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디스크, 결핵이 20대의 건강을 위협해
잘못된 생활습관과, '젊다는' 자만이 오히려 병을 불러와
자취나 고시원에 사는 학생들, 식사를 거르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20대들이 위험해



20대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들이 있다. 위염과, 디스크, 그리고 최근 20대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는 결핵이다. 위염과 디스크는 다른 세대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지만, 비교적 건강한 세대여야 할 20대마저 이러한 질병에 노출되어있다는 것이 문제다. 20대때 이러한 질병이 발병되면 평생 안고가야 할 ‘짐’이 되어버린다. 위염은 끊임없이 재발하면서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위 질환의 원인이 된다. 디스크 역시 완치가 힘들다고 여겨지는 병이기 때문에, 항상 재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쓸 수밖에 없다.

결핵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결핵은 약물치료를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하고, 적절한 치료가 안 될 경우에 슈퍼결핵으로 이어져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결핵 발병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경우 주변에도 전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병이다.

위의 세 가지 질병 때문에 고통을 겪은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20대들이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염

 

위염은 2010년 기준 541만명이 겪는 ‘국민 질병’이다. 20대도 예외일수 없다. 인구 10만명당 환자수가 여성은 12256명 남성은 5415명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환자의 수가 남성의 2.3배라는 사실이이다. 위염환자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6배가 앞서지만, 유독 20대만 여성 환자의 수가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구체적인 근거는 파악할 수 없으나, 20대 여성들의 불규칙한 식습관, 다이어트, 사회적으로 가중되는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곽나연(20·가명)씨는 고등학교때부터 배가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 위염을 진단받았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수험생활이 끝나고, 대학에 온 이후에도 위염은 계속 재발했다. 식습관에 문제가 있던 것이다. 그는 “대학에 와서는 정말 불규칙적인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집 밥보다는 배달음식이나 식당 음식을 자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권혁일(25)씨는 기숙사에 들어와 살면서 식습관이 망가진 케이스였다. 그는 “기숙사 식당이나 학생식당은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라, 그 시간을 놓치기 쉬웠다. 그리고 기숙사는 취사가 불가능한 곳이라 식비를 아끼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라면을 자주 먹고, 과제나 팀플 때문에 피로에 시달리다보니 위염에 걸리게 되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불규칙한 식습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짜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는 생활습관은 위 건강에 절대적으로 좋지 않다. 게다가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까지 받으면 위가 버텨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의 생활습관이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기엔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처해있는 상황이 상당히 열악해 보인다. 곽씨는 “아무래도 혼자 사는 학생들이나 20대 직장인들은 끼니때마다 챙겨먹기가 귀찮아서 식사를 거르거나 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은 취업준비생이나 고시생한테도 위관련 질환이 자주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 역시 “20대들의 생활 습관이 이렇게 병에 걸리기 딱 좋은 형태로 굳어졌다. 당장 돈을 아껴야 하는 경제상황 문제가 큰데, 가장 줄이기 쉬운 게 식비 아닌가”라며 20대들이 위염이 걸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위염은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결코 우습게 여길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급성위염에서 만성위염으로 이행될 수도 있고, 만성위염은 위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위 질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굳이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위염 자체가 주는 고통이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다. 곽씨는 “누가 위벽을 뾰족한 걸로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게 대부분이지만 심하게 아플 때엔 속이 울렁거려서 누워있기도 힘들다.”고 말했고, 권씨 또한 “심할 때에는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다. 마치 송곳으로 배를 쿡 찌른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물리적 고통만으로도 충분히 위협감을 주고, 삶의 질을 깎아내리는 병이 위염이다.

