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 짜리 카디건, 50만 원 짜리 셔츠로 편하고 자연스러운 캠퍼스 룩을 연출해 보세요"

기성잡지에서 대학생 패션 제안이라고 내 놓는 말이다. 휴학을 하고 알바를 세 탕 뛰었음에도 등록금이 모자라 대출을 받고, 월 30만원 월세를 내지 못해 동아리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대학생도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기성잡지에 대한 반항심에서, 현실적인 대학생 패션 문화를 알리자는 열정 하나로 직접 패션매거진을 만든 한 20대가 있다. 대학생 패션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에서 시작해, 이제는 푸마 ․ 에잇세컨즈 등의 기업과도 협업하는 어엿한 패션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의 대표 남원준씨에게 대한민국 패션산업에 대한 생각과 대한민국 20대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양대학교 경영학부에 재학 중이고, 대학생 패션뷰티매거진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을 이끌고 있는 26살 남원준입니다.


Q.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은 어떤 곳인가요?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이하 <캠스콘>)은 기성잡지에 대한 반항심에서 출발한, 대학생들이 꾸려가는 패션뷰티매거진입니다. 기성잡지에는 도무지 대학생이 살 수 없는, 터무니없는 가격의 패션뷰티아이템만 즐비해 있잖아요? 그야말로 상업논리에 찌든 것들 말이에요. 그래서 그런 것만 보고 우리 88만원세대들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학생들의 리얼한 패션과 뷰티를 보여주고자 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진짜 현실의 캠퍼스 스타일을 보여주는 매거진은 없었거든요. 너무 과한 스트릿 패션스타일이라든지…. 그야말로 ‘패션만을 위한’ 패션잡지였는데, 깔끔한 데 멋있고, 안 꾸민 듯 꾸민 게 캠퍼스의 스타일이잖아요? <캠스콘>은 진짜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패션잡지에요.

전국 40여개 대학의 스타일 디렉터들이 한 학기당 30명의 스타일 아이콘을 선정해서 촬영하고, 인터뷰를 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구요. <캠퍼스스타일아이콘>만의 익스클루시브한 오프라인 잡지도 내고 있습니다.



Q. 기성잡지에 대한 반항심에서 출발하셨다고 하는데, <캠스콘>을 만들게 된 보다 구체적인 동기나 계기가 있나요?

창업경진대회에 창업아이디어로 출품을 했는데, 그걸 실제로 만들게 된 거구요.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죠.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한양대를 포함한 주변 몇 개교에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반응도 의외로 괜찮고, <캠스콘>의 실제 주인공들인 디렉터들도 활동을 재밌어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해줬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업화해서 넓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네요.


Q. <캠스콘>의 대표이자 한양대학교 학생이신데, 대학생 신분으로 패션사이트를 운영하고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요?

지금은 휴학을 하고 <캠퍼스스타일아이콘>에만 열중을 하고 있어요. 하루 일과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10시에 출근을 하구요. 노는 시간이나 여가시간이 별로 없어요. 눈 떠있을 땐 일하고, 눈감을 땐 자는 수준이에요.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출을 받아서 운영할 정도로요. 지금은 투자단계라고 생각합니다.


Q. 사이트 운영과 잡지 발행 외에도 플리마켓이나 파티기획 등 많은 활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미국 <컬리지패셔니스타>라는 사이트와 제휴관계도 맺고, 의류기업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하구요. <컬리지패셔니스타>나 기업과는 어떻게 컨택하시게 되었나요?

<컬리지패셔니스타> 같은 경우는, 제가 그 사이트의 운영자 이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통화 한번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스카이프로 통화하고, 그렇게 뜻이 맞아서 관계를 맺게 되었구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좀 있었죠. 푸마나 에잇세컨즈 같은 기업들은 제가 먼저 제안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먼저 연락이 왔어요.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퍼지고 유명해지니까, <캠스콘>의 가능성을 보고 먼저 연락을 주신 것 같아요.


