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산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긍정적인 시선은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주목한다. 한국의 드라마, KPOP을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최근 강남스타일 열풍은 발전하는 KPOP의 또 다른 잠재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다른 시선, 부정적인 시선은 문화예술계의 허약한 기반을 주목한다. 드라마, 영화 촬영장에서 일하는 스텝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한다. 어느 시나리오 작가는 생활고 끝에 죽어야만 했다.

 그 화려함과 가능성으로 많은 20대들이 문화산업을 선망하지만 그 현실을 엿듣고 나면 이내 직접 뛰어들기를 망설여 한다. 그 두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많은 20대들이 방황한다. 오늘 만나볼 대학생 김지은씨도 고민하는 여러 20대들 중 한명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지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10학번, 나이는 22살이고. 이름은 김지은 입니다. 


Q: 입학한 이후로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김지은: 5월로 기억해요. 입학하자마자 우리학교 50주년 기념공연 ‘미라클’을 한다고 배우를 모집했어요. 신방과 교수님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특히 신방과 학생들에게 홍보가 잘 되어있었고요. 마리아 역을 성모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두 명을 10학번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기에 지원했었죠. 

처음에 우는 연기도 해보고, 높은데서 떨어지면 밑에서 다른 배우들이 받쳐주는 연습도 해보고. 어렵기보단 재미있던 것 같아요. 실제 공연을 엄청 많은 분들이 오셔서 보곤 했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1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 때 10분 연극이라는 단막극을 했어요. 학교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10분 연극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면서 배우를 모집하더라고요. 여름방학에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모집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을 했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10분 연극 프로젝트의 주최자분이 계시던 연극반도 자연스레 시작했어요. 
 
원래 연극을 좋아하긴 했어요. 아빠도 대학 연극동아리 출신이셨고. 덕분에 부모님과 연극도 보러다니고, 함께 연극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기회가 있으면 한 번 해보고 싶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돼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1학년 때는 주로 연극반 활동을 했나요? 다른 재미있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지은: 여름방학 동안 ‘서울 문화의 밤’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서울 문화의 밤이 무엇이냐면, 보통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나면 문화시설이 닫혀서 이용할 기획가 없잖아요. 퇴근하고 나서도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홍대, 이태원, 북촌 등 서울 곳곳에서 여는 거죠. 그날은 미술관도 밤 12시까지 연장개방하고, 거리공연도 많이 했어요. 그 날 하루는 퇴근 후에도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게끔 도와주는 일이에요. 


Q: 2학년 때 ‘레퀴엄6’라는 뮤지컬에서 배우로 활동했다고 들었습니다. 연극에서 뮤지컬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지은: 뮤지컬과 연극은 또 다르잖아요.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지컬이 흥미롭기도 했고, 마침 레퀴엠6를 연출하는 분이 제가 수업을 듣던 연출입문 과목의 교수님이셨던 것도 운이 좋아죠. 더군다나 안무, 음악에서 프로 분들이 붙어서 지도해주시니까 욕심이 나기도 했고요. 아마추어는 아니면 그런 것을 받아 볼 기회가 없잖아요. 

뮤지컬은 연극과 달리 연기에 쏟는 노력만큼을 노래와 춤 연습에 할애해야 했어요. 노래 연습하는 시간에 합창단, 배우 분들과 같이 앉아서 음역을 맞추는 연습도 하고, 안무 연습 시간엔 따로 소극장에 가서 안무감독님이 지도하는 연습을 받았죠. 이것저것 시켜보시고, 저희들이 소화할 수 있으면 그대로 나가고 아니면 안무를 바꾸기도 하고요. 

3학기 이후 뮤지컬 하고 나서 연극동아리에서 음향 일을 했어요. 음악을 구해오고 편집하고 타이밍 맞춰서 콘솔을 조작해 직접 내보내는 일이죠. 연극과 뮤지컬을 무대 공연을 해봤으니까 그 다음에 음향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대컨셉에 맞는 음악 가져와 편집하고 합성하고. 이런 일들이 재미있던 것 같아요.