 



 
디스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융 교수에 따르면 디스크는 ‘중심부(수핵)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질긴 외곽부(섬유륜)로 구성되어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탄력을 잃고 갈라지게 되어, 디스크를 이루고 있는 수핵이 갈라진 섬유륜 틈 밖으로 밀려나가거나 터져나가게 되는 상태’ 를 일컫는 말이다. 목 디스크는 정식 명칭은 ‘경추추간판탈출증’, 허리 디스크는 ‘추간판탈출증’이다.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20대 디스크 환자는 총 138001명으로서 (남성 78508명, 여성 59393명) 다른 세대에 비해서는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디스크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탄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대의 27852명에 비해 무려 5배나 환자 수가 늘어나 있다는 점에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0대가 디스크라는 질병에 대해 전면적으로 노출되는 시기로 볼 수 있어서다.

디스크가 20대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병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디스크 진단을 받았던 김민석(가명·22)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씨는 의자에 자주 앉아있으면서도 올바른 자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건강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디스크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에 걸린 것은 언제 알게 되었나?

2011년 5월이었다. 허리를 삐끗해서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는데 한의사가 디스크일수도 있으니 MRI를 찍어보라 해서, 그때 처음 발견하게 되었다.
 

-디스크가 발병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된 일이나, 생활습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허리가 안 좋았다. 책상에 앉아있던 시간이 많았고, 책가방에 책을 많이 넣고 다니는 스타일이어서 허리가 많이 상했던 것 같다.
 

- 디스크 증상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시기를 구분해서 말하자면 먼저 흔히 말하는 ‘디스크가 터졌을 경우(허리를 삐끗해서 혹은 무리한 활동으로 허리에 심하게 통증이 온 경우)’에는 허리가 굉장히 뻣뻣해서 제대로 피질 못했다. 스트레칭을 할 때 허벅지 아래쪽으로 오는 고통이 허리에서 온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에는 정말 허리 안쪽에서 통증이 오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못 움직일 정도의 고통은 1주일 이내로 없어지는 걸로 알고 있고, 나의 경우도 3일 만에 고통이 없어졌다.

두 번째 시기에는 이러한 고통은 갔으나 아직 그 통증이 남은 경우(처음 발병하고 1주에서 5,6주 사이)인데 이 때 다리가 저리는 느낌이 났다. 그리고 발목 아킬레스건 부분과 무릎 뒤쪽 등이 아팠다. 이 때는 허리를 많이 쓰거나 몸을 많이 움직여도 허리는 안 아프고 다리 쪽이 저리거나 발목, 무릎 등이 아팠다.

세 번째는 현재 상황(치료가 끝나고 운동으로 재발을 예방하는 경우)이다. 지금은 일단 생활하는데 거의 무리가 없다, 허리가 계속 아픈 느낌이 나긴 하지만 어떤 위험성을 느낄 정도의 통증은 절대 아다. 대신 축구를 하거나 무거운 아령을 드는 운동은 하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 특히 허리에 힘이 많이 필요한 헬스 기구는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을 하면 바로 허리에 신호가 오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없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등 상식적으로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하는 것들만 조심하고, 근력운동 열심히 해주면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 허리 건강을 위해 생활 습관면에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나 역시 생활습관을 고쳤다. 의자에 앉았을 때 허리를 피는 건 기본이다, 무조건 허리를 숙이지 않고, 무릎을 굽혀서 자세를 낮추기, 누웠다 일어날 때 허리힘으로 일어나지 않고 몸을 옆으로 돌려 팔 힘으로 일어나기, 걸을 때는 어깨와 허리를 피고 걷는 등의 기본적인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사실 별 건 없고 상식적인 것들과 의사 선생님이 말한 것들만 잘 해도 허리에 큰 무리가 오진 않는다. 그리고 허리 근력운동을 하루에 10-15분 정도 하는 건 필수다.


-20대는 비교적 젊은 나이다. 왜 20대 디스크 환자가 증가한다고 보는가?

