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스물 둘의 여대생’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고함20의 ‘100인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도, “왜 나를 인터뷰 하려고 하지?” 의문을 품었다는 그녀.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누군가의 친구일수도, 후배일수도, 선배일수도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자 전문직 취업준비생인 이지희씨(22)는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친구들과 카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자기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사람이었다.

“아직도 ‘나는 나중에 뭘 할까’ 고민하는 친구들을 위해, 후배들을 위해,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제가 한 말이 더 와 닿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그녀. 그렇게 평범한 그녀와 더 없이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그녀와의 일문일답.

Q. 간단하지만, 멋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목포 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지희팅게일’ 이지희입니다.


Q. ‘지희팅게일’이라는 표현이 재밌어요(웃음). 본인을 그렇게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가 나이팅게일이잖아요? 저도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어 늘 ‘지희팅게일’이라고 소개를 해요(웃음).


Q. 우문인줄 알지만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졸업 후 간호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나요?


네, 간호사가 되려고 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하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만 떠올리는데, 사실 간호학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간호사는 어디에서나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학교나 산업현장과 같은 다양한 곳에서 간호사가 근무할 수 있어요. 요즘은 스포츠와 간호학을 접목시키는 경우와 같이, 다른 학문과 결합시키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나중에 스파와 간호학을 접목시켜, 조금 엉뚱하지만 큰 목욕탕을 차리고 싶어요.


Q. 스파와 간호학의 접목이라니 인상적이네요. 그런데 굳이 큰 목욕탕을 차리려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 할머니가 무릎이 많이 안 좋으셨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와 목욕탕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따뜻한 물에 들어가고 나면 몸이 개운해지고 다리가 덜 아프다.”고 하셨어요. 좋은 간호사가 되기 위해 간호학을 전공하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큰 온천을 차려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웃음).


Q. 얼마 전, 고함20 ‘100인 인터뷰’에 소개된 현직 간호사분 인터뷰를 읽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떠셨
나요?


그 분도 말씀하셨지만, 저도 직접 실습을 나가면 학교에서 배운 것과 직접 겪는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많이 느껴요. 실제로 이 부분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기도 하죠. 열심히 공부해놓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으니까 걱정이 되긴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중에 나도 직접 일을 하다보면, 요령도 생기고 감정도 무뎌지겠구나. 그러면 내가 처음에 꿈꿨던 간호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러면서 어떤 모습으로 간호사를 하고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Q. 실습 중에 겪은 일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셨던 아주머니 환자 분이 계셨어요. 그러다 병세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죠. 사실 제가 학생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아요. 혈압재기, 맥박 체크하기, 체온재기, 이상 있는 환자 말씀드리기 이 정도거든요. 그 환자 분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 발을 닦아 드리고, 발톱을 깎아 드렸어요. 그렇게 큰 일 한 것도 아닌데, 가족 분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고, 나중에 그 환자 분이 의식을 되찾으셔서 제일 먼저 저를 찾으시더라고요. 이 때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평소 성격이 긍정적이라고 들었어요. 지희씨도 취업 생각 때문에 골치 아팠던 적이 있나요?


요즘에 간호학과가 늘어나고, 간호사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어요. 그럴수록 실력 좋은 학생들을 원하는 건 물론이고, 잘 다져진 스펙을 요구하죠. 학교에서도 면접 준비는 물론이고, 토익, 영어회화, 제 2외국어와 같은 것들을 준비하라고 많이 얘기해요. 더 좋은 병원에 취직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니까 당연히 압박감이 있죠.


Q. 그렇다면 취업준비를 위해 계획 중인 활동이 있나요?


사실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는 건 없어요. 휴학에 대해서는 고민한 적이 있긴 해요. 이번 여름 방학 때 실습하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구나.’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릇이 작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생각과 올해 생각이 다르니까, ‘나한테 1년이 더 주어진다면 다른 경험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휴학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많더라고요. 소록도로 4박 5일 동안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어요. 계획 중인 활동이라기보다 본격적으로 병원에 취직하기 전에 다른 것들을 더 경험하고 싶은 것들은 많아요.


Q. 취업 생각이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하나요?


시간이 흐르고, 작은 일들이 모여 지금 이 순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잠깐 동안이라도 빠질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이 똑같으면 지치고 힘드니까 작은 것이라도 집중하고 열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죠. 저는 그래서 제가 사는 기숙사에 깻잎도 심어보고, 한 때는 책에 빠져 살기도 하고, 절주동아리에서 열심히 동아리 활동도 했죠. 그리고 다른 학생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사람들 만나는 것을 되게 좋아해요. 학과 공부에 지칠 때면, 친구들이나 가족들 만나서 즐거웠던 기억들 떠올려요. ‘그 사람들과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 가지려고 해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 ‘절주동아리’라니, 흥미롭네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간단히 이야기 해주세요.