Q. <캠스콘> 대표를 하면서 가장 힘들고 회의를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대기업에서 <캠스콘>의 인재를 빼갈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잠재력이 높은 대학생들이 모여있다 보니 핵심멤버를 대기업에서 많이 빼갔어요. 어려운 시기도 함께 보내고 같이 고생하던 동료들인데, 늘 함께였던 동료들이 없어지니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Q. 그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캠스콘>을 계속 이끌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 것 같나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아요. 그 친구들 덕분이죠. 여기서 꿈을 키워가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이건 내 사업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패션에 대한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금 당장 내가 힘들더라도 그 꿈을 계속 키워주고 싶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기더라구요. 저는 그저 뒤에서 돕는 존재이고, <캠스콘>의 주인공은 디렉터라고 생각해요.


Q. 패션 산업은 꾸준히 성장 중인 산업이고, 미디어나 젊은 사람들의 관심도 엄청난 충분히 영향력 있는 경제분야 잖아요? 그럼에도 아직 패션을 그저 생각 없이 겉치장에만 매진하는 '딴따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치권에서도 패션산업을 여타 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듯 하구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른들의 그런 시각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하고 싶어요. 기성세대 때는 옷 잘 입는 사람이 멋만 부리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부지런한 거에요. 아침에 30분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히 자기관리를 하는 거니까요. <캠퍼스스타일아이콘> 멤버나 각 학교의 선정된 아이콘들도 그저 옷‘만’ 잘 입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옷‘도’ 잘 입는 사람들이 많았죠.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관리에 투철한 거니까, 이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런 부정적인 시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패션시장이 되게 후진적이었어요. 실제로 최근 글로벌 spa 브랜드가 국내 패션시장을 고작 3년 만에 평정을 했어요. 국내패션기업들도 무너져 갔구요. 패션산업도 우리가 이제 글로벌하게 키워야 하는 중점산업인 만큼, 후진적인 패션산업을 선진적 패션산업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Q. 패션에는 항상 금전적인 문제가 따라다니는 것 같아요.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들 조차 옷을 잘 입었나 못 입었나를 비싼 브랜드를 착용했는가로 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런 한국 패션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원준씨의 패션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비싼 옷만 입었다고 해서 옷을 잘 입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패션이 대중과 너무 동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것이 패션이고 패션이 대중적인 것이죠.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허영심을 좇기 위한 패션이 아니라, 대중이 ‘멋’을 사랑하게끔 하는 패션 문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허영심을 좇아서 옷을 사고 가방을 사는 게 아니라, 패션을 통해 멋과 삶의 가치를 찾는 것. 그게 제 패션철학이에요.


Q. 남원준씨의 꿈은 뭔가요?

우선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을 한국을 뛰어넘는 글로벌한 캠퍼스 매거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일차적인 꿈이에요. 중국이나 일본 친구들도 <캠퍼스스타일아이콘>을 보고 패션을 따라할 수 있도록…. 그래서 결과적으로 패션의 한류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Q. 대한민국 20대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뽑고 있어요. 일단 과거사를 제대로 청산하는 것. 저는 민족의 화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나라는 세대간 ․ 지역간 ․ 계층간의 갈등, 그리고 빈부갈등이 너무 극심해서 이렇게 가다간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사회가 될 것 같아요. 그러지 않으려면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과거의 과오에 대해 공개를 하고, 인정을 하고, 그리고 과거의 과오로 인해 얻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그런 모습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걸 바탕으로 해서 계층간 ․ 세대간 화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든 아니든, 저성장이더라도 온 국민이 더 이상 어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심성 복지정책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선심 쓰듯 비현실적인 복지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복지정책 ․ 잘 짜여진 복지정책 ․ 경제성장을 도울 수 있는 복지정책이 마련되야 할 것 같습니다.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복지 ‘산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부디 지혜로운 대통령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