짓을 많이 해서인 것 같아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도 자주 방문하면서 소스를 많이 얻죠. 그리고 타고난 것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Q. 잉집장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특정 직업을 갖는 걸 꿈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런 굵직한 한 가지 꿈은 없어요. 저는 여러 가지 자잘한 희망들을 꿈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책을 쓰고 있어요. 한창 유행했던 ‘청춘팔이’ 책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제가 잡지를 내게 된 과정과 그 안에서 겪은 경험, 만난 사람들에 대해 쓰고 있어요. 그래서 그 책 무사히 내고, 방콕 여행 잘 다녀오고, 또 결혼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 낳는 것들이 제 꿈이에요. 그리고 월간잉여 최대한 늦게 망하는 것도요(웃음).



Q. 정치권에 전달하고 싶은 공약이나 제안이 있으시다면?

 ‘삶이 재밌을 수 있는 선물이나 이벤트’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미국의 어떤 주에는 자산을 팔 때 (일생일대에 한번)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법이 있대요. 사람들은 그렇게 아낀 목돈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거예요. 노후를 대비하기도 하고, 여행을 갈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인생에 한번 쓸 수 있는 찬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희망과 재미를 주는 인생의 이벤트가 있는, '재미있는 나라'였으면 해요.

 예를 들면 1년 동안 무료로 살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거예요. 보금자리 주택이나 임대주택은 주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 이 무료주택은 가장 핫한 곳에 위치해 있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도 열고 하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 주거문제가 매우 극심하잖아요. 사람이 사실 어떤 환경에 사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온전한 집 한 채 구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죠. 그래서 기회의 평등이 주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징세 구조의 변화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금 사회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죠. 부자들이 부자가 된 것에 운이 좋았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동시에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그런 인식이 자신한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요.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입이 문제였잖아요. 반값등록금을 약속했지만, 나중에는 마음의 부담을 반값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라고 둘러댔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화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것 같아요.

만약 대통령이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이 한 대씩 대통령님을 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때리면 안 되니까, 하루에 몇 명씩 천천히요. (웃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대통령이 꼭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런 약속들이 우리 개개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좌우하잖아요. 


 

Q. 경쟁 과열 시대와 이로 인한 청년들의 정신적 압박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밑바닥이 너무 낮아요. 빚에 시달리거나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다가 떨어졌을 때, 그 밑바닥이 높았으면 좋겠어요. 떨어졌을 때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작용이 필요하달까요? 망하더라도 사회 품위를 지킬 수 있고, 다른 삶의 대안을 추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월간잉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보답은 약소하겠지만요. 가릴 건 가리지만 또 눈이 그렇게도 높지도 않으니(웃음) 관심이 있으시다면 글, 그림 망설이지 말고 투척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