Q: 연극, 뮤지컬에서 종횡무진 활동했네요. 그 이후에도 꾸준히 대외활동 경험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김지은: 서울문화의 밤을 하고나서 문화예술 방면의 대외활동을 더 해보고 싶어서 ‘Daum 컬쳐 프렌즈’활동을 해봤어요. 이것 해보면 혜택이 많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콘서트도 많이 보러 다니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요. 

최근에는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포털이라는 사이트에서 ‘문화PD’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문화PD는 문화 관련 생활정보를 5분 정도의 UCC로 만들어서 포털에 업로드 하는 일을 해요. 매 월 키워드가 나오면 기획부터 촬영, 제작까지 모두 제가 직접 참여해서 만들어요. 방송국 분들이 오셔서 강의도 해주고. 카메라부터 녹음실, 편집실 대여도 해주는 등 지원이 많은 편이죠. 만든 영상은 심사위원들이 평가해서 상금을 주기도 하고요. 


Q: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네요. 이런 활동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한 개 한 개 도전한 건가요, 아니면 정말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다다르게 된 건가요?

김지은: 첫 시작은 잉여탈출? 1학기가 가고, 2학기가 가고. 대학 생활이 심심해서 시작했어요.  저는 학교 안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바깥 활동도 하고 싶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동네 친구들만 사귀고 대학 안에 갇혀있으면 대학 친구들만 사귀니까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대외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경험해보니까 나쁘지 않고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서 계속 그런 일들을 찾고 찾았던 것 같아요. 이런 활동들을 통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보단 오히려 순간순간의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Q: 어떻게 이렇게나 문화예술 방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김지은: 부모님 영향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아빠가 연극동아리를 하셨고 엄마는 클래식기타 동아리를 하셨어요. 음악 좋아하셔서 집에 유명한 가수들의 LP나 CD도 많이 있고요. 부모님이 제가 커서 뭐가 될지는 몰라도 저를 이루는 밑천과 기반이 되는 것이 문화예술이고 그 기반이 튼튼해야 더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갖든 간에 어렸을 때 문화예술 경험을 충분히 해야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덕분에 인사동 갤러리도 돌아다니고 예술의전당에도 자주 다니고. 연극도 많이 봤어요. 1달에 1,2편은 꼭 본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쭉 써왔거든요, 여섯 살 때 쓴 일기를 보니 제 꿈이 예술가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걸 보니 난 어렸을 때부터 확고부동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구체적인 장래희망은 있나요?

김지은: 원래 신방과 갈 때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PD를 생각했죠. 음악이나 예능 쪽 피디가 하고 싶었어요. 글 쓰는 쪽도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고요. 예전부터 글쓰기를 잘하고 또 좋아해서 조그만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취미로 간간히 해보고 싶어요. 미디어 기업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포털사이트 대외활동을 하다 보니 포털사이트 쪽에도 관심이 생겼고. 





Q: 그래도 단순히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과,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이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장래희망으로 구체화시킨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지은: 제가 어릴 때부터 글쓰기 상을 많이 받았어요. 시를 지으면 학교에선 매번 최우수상을 타고, 서울시 규모 대회에서도 순위권에 들어갈 정도였죠. 하지만 문화예술 방면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제가 직접 무용이나 노래를 하는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았어요. 저를 확실히 알고 나니 몸으로 하는 것들은 재능이 없지만 그 이외엔 나름 재능이 있던 것 같다고 생각했죠. 

