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11총선에서는 다수의 국회의원 후보들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20대 국회의원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나왔고 비례대표에 20대를 새누리당은 4명 민주통합당은 2명을 배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명단에는 20대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민주통합당 또한 청년대표는 당선 불가능 권으로 밀려났다. 지역구 또한 결과가 처참했다. 13명의 20대 국회의원 후보들은 7.6%라는 저조한 지지율로 모두 낙선하는 결과가 있었다.

 26일 오후 3시. 기자는 4·11 총선 부산 사하구 갑에서 출마했던 박주찬(동아대·29)씨를 만나기 위해 부산 하단의 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국회의원 예비후보 시절에 만나 그의 포부를 들었던 기자는 문득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청년이 낙선의 충격을 간신히 버티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4시 기자를 보자마자 “살이 찌셔서 몰라봤다”라고 과감한 농담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이런 걱정을 씻어주었다.
 


Q. 오래간만이에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012년 4월 11일 총선, 사하구 갑에서 청년당 국회의원 후보로 최소한의 비용으로 좋은 결과와 변화로 총선을 완주한 박주찬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국회의원 후보에서 다시 대학생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Q. 살이 좀 빠지신 것 같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후보시절에는 힘들다고 평소에 엄청 먹었더니 살이 올라오더라구요. 지금은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가 29살이니 거의 10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네요. 이번엔 빨리 졸업하려구요. 학교를 마치면, 저녁에는 부모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숯불 피우고 간간히 홀서빙도 합니다. 인터뷰 마치고도 다시 일하러 가야겠죠.


Q. 총선이 끝나고 주변에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던가요?

알아보시는 분도 있고 알아보시는데 그냥 지나치시는 분도 있구요. 말 거시는 분은 많이는 없습니다. 간간히 커피숍에서 ‘그 때 총선 나오신 분이죠? 멋있으세요.’라는 말을 전해주시는 분도 계시구요. 또 제가 부모님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이 TV에 나와서 그런지 가게에서도 알아보시고 멋있다고 하시는 분도 있어요.


Q. 총선에서 낙선하셨어요. 심경이 어떠세요?

이번 선거가 무척이나 어려운 도전이였어요. 하지만 저는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낙선에 대한 섭섭한 감정은 없어요. 오히려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결과들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히 사하구에서 20대 투표율이 올랐더라구요. 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무척 좋아요.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돈과 같이 부차적인 문제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들어요.



Q. 사실 박주찬씨 뿐만 아니라 20대 국회의원 8명 후보자들이 모두 낙선을 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20대 정치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도 있었을 것 같아요. 선거를 진행하면서 어떤 어려운점이 있었나요?

선거를 진행할 때도 끝날 때도 ‘괜히 나와서 뭐하냐,’ ‘어차피 안될 걸 왜 나왔냐?’ ‘단일화해라’라는 힘 빠지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저의 진정성을 인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걸리는 점은 돈 문제였죠.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하고 명함과 벽보, 공보디자인까지 모두 저와 함께 했던 분들의 재능기부를 받아서 했거든요. 이후 회계정리도 제가 일일이 다했어요.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운동을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박주찬 씨는 스스로가 정치에 어떤 의미가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청년당이나 저나 기성세대 그리고 사회가 이번 기회를 통해 20대들의 요구를 그리고 변화를 한번이라도 더 듣고 귀를 기울인다면 청년당과 저의 역할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다음 선거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를 바탕으로 4년후든 8년후든 청년문제를 대변해주는 진짜 청년 국회의원이 탄생할 것이구요.


Q. 정치를 계속 하실건가요?

네. 하지만 빚도 청산하고 저를 추스르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다음 총선에 출마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Q. 비례대표 제라던지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계속 직접출마를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비례대표제를 생각했긴 했어요 민주통합당에서 청년 비례대표를 뽑는데 지원을 했었거든요. 물론 시원하게 1차 탈락은 했지만, 탈락했다고 마냥 다음 공천을 기다릴 순 없었어요 거대 정당에 들어가 청년비례대표라는 제도들을 통해서 비교적 안정되게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20대 스스로 만든 기회라기보다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기회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좋은 제도와 기회라고는 생각하지만 앞으로 20대들이 그런 선택에 의해서만 정치에 나간다면 진짜 청년 정치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반면 직접 출마는 무식하지만 정면 돌파죠.


