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칸남자’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논란이 된 적 있다. 한글의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맞춤법에 어긋나는지를 알면서도 제목을 ‘차칸남자’라고 한데에는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목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목부터 드라마의 세세한 한 부분까지 기획 의도를 담아내는 사람들, 바로 연출자들이다. 


고함20 그럼이만의 61번째 주인공은 연출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명지영(24세)씨다. 배우나 가수들은 카메라 앞에 서면 설렌다고 하지만, 명지영씨는 카메라 뒤에 서서 카메라로 그 배우들을 바라볼 때 설렌다. 그만큼 연출의 매력에 푹 빠져있지만, 프로감독님들을 보면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연출공부를 해 나가는 것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연출을 향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대학생 명지영이라고 합니다.


Q. 연출을 공부한다고 들었어요. 연출을 한다는 건 구체적을 어떤 일을 말하는 건가요?

연출을 한다는 건 그게 보면 하나의 작품,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모든 일을 의미해요. 예를 들면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출자가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촬영할 장소를 일일이 돌아다니죠. 이처럼 연출자에게는 시나리오 배우 그리고 장면까지 하나하나 중요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면 ‘이 장면에서는 어떠한 촬영 구도로 이런 느낌을 담고 싶다.’라는 느낌까지 스태프에게 전달하죠. 스태프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 이기 때문에 연출자의 요구를 누구보다 잘 반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마냥 연출자가 요구하는 입장들은 아니에요. 스태프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고 연출자와의 관계도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기 때문에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협력과 소통을 해요.


Q. 연출은 언제부터 배우신 거예요?

중학교 3학년 때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위해서 서울까지 아카데미를 다녔어요. 그 아카데미가 사진 뿐만 아니라 연출도 가르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카데미를 다니다 우연히 연출수업을 접하게 되고 (연출을) 배워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학원에 이야기를 하고 일주일 동안 청강을 듣고는 ‘연출을 배워봐야겠다.’ 하는 마음을 먹고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연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학원이 서울에 있어서 정규적인 교육을 받기는 어려웠고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서 연극하는 친구들이 연출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식으로 연출을 공부했죠. 그리고 방학이 되어서 선생님들을 만나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웠구요.


Q. 그러면 그때부터 진로를 연출로 정하신 건가요?

(중학교 때 이후) 연출을 계속 공부해 오기는 했지만 제 (대학)전공은 사실 독일어예요. 제가 중학교 시절 독서나 글짓기로 상을 몇 번 받기도 하고 시나리오를 쓰는데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도 만나면서 연출에 대한 흥미와 꿈을 키웠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제가 예술을 하는걸 반대하셨어요. 대신에 언어를 배웠으면 하고 바라셨어요. 그 때의 절충안이 독일어였어요. 독일어를 배워서 독일로 연출 공부를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독일은 한국보다 예술에 대한 인식이 높고, 예술을 하는데 있어서 제한 없이 자유롭거든요. 독일어를 좀 더 열심히 배워서 독일에서 영화를 배워보고 싶어요.




Q. ‘연출은 이래서 매력적이다’하는 것이 있나요?

흔히 배우나 가수들은 카메라 앞에 서면 설렌다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카메라 뒤에 서서 카메라를 켤 때, 모니터로 배우의 연기를 볼 때 설레요.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연출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연출자가 이 장면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지를 카메라의 구도, 색채 같은 걸로 유추하면서 봐요. 그리고 한 작품의 결말을 내 나름대로 새롭게 만들어 보기도 하구요. 한마디로 영화를 볼 때 그 영화의 주제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보는 거예요. 다른 카메라 구도, 배경, 대사 같은 것들을 저 나름대로 만들고, 결말도 새롭게 만들어 보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영화를 보다 보니까 영화관에서는 영화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게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한 영화를 두 세 번은 기본으로 보게 되요. 두 세 번째 영화를 볼 때는 연출자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에 주목하면서 배우가 왜 그 대사나 감정을 그렇게 표현해내는지도 이해하면서 영화에 집중해요. 이런 연출의 매력 덕분에 연출을 제가 굳이 연출을 하지 않더라도 촬영현장만 봐도 설레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Q. 왜 서울까지 올라가서 연출 공부를 하게 되었나요?

부산은 아직까지 서울처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는 부족한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제가 연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보다는 연출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훨씬 나아졌어요. 거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고 불리고, 영화의 전당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영화의 전당에서 연출을 배울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제공하고 있어요. 잘 찾아보면 연출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감독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어요.


Q. 혹시, 지금 연출기획하고 있는 영화가 있나요?

같이 연출을 공부하는 친구들끼리 일년에 한번씩 단편영화를 제작해요. 총 8명인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총감독이 되어서 영화를 만들어요. 이번 해에 감독이 되는 친구는 시나리오를 쓰고 나머지 친구들은 배우를 섭외해요. 연기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우를 캐스팅해서 저희는 영화를 만들어서 좋고, 연기자는 연기할 수 있어서 좋은 일석이조의 기회를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든 영화는 어디에 출품하는 건 아니구요 저희끼리 매년 얼마나 실력이 향상되었는지를 평가하고 또 친구들끼리 추억할 수 있는 거리 하나를 만드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어요.


Q. 지영씨는 주로 어떤 시나리오를 쓰나요?

저는 주로 사랑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요. 최근에는 동성애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김조광수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감독님이 동성애를 편견 없이 영화에 그려내는 걸 보고 한번 나도 시도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번 써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동성애라는 주제는 호기심으로 함부로 그려낼 수 있는 주제가 아니더라구요. 연출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새롭게 다시 배우는 기회였어요.


Q. 지영씨는 미래에 프로 감독이 되고 싶나요, 아니면 연출은 취미로 남겨 둘 건가요?

저는 아직 단순하게 연출을 공부하는 학생이라 선뜻 ‘프로의 세계에 뛰어 들겠습니다.’ 라고는 못하겠어요. 프로 감독님들을 보면 아직 저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실력도 많이 부족하거든요. 단지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연출공부를 해 나가는 거예요.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습해서 어느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면 그 때는 당당하게 프로 연출자가 되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당장 제 앞에 주어진 일들에 대해 충실히 임하고 노력할 뿐이예요.


인터뷰를 잠깐 쉬는 중에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서 열심히 무언가 적고 있는 지영씨를 발견했다. 생각이 떠오를 때 마다 그렇게 글을 쓴다고 했다. 그리고는 생각에 빠지는 지영씨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 굉장히 연출을 사랑하는 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연출은 지영씨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드라마,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연출자들은 그 작품 속에서 살아간다. 배우는 연기를 하며 또 다른 인물이 되어보지만, 연출자는 그 기간 동안은 그 작품 속에서 온전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작품 속에서 살아있을 연출자들과 그런 연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혹은 영화를 보며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