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시, 누군가에겐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힘들게 눈을 뜰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아직 달콤한 꿈속에 있을 시간이다. 그 시각, 노량진역은 붐빈다. 노량진의 아침을 여는 이들, 고시생, 재수생, 편입생들이다. 그들은 각자 부푼 꿈을 가지고 바쁜 발걸음으로 학원으로 향한다. 편입생 이지혜(가명,22)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매일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학원으로 향한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한다. 햇빛 한 번 제대로 볼 시간도 없다. 게다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방 대학 육성을 목적으로 편입생 정원을 줄여 안 그래도 높던 편입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된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이지혜씨를 만났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22살 이지혜라고 합니다. 대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고 현재는 휴학 중이에요.


 

Q. 어떤 식으로 편입 준비하고 있나요?

일반편입을 준비하고 있어요. 편입이 되어 대학교에 가면 11학번, 3학년이 되는 거죠. 과는 공학계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학계열이기 때문에 편입 영어를 비롯해서 수학도 함께 배우고 있어요. 공부는 노량진에 있는 편입학원을 다니며 공부중이에요. 일주일 내내 매일 아침 여섯시까지 학원에 가서 밤 열시까지 있죠. 한 달 학원비는 40만원정도고요. 보통 학원 시간표는 오전은 수업으로, 오후는 자습으로 채워지죠.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은 항상 열 시간을 채우려고 노력해요. 넘는 날도 있고 못 넘는 날도 있죠.
 


Q. 일반편입이면 경쟁률이 좀 더 높죠?

원래는 학사편입 경쟁률이 일반편입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메리트가 있었어요.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서 졸업학점을 따고 학사편입으로 돌려서 둘 차이는 많지 않게 되었죠. 그런데 이번에 편입생 축소방안이 확정되고 갑자기 일반편입의 정원이 줄었지만 학사편입은 2014년부터라 학사편입의 메리트가 다시 생겼어요. 그래도 저는 공학계열이라 경쟁률이 덜한데 일반 편입하는 인문계열 사람들은 진짜 경쟁률이 심해요.

 
Q. 이전의 대학교는 어떻게 가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때 정시를 노리고 수능준비를 했는데 수능을 망쳤어요. 그래서 재수준비를 하다가 결심이 서지 않아서 장학생으로 지방에 있는 4년제를 갔죠. 고등학교 시절 비슷한 성적이었던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서 사실 맘이 상하기도 했지만, 수능을 못 본건 제 탓이니 조금 낮은 대학교를 가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고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Q. 그런데 어쩌다가 편입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1학년 때는 그냥 재밌게 지나갔어요. 그땐 교양수업이 대부분 이었던 시기였죠. 그렇게 1학년이 끝나고 겨울방학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어요.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인 전공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같은 과의 남자 친구들이 공부를 안 해도 저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선배들이 준 족보 때문이었죠.
저는 대학교에 와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꾸 족보가 있으니 의욕도 떨어지고, '나도 족보 보면 되지 뭐.'라는 유혹에 빠지곤 했어요. 이러다가 족보만 외우다가 졸업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자꾸 학교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니 학교 행사에 참석을 안 하게 되었죠. 그러자 한 선배가 찾아와 이유를 물어서 제 사정을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선배가 자신은 편입 준비 중인데 너도 해보라고 권유했어요.

 
Q. 근데 족보는 과인 공대의 특성 때문 아닌가요?

그냥 전에 다니던 대학의 과 특성인 것 같아요. 과가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았죠. 교수님들도 시험기간이면 족보언급을 했어요. “너희들 어차피 족보 외울 거잖아.”라고 말하기도 했죠. 역시 시험문제는 족보 그대로 나왔어요.

 

Q. 편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런 이유 때문이겠네요?

네,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에 가면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일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대학교가 그냥 즐기는 분위기였고, 제 기대와 달랐죠. 그러던 중 선배의 충고가 편입을 결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거죠.

또 대한민국 사회 자체가 대학 이름을 중시하잖아요. 저는 아직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취직이 안 된다는 전 대학교 선배들과,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가겠다고 다시 들어오는 선배들을 보면서 대학 이름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느꼈어요. 서울권 대학이 아니면 회사에 입사할 기회도 없다는 얘기도 많고요.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편입을 결심했어요.

 

Q. 편입은 본격적으로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학년 2학기가 끝나고 작년 12월 말부터 바로 학원에 등록했어요. 휴학계도 내구요. 벌써 반년이 훨씬 넘었네요.

 

Q. 그 당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진 않았어요. 가족과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만 말했죠. 부모님은 흔쾌히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아마도 그동안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봐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차마 전 대학교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어요. 물론 나중에 소문이 나긴했지만요. 사실 그 대학교를 부정하고 나오는 것이니 남아있는 친구들의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도 제일 친했던 친구 한 명에게 말했는데 그 친구는 자신도 하고 싶지만 배짱이 없다고 대단한 결심이라고 열심히 하라고 말하더라고요.


Q. 편입을 하면서 힘든 점이나 고민은 없나요?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고요. 다른 면으로는 물질적으로 부담이 되죠. 학원비 같은 경우는 지금 제가 일할 수 없으니 부모님께서 내주세요. 나중에 다 갚아드려야죠.