Q. 책을 쓰신다고 하셨어요. 어떤 책을 쓰시고 계신가요?

20대들의 정치도전을 하기위한 지침서랄까요? 충분한 정책들과 진정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돈이라던지 부차적인 부분에서 그 목표가 좌절되거나 멀리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부터 이 책을 쓰기 시작하기 보다 선거기간에 인터뷰를 한 기자분들이 흔치않고 필요한 경험이니 책을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정치에 도전하는 이유 중에 청년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정치에 나올 수 있게 하겠다는 목적도 있어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선거기간동안 청년당과 함께했는데 앞으로 청년당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청년당의 미래는 저는 다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이번 총선에서 청년당은 준비가 덜 되었어요. 급하게 만들어진 경향 때문인지, 정책에서 많은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죠. 청년당에서는 ‘청년들만을 위한 당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해요. 이 말은 청년당이 유권자를 공감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할 것이 청년당의 정책과 기조 그리고 존재는 단지 청년들을 위한 것들이 아니거든요. 대학을 다니는 자식으로 청년,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로서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들에서 시작하다보면, 어느 세대나 혹은 어느 위치에서든 겪고 있는 혹은 겪을 법한 문제들이거든요. 

 다음 청년당에서는 이러한 공감의 틀을 넓히는 노력들을 많이 하고 지금보다 노력을 더 한다면, 청년당이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 활동했던 방향들을 더 넓혀서 청년당이 이루고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선거 기간에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제가 한번 선관위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어요. 선거 기간중에는 1인당 15000원 이상 사먹으면 안되는데, 한번 비싼 걸 사먹었었죠. 제가 어디 가서 1인당 만원 넘게 먹을 기회가 없으니깐 이 규정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못해서 일어났죠. 비싼건 안 사먹었구요. 3명이서 통닭 사먹었습니다.

그리고 보좌관으로서 함께 일을 도와주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올해 11월 달에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결혼은 청년당 부산시당에서 선거사무원으로 계시던 분하고 결혼하게 되었어요.. 저를 도와준다고 생업까지 포기했던 친구한테 항상 미안한 부분이 있었는데, 뭔가 심적 부담은 조금 덜게 된 것 같아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선거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빚도 생기고 지금은 학교도 개학해서 등록금이나 시간적인 부분에서도 무척이나 팍팍하게 살고 있어요. 근래 3개월 동안은 저를 추스르기도 바빴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에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 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최근에 투표시간 연장 건이 무산이 됬었잖아요. 아무리 투표 당일이 휴무라고 하지만, 휴일없이 일하는 비정규직이라던지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인 권리가 정치적인 유분리에 밀려서 유보되는게 너무 안타까운거에요. 최근 민변에서 헌법소원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번 대선에서 저는 당장 누구를 지지하고 뭔가를 성취하기보다는 20대 투표율이라던지 최근에 이야기된 투표시간 연장이라던지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해나가고 싶네요.


Q. 주찬씨는 요즘 불안한 게 있나요?

아무래도 4학년이다보니 취업문제가 가장 불안하죠.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취업 한가지로 이야기할 순 없지만, 취업이 너무 어렵다보니, 아르바이트 임금이 너무 적다보니, 등록금이 높다보니 청년들의 삶이 너무 팍팍해지는 것이죠. 하루가 낮에는 수업듣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하고 새벽녘에는 취업준비를 하다보니, 저 스스로도 정치는 배부른 소리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Q. 주찬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구체적인 건 없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20대 투표율을 올리겠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있나요?

많은 걸 바라진 않아요. 등록금 좀 낮추고 최저임금 좀 올려주세요!


Q. 마지막으로 2012년,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안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20대들의 불안은 20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게 참 부담스러워요. 우리 청년들은 지금 어느 시대의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사회에는 문제들이 많고 그 문제들이 많은 이해관계로 서로 얽혀있어서 변하기도 어렵고 삶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어요. 또 시위에 나가도, 투표를 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의 모습들은 저희를 좌절하게 하죠. 하지만 더 이상 등록금이나 월세보증금 때문에 빚쟁이가 되어 불안해하며 쫓기듯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당연할 순 없어요.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불안을 마주하고 청년들이 더욱 정치를 통해서 바꿔나가야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