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에 있을 대선 이야기가 아니다. 대다수의 학교들은 11월이 되면 총학생회를 비롯해 각 단과대의 학생회장을 선출한다. 그 학생회장 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관심하다. 운동권은 시끄럽고, 비권은 무능하다의 사고 정도가 일반적이다. 색깔별로 옷을 맞춰입고 선거송의 리듬에 맞춰 문예를 추는 선거운동원 정도의 이미지가 학생들이 학생회에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이다.
무관심하고, 때로는 조롱의 대상이고, 그러나 꼭 필요한 대학교 학생회. 대선후보의 모습을 보고 "소통의 진정성이 느껴졌다"거나 "불통의 이미지다"라고 이야기 하는 학생들조차 정작 가까운 곳에 있는 우리의 대표자에겐 그간 무관심과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것은 아닐까. 대선후보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가깝고 삶에서 부대끼며 사는 그 대표자들과 먼저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학생회장을 물색한 끝에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제 13대 학생회 "비행기"에서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웅(25)씨를 만나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성웅입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07학번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13대 학생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Q: 학생회장을 출마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습니까?
저희 학교는 학부제입니다. 저도 1학년 때 사회과학계열로 입학한 뒤 2학년 때 경제학과로 전공배정을 받고 바로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복학하고 전공 공부를 시작하려니 막막하더라고요. 특히 진로를 같이 고민할만한 동기와 선후배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경제학과 학회에도 들어가 봤지만 모든 경제대학 학생들과 교류하기엔 한계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과생활을 활성화하고 선후배를 연결해줄 수 있는 학생회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경제대학 학생회장으로 출마하였습니다.
Q. 대학교 학생회의 역할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취업의 준비 단계로 인식되고 있어서 학우들 간에 경쟁은 지나치고 협동이 미약한 부분이 있습니다. 학생회의 역할은 선배와 후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총학생회의 성향은 어느 쪽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흔히 말하는 기준에서 보자면 비운동권입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기준에 따른 분류는 조금 구시대적인 것 같아요. 어떤 성향이든 학생들을 위한다는 목표는 모두 같다고 봐요. 다만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학교 내에서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사회 전반적인 장소에서 의견을 표출하느냐의 차이죠. 저희도 학생운동을 합니다. 다만 저희는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자치권, 수업권을 주장하는 학생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범위의 제한은 제 스스로의 가치관이 아니라 저를 뽑아준 학우들에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비운동권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정치인과 행정가 중 대학교 학생회장이 지향해야 할 모델은 무엇일까요.
두 개 다 되어야 합니다. 우선 학생회장은 정치가적인 면모가 필요해요.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 교수, 학교 이 세 행위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 보기도 어렵고 마찬가지로 교수나 재단만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셋 다 중요해요. 이런 측면에서 학생회가 학교 안에서 학생들의 의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학생회장은 행정가적인 모습도 갖추어야 합니다. 공약의 실행, 등록금 문제 등 정책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요. 예를 들면 현재 대규모 강좌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거든요. 학생과 교수 모두 불편해 합니다. 이런 부분에선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방금 전 내용과 연관이 될 수도 있겠군요. 학생회장은 자신을 뽑아준 학생들의 의사를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자율성을 갖고 행동해야 할까요?
이전에 들었던 정책학 수업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결정엔 대통령의 가치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내용을 배웠습니다. 그렇지만 정책결정엔 국민의 여론과 같은 다른 부분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대학교 학생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출마할 때 생각한 자기 자신의 가치판단도 중요합니다만 당선이 된 후에는 일반 학우들이 갖고 있는 생각도 담아내야 합니다.
Q: 현재 대학교 학생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학우들 사이에 팽배한 무관심이죠.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총학생회나 단과대학생회 선거를 할 때 기표함 옆에 캔음료를 항상 비치해 놓습니다.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요. 그래도 정해진 기간에 투표율 50%를 못 채우고 연장투표로 번번이 이어집니다. 학생회비 납부율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져요. 50% 초반에서 60%가 조금 안 되는 정도. 물론 이런 무관심을 무조건 학우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생회가 학우들과 공감을 형성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러한 무관심이 결과적으로 학생회의 대표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Q: 학생회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말해주세요.
최근 교내에서 학생회비 배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생회가 논란의 중심이 되면 학생회 구성원들이 매우 힘들어요. 이럴 때 후배들로부터 문자나 카톡을 자주 많이 받으면 힘이 납니다. 개중엔 모르는 후배가 보내온 메시지도 있고, 올해 학생회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고 힘을 냈고 자신도 다음에 꼭 학생회를 해보고 싶다는 문자도 있었어요.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이런 연락을 받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어렵거나 힘든 일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Q: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알자. 리더십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지만 그 모든 담론의 공통점은 사람관계인 것 같아요. 리더가 혼자 잘났다고 해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학생회에도 총 다섯 개의 국이 있고 그 국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어요. 항상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때만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 좋은 사람들이 이끌어나가는 집단은 당연히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같이 일해온 친구들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이 자리를 빌어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단 한 번도 학생회를 이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일은 국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회장단은 조율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을 잘 해온 친구들이 고마워요. 제가 경상도남자라 그런지는 몰라도 감정표현에 조금 인색한 부분이 있거든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들도 많고. 대신 평소 고생했던 친구들을 위해 다가오는 임기 종료에 맞춰 줄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1년의 활동을 기억할 수 있는 물건으로요.
Q: 얼마 남지 않은 임기 그리고 퇴임 후의 계획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지금 학생회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대학 학생회에서 처음 실천하는 공약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에요. 이것들이 단지 올해 일 년으로 끝날 사업이 아니고 모두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할 일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번에 어떤 학생회가 되던 장기적인 플랜에 대해 꼭 매뉴얼을 만들어 설명해주고 싶어요. 퇴임 후에는 공개적인 입장에서의 의견개진은 자제할 생각입니다. 새로 들어오는 학생회만의 비전과 가치관을 존중해주고 싶어요. 다만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땐 일반 학생의 입장에서 참여하고 싶습니다.
Q: 20년 후 지금을 되돌아 볼 때 학생회장이라는 경험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있을 것 같나요?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 매년 반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중고등학교 전부 학생회장도 해봤고요. 고3땐 전국 학생회장 모임의 회장도 한 경험이 있고요. 질릴만큼 회장을 해서 대학에 처음 왔을 땐 회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만, 작은 계기로 출마를 했고 결국 다시 학생회장을 했습니다. 결국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 사람들로부터 고마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계속 회장을 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20년 후의 저에겐 지금의 경험이 단지 이력서 한 줄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매년 느껴오고 그로 인해 성숙해질 수 있었던 삶의 한 과정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고 교과서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학생회장의 입장에서,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재학 중 대통령 산하 청소년특별회의 서울시지역대표로 참가한 경험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들의 정책을 만들고 입안하는 절차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바로 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기구였습니다. 마찬가지로 20대에 눈에서 바라본 현재 사회적 문제, 문제를 바라보는 20대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는 시스템, 제도를 정책화 시켜주면 좋겠습니다. 이 방법이 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순히 20대를 위한 특정 정책을 만들거나 20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20대들이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책화 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듣고 싶습니다.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을 뽑지 않았더라 하더라도 모두 우리나라 국민입니다. 적어도 모든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면 해요. 본인이 올라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 모두가 만들어낸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올라간 자리니까 당연히 국민에게 고마움을 느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고마움을 느꼈으면 그것을 표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고마움을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대선이 일 잘하는 대통령이 포커스였다면 이번에는 일도 잘 하고 경제도 살리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오고 감성적인 부분을 독려해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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