고등학교 때도 신방과 진학을 목적으로 삼기도 했지만 신방과 합격하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우리학교 신방과가 독특하게 다른 학교엔 없는 연극, 영화 강의가 엄청 많아요. 단편영화 제작, 대본 창작 등 연극영화과 적인 과목이 많이 열려요. 이런 과목들도 듣다보니 그런 쪽에 관심이 더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떤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 또는 하기 싫다 이런 생각을 하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이런 쪽이고 잘 하는 것도 이쪽이니까 열심히 하다보면 굶어죽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 물질적인 부를 비교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더 좋은 차, 더 좋은 백, 더 많은 돈. 저는 그런 욕심은 없던 것 같아요. 물질적인 것으로 사람을 비교하기보다 제 자신에 대한 정신적 프라이드가 강하니까.


Q: 그래도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잖습니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꿈꿀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김지은: 어느 일이든 즐길 때와 업으로 할 때가 다른 것은 노동의 숙명인 것 같고요.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위의 압력 때문에 바뀌는 경우에요. 윗사람들이나 자본의 논리에 작품이 완전히 망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저는 그것도 극복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이 특히 자기작품이라는 것에 프라이드가 강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장사하는 사람들도 100% 자신이 원하는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문화예술도 자신이 하고 싶은 100%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긍하는 한 편 자기만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까진 타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선을 넘으면 이건 정말 내 본질을 잃는 것이다. 이런 것들 말이에요. 

영화나 연극판은 소수 말고는 가난하게 산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재정적인 요소가 안 걸리는 것도 아니에요.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 타협하는 것도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방송국이 경쟁률이 높은 이유도 금전적이 부분이 보장이 되기 때문이잖아요. 최근엔 일반 회사들도 문화마케팅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사업도 많이 하니까 일반 대기업 취직을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한 쪽으로 정하기보단 제 안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면서 이것도 하고 정보 많이 알아보고 가능성을 여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부모님이 재벌도 아니고 제 살길을 마련해야 하니까요. 


Q: 돈 문제를 조금 더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판 하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돈을 적게버는 사람조차 많은데,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김지은: 예술도 일단 자본주의 사회 안에 있으니까 실력 있는 사람이 돈도 잘 벌고 실력 없는 예술가가 돈을 덜 버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성과 대중성을 떠나서 그 논리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중간자라고 생각해요. 

영화같은 경우엔 배급사라든가, 음악 같은 경우 음원사이트나 엔터테이먼트 회사들이 문제에요. 아티스트의 역량을 따라 돈을 잘 벌고 못 버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중간에 다른 사람들이 개입해서 정작 아티스트가 제 돈을 못 버는 구조는 문제인거죠. 영화도 처음 몇 개의 스크린에 걸리느냐로 흥행이 결정되니까요.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만약 대중과 예술가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아티스트들에겐 좋겠죠. 


Q: 자신의 현실과 관련해서,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김지은: 이제 정부에서도 문화예술 방면에 지원을 해준다고 해요. 외국에서 시행하는 예술가 보험 이야기도 나오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지원해준다는 쪽으로 기획이 많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대안도 좋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중간자 문제가 있잖아요. 저도 구조를 자세히는 모르니까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수는 없는데, 그 중간 유통 과정에서 거품이 빠지고 조금 더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당장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한데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문화예술 방면또한 당장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구조 자체가 변화해야 근본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조를 변화할 수 있는 정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다음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김지은: 정치적 무관심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도 솔직히 정치에 깊이 관심 있고 그런 편은 아니에요. 왜냐면 저 사람이다라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 별로 없던 것 같아서요. 언론이나 대외적으로 비춰지는 이미지와 달리, 내가 저 사람을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데 내가 저 사람을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지,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이 연기일수도 있잖아요. 결국은 피상적인 편 가르기 논리로 결론 나는 것 같아요. 정책도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내가 잘 모르는데 그쪽에서 좋다 해서 정말 좋다고 믿을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회의주의에 빠지면 결국 마지막엔 부모님 따라 찍고 애들 말 따라 찍고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정치인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는 없어요. 정치인이 국민 모두를 만나 이야기 하는 것은 이상적인 방법인 거고. 대신 정치인이 진심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대학생이지만 정치에 대해선 더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잖아요. 정책도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