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술집, 노래방, 당구장, PC방을 빼면 과연 놀만한 곳이 있을까? 이러한 패턴의 연속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대학생은 다수다. 하지만 우리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값비싼 공연을 보러가거나 무언가 창의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무리다. 그 옛날 통기타와 막걸리 한잔에 얘기하던 대학생들의 낭만적인 문화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우리는 거대자본의 즐길거리에 주저하고 어느새 인가 술집과 PC방만을 찾아가기에 급급해졌다. 하지만 아직 섣불리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옛 향수를 간직한 채 우리들의 문화를 다시 만들어가는 단체가 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볼 인터뷰이는 청년문화기획집단 말랑말랑의 기획가 정민채씨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한신대학에서 문화콘텐츠를 공부하고 있는 21살 정민채라고 합니다.


Q.
청년문화기획집단 말랑말랑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어요. 소개해 주세요.


청년문화기획집단 말랑말랑은 청년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놀이를 창조함으로써 잊혀졌던 청춘의 유쾌함을 되찾으려 하는 단체입니다.


Q.
고함 20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요?


고함20에는 괜찮은 기사들이 많아서 평소에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그런 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Q. 기획집단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청년문화기획집단 말랑말랑은 청년들과 재미난 삶을 함께 살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어요. 언론에서 떠드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참 싫었거든요. 청춘은 즐겁고 신나게 보내야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었어요. 친구와 그런 맥락의 이야기를 하다가 어쩌다보니 말랑말랑이 생겨났어요. 집단이라고 해봤자 기획팀인 저와 제 친구밖에 없지만 앞으로 천천히 저희와 뜻 맞는 청년들과 함께 할 예정이에요. 현재는 20대를 위한 공연 중심의 행사들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지요. 지금까지 세 번의 공연을 올렸고 이후에는 좀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생각입니다.


Q.
현재 우리 20대 청년문화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참 놀 곳이 없어요. 술, 피시방, 노래방, 카페, 영화관, 이것들의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어요. 좀 색다르다 싶으면 당구장이고 북카페나 고양이 카페들이죠. 거리는 온통 돈 낼 곳 투성이고, 돈 안내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빈틈이 있어야 뭔가 창조할 수 있는데, 온통 꽉꽉 막혀있어서 그럴 엄두조차 안 나요. 그렇게 청년들은 떠돌게 되는 것 같아요. 정해진 패턴을 그대로 밟아가면서 지금 ‘논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놀이에 참여하는 그런 경험들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아요.


Q. 단체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어려운 건 홍보 창구가 없다는 점이에요. 말랑말랑을 지속시키려면 지인들이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많이 와야 되는데,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현재 저희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신촌 컵케이크 카페 ‘달콤한 co-끼리’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다른 분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되게 궁금해요.


Q.
재밌는 에피소드는 있나요?


첫 공연 때였어요. 정말 무작정 시작한 거라, 관객들이 다 오긴 할까, 우리 공연을 재밌어 해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 날 저희 공연 보러온 공연자 친구들도 다음 공연할 때 자기들 꼭 써달라고 하고……. 공연 끝나고 다 같이 뒤풀이 하는데 ‘아, 우리 잘했구나.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엄청 뿌듯했어요. 기획팀이랑 공연팀 서로서로 칭찬하고 분위기는 훈훈하고……. 그 때만큼 행복했던 때가 없는 것 같아요.


Q.
사실 현재의 문화기획이 소비적이고 대자본적인 경향이 강한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 문화기획을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어서 실상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가 지양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에요. 저희는 언제든지 사람들이 찾아와 안식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도들을 하고 싶어요. 정말 돈 주고 저희들을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어울리는.


Q.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항상 꿈을 꾸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나중에 죽을 때도 ‘아, 이만하면 잘 살았네’ 싶은 생각이 들게끔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상이 어둡다고 해서 저까지 어두워질 필요는 없잖아요?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흔들려도 계속해서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말랑말랑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겨울에, 뜨끈한 아랫목에서 까먹는 귤 같은 집단!


Q.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 혹은 대선 공약이 무엇인가요?


이미 문재인이 무상교육・무상보육・무상의료라는 공약을 내놔서…… 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발 주거 문제 좀 해결해줬으면 해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신을 뽑은 게 차악이 아니라 최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