‘알콜리즘’, ‘알콜의존자’의 첫 시작은 어떻게 보면 술 마시기 시작하는 우리 나이 때부터 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시작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절주 캠페인도 하고, 술 없이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도 해요. 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요. 그리고 생각보다 절주에 대한 도구들이 많아요. UCC도 그 중 하나겠죠. 저도 이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중에 간호사가 되면 알콜의존자 분들을 환자로 만날 수도 있는 건데, 알아야 그분들을 잘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보니까 간호사가 천직인 것 같아요(웃음). 원래 꿈이 간호사였나요?


아니에요(웃음), 사실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문화관광부 장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먼저, 큐레이터가 되어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돈 없는 사람들도 문화생활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수능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아서 간호학과에 오게 되었어요. 그렇게 꿈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배우다 보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Q. 취업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대학이나 학과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나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간호학과라는 것보다는 지방대에 다닌다는 생각이 커서 창피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다니다보니까 학교나 과에 상관없이 그 사람이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제가 만약 다른 지방대학, 다른 학과에 갔으면 그 곳에서 다른 꿈을 꾸었을 것 같아요. 그만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간호사는 ‘여성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본인이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저도 ‘남자 간호사는 여자 간호사보다 덜 섬세할 것이고, 간호사는 여자 직업이다.’라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죠. 중환자실 같은 경우는 남자 간호사도 많고, 여자 간호사들보다 더 꼼꼼하게 일하시거든요. 간호사는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게 중요한데, 남자선생님들도 그런 면에 있어서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간호학과에 남자가 적긴 한데,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요.


Q. 간호학과가 늘어나고 간호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지희씨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나요?

사실 제가 쌓아놓은 스펙이 없긴 해요(웃음). 그렇지만 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 할 때에도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요. 간호사라는 직업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환자들을 계속해서 만나야 하니까, 제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본인이 추구하는 ‘간호사의 자질’ 같은 것이 있나요?


저는 간호사가 ‘배워서 남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가 모른다거나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거듭해서 알려줘야죠. 환자를 내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습 복 처음 입었을 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나요.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것처럼, 최대한 예쁘게 준비해라. 그리고 늘 10분 먼저 준비해라.” 다른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것이니 만큼 시간 약속이 중요한 게 사실이죠.


Q. 추상적이긴 하지만, 본인이 가진 큰 꿈이 무엇인가요?


사랑받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이건 작년 ‘나이팅게일 선서식’때 했던 다짐이에요. 그 때는 실습 나가기 전이었고, 정말 초심을 간직했을 때였죠.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거니까 간호사에게는 무엇보다 지식이 중요해요. 또 따뜻한 마음도 중요하겠죠. 그만큼 베풀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간호사 입장, 실습 학생 입장, 환자들 입장에서 원하는 ‘간호사 상’이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랑받는 간호사가 되고 싶은 건 모두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정치권에 전달하고 싶은 공약이나 제안이 있나요?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입시 위주고, 아직 학생들의 꿈을 키워줄만한 교육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이제야 간호학과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는지 알게 됐거든요. 고등학교에서는 무슨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죠. 획일적인 교육 말고도 여러 가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꿈이 없는 친구들에게는 꿈을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집이랑 먼 곳에서 실습하는 동안 고시원에 살면서 느낀 건데요. 즉석식품(3분 요리)이 더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서, 더 맛있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즉석요리 먹는 사람들 대부분이 집 떠나 외롭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 일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고시원 잠깐 사는 동안 그랬으니까요. 물론 집 밥 만한 것이 없고, 입맛이야 사람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즉석요리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가공 과정 감시도 철저히 하고, 더 영양가 높은 즉석요리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정치가 절대 어렵거나 내 얘기가 아닌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 '온 국민의 것'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은 급성질환보다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개개인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일수록 정부차원에서의 지원과 관리에 더 관심을 갖고 의료혜택을 국민 모두가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또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의료인들을 위한 제도 지원도 아끼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업무환경 개선이 궁극적으로 간호서비스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 ‘추억상자’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추억상자에 추억을 담고 있다는 그녀. 추억상자 안에는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일기장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극복하고 기른 새끼손톱·고등학교 때 가방 속에 우연히 떨어진 낙엽도 들어 있다. 이 얘기를 듣고 “최근, 추억상자에 무엇을 담았나요?”하는 질문에, “오늘 인터뷰가 가장 큰 추억이 될 것 같은데요(웃음).”라고 답하는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