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14일, 서울시청 신청사 및 서울광장 일대에서 <2012 희망 서울 정책박람회>가 열렸다. 이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격의 없는 소통 공간 조성’을 목표로 진행된 행사다. 정책박람회 기간 동안 시민참여 한마당, 시민발언대, 시민 정책 아이디어마켓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정책박람회 첫 날, 서울시청 신청사에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참석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책콘서트, 市시비비’가 열린 것이다. 

 
행사 당일 서울시청 신청사는 완벽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행사장 내부도 깔끔했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오자 시민들이 하나, 둘 자리 잡았다. 400명 사전 신청을 받았기에 많은 시민들이 참석할 것을 기대했지만, 1층에 준비된 좌석만이 채워졌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이 자리를 채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참석한 시민들 대부분이 중장년층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사회로 정책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1년을 되돌아보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어 서울시 공무원 두 명이 ‘숫자로 보는 서울’을 준비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탈환한 수 ‘1133’, 행정용어 순화한 단어 수 ‘877’, 도시농업의 일환으로 시청 옥상에서 양봉한 꿀 수확량 ‘70’, 시민이 참여하는 천만상상 오아시스 정책 반영비율 ‘17’, 줄여야하는 원전 수 ‘1’, 동사한 노숙인 수 ‘0’과 같은 숫자를 제시했다. 시민들은 숫자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패널 세 명이 등장했다. 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순서였다. 먼저,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쓴 소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시장님 팬이다.”라는 첫마디로 입을 뗐다. 이어 “현장을 찾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한진숙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저는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는 말로 시민들을 집중시켰다. 결혼 13년차인 한진숙 씨는 12년 동안 전세살이를 하고, 6번 이사를 다녔다. 늘 주거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았던 한진숙 씨는 “최소 4년 이상, 한 가족이 안정감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마지막 패널인 서울시 마을공동체 센터장 유창복 씨는 “행정은 아직 ‘먼 당신’이다. 서울시와 소통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주민이 전문가다.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패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본 행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책 즉문즉답’이 시작되었다. 이는 시민들이 종이비행기에 질문을 적어 날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시의 희망을 들어주세요!’ 노란 종이비행기가 공중에 떠올랐다. 첫 번째 질문은 ‘SSM(기업형슈퍼마켓)’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입점제한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라며 1개월 2회 휴무, 품목제한제 등을 고려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두 번째 종이비행기에는 72세 노인이 ‘노인 일자리 사업’과 관련된 질문을 담았다. 박원순 시장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적자금을 사용해서라도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질문은 ‘재개발’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뉴타운 기존 주민들 다수가 재입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곳에 정착도 힘들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박원순 시장도 이에 통감하며, “제공한 문서를 다 검토하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뉴타운과 관련해 의견제시도 계속 해온 상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출구전략이 있는가?” 행사가 정리될 무렵, 한 시민이 돌발질문을 했다.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은 들어갈 채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시민에게 돌아온 대답은 “추후에 검토하겠다. 일단 공무원들과 얘기해보자.”는 것이었다. 정책콘서트에 참석한 시민들 대부분은 사연이 많았다. 주거문제, 일자리문제와 같이 생활과 직결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통해 해결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들이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했다.

행사가 끝나고 신청사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뉴타운’과 관련된 질문을 했던 시민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몇몇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자리였다. 앞으로는 이런 자리에 청년들도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다양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