현대인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8살에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바른 자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나 역시 ‘20살에 허리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어’라며 허리가 좀 아파도 운동 무리하게 하고 그랬는데, 그런 일들이 차츰 쌓여서 디스크까지 온 것 같다. 요즘에는 운동을 하다가 허리뿐 아니라 어느 부위라도 통증이 오면 그 즉시 운동을 중지한다. 운동은 몸이 무리하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몸을 튼튼하게 하기위해 한다는 것을 디스크 치료하면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결핵

결핵은 젊은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질병이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20세~24세 연령대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결핵 신환자가 75.7명에서 79.0명으로 증가했고, 25~34세는 70.8명에서 79.2명으로 증가했다. 25~34세의 결핵 환자 증가율은 65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24세 여성들 중에 결핵 환자가 많다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15세 이상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남성보다 (인구 10만 명당) 여성이 결핵 환자가 더 많은 연령대가 20~24세다. 또한 20~24세 여성 결핵 환자가 인구 10만 명당 96.2명으로 65세이상을 제외하고서는 분류 해놓은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결핵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20~24세 96.2명, 25~34명 93.8명은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20대는 학점, 취업 경쟁등이 부른 과도한 스트레스와 영양 불균형 등으로 인해 결핵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학교나 학원, 군대 등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있을 경우가 많다보니 결핵이 전염되기도 쉽다. 특히 여성들은 외모지상주의가 불러온 다이어트로 인해 영양실조, 또는 폭식 등으로 결핵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결핵에 대해서는 김영도(26·가명)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군대에서 결핵이 발병했고, 8개월동안의 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평소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해왔기 때문에, 결핵에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결핵에 걸렸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때가 언제인가?

군복무 시절인 09년 7월에 신병위로휴가를 나왔는데, 친구들과 술자리 중에 왼쪽 갈비뼈의 심한 통증을 느꼈다. 다음날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고, 호흡기 결핵을 진단 받았습니다.

-군대에서 결핵이 발병했다고 들었다. 군대의 환경이 결핵이 발병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결핵균은 몸에 잠재되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병하는 걸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군대의 생활환경이 전체적으로 비위생적이고,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하다보니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을 거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결핵이 전염되기 쉬운 환경이기도 하다.

-병명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결핵이라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입대를 해서 군복무를 하면서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왜 후진국에서 많이 발병 한다는 결핵에 내가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치료는 어떻게 받았나?

처음에는 국군수도병원에서 3주간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을 해서 7개월간 한 달에 한 번씩 수도병원으로 가 통원치료를 받았다. 결핵약을 6개월 정도 복용했는데 초기 부작용으로 인해 전신피부에 두드러기가 나서 응급실에 실려간적도 있었고, 3개월간은 소변색깔이 오렌지색이었다.
 

-결핵의 구체적인 증상을 이야기 하자면?

군 생활 하면서 무거운 상자나 물건을 들고 나르는 일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왼쪽 갈비뼈를 바늘로 찌르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 이후에 축구나 구보 등 심폐지구력을 요하는 활동을 할 때 숨이 차면 그 증상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식사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체중은 계속 빠졌다.
 

-의사는 영도씨에게 어떤 처방과 조언을 해줬는지

의사는 결핵약 중, 환자인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 위해 처음에는 여러 가지의 약을 주다가, 점차 약을 줄여나가는 처방을 해주었다. 또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약을 의사 처방 없이 중단하지 말라고 했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필요하고, 간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거나 음주를 하면 안 된다고 일러줬다.
 

-20대 결핵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결핵에 걸린 젋은 친구들을 많이 봤다. 또 제대후에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러 대학병원에 갔을 때도 생각보다 20대가 많은 걸 보고 많이 놀랐다. 아무래도 젊다는 생각에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를 하지 않고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하는 것이 결핵의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들은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서 결핵이 발병하기 더 쉬운 조건에 있는 것 같다.


 

그만 아프고 싶거든?

 

 

위에서 세 가지 질병을 경험했던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알 수 있듯이, 20대가 가지고 있는 질병의 상당수는 생활습관에서의 문제와, 건강에 대한 과도한 확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사회 구조 자체가 20대에게 무한 경쟁을 요구해서 스트레스를 주고, 비싼 물가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최저임금 때문에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밥을 사먹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20대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생활습관 개선의 노력뿐만 아니라, 20대의 건강한 삶을 뒷받침하는 사회구조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그동안 ‘팔팔한 청춘’이라고 방치만 해왔던 20대의 건강을 지역이나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