학원비를 빼면 식비가 부담돼요. 사실 식비 말고 다른 곳에는 돈 쓸 일도 없거든요. 그래도 노량진은 식비가 싼 편이죠. 하지만 적어도 두 끼는 밖에서 먹어야하니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도시락을 싸고 다녀요. 저녁에 집에 가서 미리 도시락을 싸서 다음날 아침 가지고 나가죠. 그럼 한 끼는 사먹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도 전 집이 서울이라 괜찮은 편인데 집이 지방이 집인 사람들은 수도권에만 편입학원이 집중되어 있으니 편입을 하고 싶으면 무조건 서울로 와야 하잖아요. 잠 자야할 곳을 구해야 하니 하숙비를 내고, 또 생활비도 내야하죠. 공부하러 왔으니 학원비도 내고,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지방에는 편입 준비할 곳이 없으니 올라 올 수밖에 없었대요.

 

Q. 힘든 점을 이겨내고 편입 생활을 버티도록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여름쯤에 어머니께서 동영상을 보내주셨어요. 어머니께서 저에게 보내는 편지를 핸드폰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신 건데 내용은 그냥 힘내라는 말이었는데 그걸 보고 한참 눈물을 쏟았어요. 그 영상을 저장해 놓고 힘들면 화장실에 가서 영상을 봐요. 그럼 다시 공부할 마음이 생기죠. 아무래도 가족이 제일 힘이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또 소소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요. 편입에 성공하고 난 뒤 말 못했던 사람들에게 편입에 성공한 것을 알리는 상상을 해요. 편입을 권유한 언니가 작년에 성균관대 편입에 성공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공했다고 당당히 밝히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부러웠거든요. 그래서 그런 상상을 하며 힘을 얻죠.




Q. 지난 6월 27일 지방 인재 육성을 목표로 편입생 인원을 축소를 확정했는데 편입생들의 반응은 어땠고, 스스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4월쯤부터 그런 소문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확정이 나니 학원에서 나간 사람도 많아요. 너무 급작스러웠거든요. 이번 일반편입은 내년부터 바로 실시하니 그런 것 같아요. 일반편입 인문계열을 준비하는 친구는 옥상에서 울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일반편입 줄인다는 말은 포기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축소를 안 해도 한 명 뽑는 대학교도 있어요. 처음 발표 났을 때 저도 어안이 벙벙하고 화도 났지만 지금까지 한 것도 아깝고 그냥 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어요.

 

Q. 사실 편입생을 축소하는 게 정말 지방 인재 육성에 효과가 있을까요?

지방대학육성이 필요하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예고도 없이 내년전형부터, 6개월 더 빨리 시작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아요. 현재 지금 편입생들은 이렇게 당장 시작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편입생 축소가 아니라 지방대에 대한 다른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 주위 환경이 발전되어 있지 않은 것을 좀 개발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주위에 공부할 수 있는 학원도 없고, 놀고 싶더라도 놀 곳도 없어요. 학생들에게는 대외활동이나 연합동아리나 그런 기회도 너무 없어요. 대외활동의 자격요건은 모두 수도권 대학생들에 한정되어 있으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죠. 사실 편입과 지방대학육성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Q. 편입 성공 후 꿈꾸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여행이나 해외 봉사 활동해보고 싶어요. 일 년 동안 너무 공부만해서요. 학교생활로는 연합 동아리에 들어보고 싶어요. 지방은 대학교끼리 너무 떨어져 있어 서로 교류가 없거든요. 연합동아리나 대외활동을 통해서 이 학교 저 학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싶어요.

수업에서는 그 전 학교에서 화학 실험실이 낙후되어있었어요. 깨끗한 환경에서 실험하고 공부해보고 싶어요. 제가 실험수업을 좋아하거든요.

 

Q.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편입이 되어서, 화학 공학과에 가서 화장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실험해보고 싶어요. 대학교 졸업하고는 좋은 화장품 회사에 취직해서 돈도 잘 벌고, 마지막으론 제 이름으로 된 화장품 회사를 열어 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이건 좀 큰 꿈같네요.



Q.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없나요?

교육면에서 고등학교 교육이 너무 입시 면에 치우친 것 같아요. 사실 고등학교에서 수학, 과학 배우다가 과의 이름만 보고, 입시 점수에 따라 대학교 가는 상황이잖아요.

해외에는 미래 직업을 위해 체험을 할 휴식기를 주는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더라고요. 수능을 위한 공부만 하기보다는 미래의 직업이나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 과를 경험해보는 기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요?


젊은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개천에서 용 안 난다’고 하잖아요. 사회가 너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취업이든, 편입이든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편입이나 취업이나 사람이 들어갈 구멍은 너무 좁잖아요. 그 좁은 기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아요. 특히 전 편입을 준비하니, 정말 몇 명 뽑지도 않아 답답하죠. 그런 기회가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취업준비, 편입준비를 하고 싶어도 수도권보다 기회가 적으니 지방에서 힘들게 서울로 올라오잖아요. 준비할 기회도 없는 거죠. 그러니 그런 지방 학생들에게도 지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젊은이들이 더 도전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가, 이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