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보면 몸을 들썩이게 하는 로고송과 유명 연예인의 출연, 무엇보다 싼 이율 ‘0%’를 내세워 서민층을 겨냥한 대출광고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그만큼 서민살이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찌라시는 자신들의 대출 상품을 쓰라 한다. 돈이 급한 한 사람은 광고 전단지를 접어 뒷주머니에 넣거나 CF속에 중독성 있는 전화번호를 흥얼거린다. 이런 금융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금융 에이전시에서 중개 일을 하는 이선영씨다.

손님은 전화로 대출상품 문의를 하고, 선영씨는 각 손님의 신용에 맞게 대출상품을 추천해 준다. 하지만 손님의 신용조건이 금융사의 조건과 맞지 않을 땐 죄송한 말을 해야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을 접할 때 선영씨의 마음은 아프다. 돈이 필요한 분들에게 좋은 대출 상품을 소개해 주고 싶지만, 마음만 앞설 뿐 현실은 모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바라보는 선영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Q.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저는 29살 이선영이고요. 경기도에 살아요.


Q.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요?

금융사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어요. 일한 지 1년 정도 됐고요. 제가 하는 일은 대출이 필요하신 분들의 신청을 받아서 그분들 신용조건에 맞게 금융사 쪽에 중개하는 거예요. 저희가 다루는 금융사는 캐피탈, 저축은행, 소비자 금융권 등 제1금융권을 제외한 금융사에요.

 



Q.현재 금융사 에이전시는 어떤 상황인가요?
 

요즘 몇몇 소비자 금융권이나 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받았잖아요? 금융권이 영업정지를 받아 영업을 못하면, 금융 에이전시의 거래처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현재 금융사 에이전시는 힘든 상황이에요. 없어지는 회사들도 있고요. 금융사는 문을 계속 닫다보니, 1금융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제2 금융권에서 대출받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신용 조건 안 좋은 사람들은 많은데, 금융사는 줄어들고 대출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예를 들어, 생활자금이 필요해서 대출 신청을 계속했는데, 과다 대출로 해서 많은 부채를 지게 되니 그분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조건은 더욱 어려워지는 거예요. 개인대출권이 많은 분들이 실질적으로 다시 한 번 생활자금이든 이자든 돈이 필요해서 신청하면 저희 쪽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Q.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기존 소비자 금융권에서 1년 반 이상 심사 직에서 일을 하다가 아시는 분의 권유로 일하게 됐어요. 심사 직은 고객님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손님의 서류를 보고 가능금액은 얼마인지 알려드리고 송금까지 해주는 일이에요. 금융계통에서 일한 지 언 3년이 됐네요.

 
Q.보통 하루에 얼마나 전화가 오나요?

하루에 못해도 80~100건 정도 상담이 들어와요. 한분하고 통화하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 정도해요. 시작한지 3년 전에 비해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짐을 많이 느껴요.

 
Q.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을 직접 접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절박함이 느껴질 것 같아요. 어떤가요?

당연히 느껴요. 대출은 돈이 필요해서 받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아도 고객님들께서 사생활을 다 털어 놔요. 대부분의 손님은 돈이 없어서 힘들다며 “소액이라도(100-200만원) 부탁한다.”고 말하세요. 대출상품을 소개해 주고 싶어도 실질적 조건이 안 되는 사람이 다반사에요.

 
Q.기억에 남는 손님은 없나요?

저랑 오래 거래를 했던 고객이 있었어요. 생활고가 심하시고, 암 투병 중인 분이었어요. 돈은 돈대로 필요하니까 그분이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대출 가능한지 물어봤어요. 그분은 또 빚 독촉에도 시달리고 있었어요. 아픔과 빚 독촉…. 소액으로 도움을 드렸지만, 또 찾아오셨을 때는 신용도가 안 좋아져서 대출을 못 해 드렸어요. 거절했을 때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또 다른 손님은 대출해줘서 고맙다며 “주소 알려주면 우리 지방 특산물 보내주겠다”고 하신 분도 있어요. 금융 에이전시를 통해 큰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로 신용이 뒷받침되지 못해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Q.진상손님도 있을 텐데요?

네 있어요. 안 좋은 업체를 통해서 피해 본 분들은 “너희도 똑같은 데 아니냐?”라고 하세요. 수수료 업체에서는 대출해준다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요구해요. 수수료 지불을 하고 대출을 못하는 경우가 있죠. 불법적으로 영업하시는 사람 때문에 피해 본 고객들은 그러시기도 하는데, 그분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고객분들이 주의하셔야 할 점은 찌라시라든가 신문 광고 보고 사채를 쓰시는데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그 업체가 대부협회에서 등록되어 있는지 먼저 알아보셔야 해요. 일방적으로 금전을 요구한다거나, 수수료를 요구 하거나, 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할 때는 의심하셔야 해요. 급하다고 해서 뛰어들어 받으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나 조회건수를 삭제해주고 대출받게 해줄 테니 수수료를 내라’ 이런 것 경계하셔야 해요.


 
Q.20대도 금융상품 상담을 많이 하나요?

젊은 분들 전화 많아요. 대출받을 수 있는 나이 만20부터 많게는 70대까지 전화가 와요. 젊은 분들은 생활자금, 카드빚, 통신 연체비 때문에 많이 전화해요. 20대 어떤 분은 본인 신용으로 대출을 못 받으니까 동생을 보증 세워서 보증 대출권으로 해서 돈을 빌렸어요. 보증 대출권으로 돈을 빌렸다는 것은 그분 신용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Q.요즘 대학 등록금이 비싸잖아요. 혹시 등록금 문제로도 상담전화가 오나요?

부모님께서 자식 등록금이나 대학원 등록금 마련하기 위해 전화가 간간이 와요. 대부분 학자금은 1금융권을 통해 먼저 받으시기 떄문에 추가적으로 필요하신 분들은 가끔 전화를 하세요.

  
 
Q.전반적으로 봤을 때, 손님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햇살론은 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를 쓰시는 서민을 위해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에요. 나라에서 서민에게 혜택 주려 만들어 취지는 좋지만,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워요. 서민은 계약직일 수도 있고, 소득 증빙이 안 돼는 분들도 있고, 프리랜서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분들도 있죠. 서민에게 저금리 대출은 더 절실하지만, 신용 조건이 안 돼 저금리 대출, 햇살론 혜택을 못 받아요.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죠.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 이자 막기 위해 대출을 또 받게 되는데 결국, 서민을 더 죽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저금리대출 상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20대의 끝자락 선영씨의 20대는 어땠어요?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뭘 하든 그 자리에서 성실하려고 했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앞만 보고 달려오니까 후딱 지나간 게 20대더라고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경험을 많이 해봤던 것 같아요. 후회는 없어요. 그런 경험들이 제 삶에 큰 도움이 돼요.

 
Q.앞으로의 선영씨의 방향은?

지금은 비싼 고금리 상품을 다루고 있지만, 고객들이 더 좋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게 도와주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1금융권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 금융권에서도 좋은 상품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Q.곧 대선인데,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 대해 이론과 경험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통치력이 있는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해요. 시대 흐름에 맞는 사람, 말만 많이 하는 것 보다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끔 차근차근 준비해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물가가 너무 비싸요! 돈을 많이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나가면 다 비싸니까 지출이 많아져요. 물가 안정 좀 시켜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