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8:00 국회 의원회관 구관 376호 새누리당 이재영 국회의원실 안. 기자가 올라온다는 전화를 받았는지 강용수 씨는 차를 마저 끓인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회 인턴으로 일한지 4개월 째, 정장에 구두, 넥타이까지 그는 이미 국회라는 공간에 완벽히 적응한 듯 보였다. 그가 내놓은 차는 뜨겁지 않게 마실 수 있도록 종이컵에 컵홀더를 받친 상태였다.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회 그리고 새누리당은 어떤 모습일까?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이재영 의원실에 인턴 비서로 있는 25살 강용수입니다. 국회 입법 보조 무급 인턴 공고를 보고 (국회 인턴)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국정 감사도 한 번 모니터해보고 싶었고 국회 전반적인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어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분당 을 전하진 국회의원을 모셨습니다. 벤처 기업 대표로도 활동하셨던 분을 모시게 돼서 많은 걸 배웠죠. 언론을 통해서만 봤던 국정 감사도 참관해보고, 질의서도 써보고, 지금까지 그런 실무적인 일을 했어요. 이 외에도 전하진 의원님이 지역구 활동 하시는 거 사진도 찍고 페이스북에도 올리고 미래인재육성포럼 같은 의원님이 참여하시는 외부 행사 준비도 해봤습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네, 자기소개 부탁드렸는데 (웃음) 인턴에 지원하게 된 동기랑 활동까지 같이 말씀해주셨네요. 

네 맞아요. (웃음) 풀세트로 말씀드렸죠.

Q.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을 보좌했다고 하셨는데 새누리당에서도 일을 하시는 건가요?

일단 저는 새누리당 당원이 아닙니다. 당원이 될 생각도 없고요. 아직 정치적 식견을 가지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제가 전하진 의원을 모시고 있어요. 그럼 제 본분은 좋든 싫든 의원님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시지 않게 하는 거예요. 전하진 의원님이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았다면 저는 디지털정당위원이 돼서 (의원님을) 도와드려야죠. 의원님과 일심동체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새누리당 같은 경우는 SNS 활동이 상대적으로 다른 당에 비해 저조합니다. 전하진 의원님께서는 정당한 논리에 대해서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언젠가 그게 표로 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말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20대가 새누리당을 좋게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와드리겠다는 제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새누리당의 괜찮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는 건데 오히려 그걸 폄하하는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닐까요?

하지만 서브젝트 자체가 전하진이 됐던 것뿐이지 새누리당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이를 찾는 과정에서도 그 사람이 나랑 얼마나 맞는지. 그 사람이 얼마만큼의 감동을 주는지가 중요하겠죠. 연애하는 거랑 같지 않겠어요? 내가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오고 가는 게 있어야 맹신해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거잖아요. 만일 민주당에도 전하진 의원만큼 세상을 좋게 바꾸려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모시겠습니다. 다만 제가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때 모셨던 분이 새누리당에 있었고 전하진 의원님이 해온 업적들이 저는 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감동을 받고 열정을 바쳤던 거죠.

Q. 국회 인턴 시작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7월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4개월 정도 됐네요.

Q. 4개월 동안 국회에 계셨는데 강용수 씨가 느낀 국회는 어떤 공간인 것 같으세요?

국회는 일단 대한민국에서 제일 딱딱한 공간입니다. 한 여름에 정장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넥타이도 못 푸는 그런 공간이죠. 일반 회사들은 이제 좀 루즈하잖아요. 근데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국회만의 특수성이 있어요, 국가 최고 기관이지 않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국회가 한국 최고의 기관이라고 생각해요. TV에서 보이는 모습은 만날 치고 박고 싸우는 그런 공간으로 보이는데 그런 걸 비춰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필수적인 공간이고 그에 맞게 격과 식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뒤처지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국회가 시대에 맞춰 흘러가버리면 그만큼 국가를 경영하는 프레임 자체가 어지러워진다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국회도 점점 변하고는 있습니다. 예전에는 입구에서 정장을 입지 않으면 들어오지도 못했대요. 지금은 슬리퍼도 신고 다니는데, 나중에는 팬티만 입고도 돌아다닐 수 있나? (웃음) 네, 한 마디만 하자면. 국회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관이다!
 

Q.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세요?

9시까지는 출근해야 합니다. 인턴은 막내니까 그 전까지 출근해야죠. 의원실 청소하고 그날 일정 체크하고 자잘한 업무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서관이나 상급자 분들이 지시해놓은 일을 처리하고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유동적입니다. 따로 말이 없을 때는 의원님이 퇴근하시기 전까지 있어야 하고요.


Q. 거의 하루 종일인데 이것 말고 다른 일은 아예 못하시겠네요.

그건 의원실마다 달라요. 어떤 의원님은 미리 일처리를 해놓으시기도 하고 다른 일정이 없으시면 일찍 퇴근하시기도 하고 지역구 의원은 지역 일정 때문에 자리를 자주 비우시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보통 국회를 하나의 기관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되고 300개의 기관이 있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의원실 하나하나가 기관이 되는. 하기 나름이에요. 국회 보좌관이라는 직업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정해져있거나 안정된 직업은 아닙니다. 근데 또 그만큼 열심히 일하면 진급도 빨라지는 거고. 웃기지 않아요? 법을 만드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이야. (웃음)


Q. 20대가 국회라는 공간 안에 들어갔을 때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충고를 해야 하나요?


Q. 두 가지 버전 모두 좋습니다.

글쎄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면 커피타기? 복사하기? (웃음) 일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게 가장 값지지 않을까요. 사람 만나는 걸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건 굳이 여기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배울 수 있겠네요.


Q. 얼마 전에 팟캐스트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잠깐 소개해주시겠어요?

‘새나라어린이(http://newkids.iblug.com/index.jsp)’라고. (웃음) ‘나는 꼼수다’ 생각해서 만든 건 아니에요. 예전에 팟캐스트 만들어보셨던 분이랑 같이 대선을 앞두고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만들게 됐죠. 4명이서 같이 이야기하는데 아무래도 새누리당 주위 사람들밖에 없으니까 새누리당 이야기만 하게 되죠. 이거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분명히 새누리당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왜 20대에 새누리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 심지어 정수장학회 이야기도 했어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문가를 모시고 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20대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 잡고자 시작했습니다. 한 번쯤 들어보시고 올바른 시선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양 쪽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가치 판단을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Q. 대선 이야기가 나왔네요.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누가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거 알고 있으면 여기 없겠죠. 지금쯤 북한산 아래에서…… (웃음) (문재인·안철수) 두 분이서 단일화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예견했던 사실이고. 하지만 정당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 때 아직까지도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너무 심해요. 맞잖아요? 이를 봉합해줄만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전라도에서도 새누리당 의원이 나오고, 경상도에서도 민주당 의원이 나오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죠.

Q. 대선 후보의 20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근본적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달라요. 민주당은 당장 내년부터 국공립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해주겠다는 거잖아요. 새누리당 같은 경우는 차별적·선택적 복지를 말하고 있죠. 누가 당선되든 교육 예산이 올해보다 당연히 많이 들겠죠. 그럼 어디선가 다른 예산을 깎아야 해요. 플래카드나 슬로건으로 당장 반값등록금이라고 이야기할 게 아니라 공약집에 그 방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재정에 대한 플랜을 같이 내놓아야 합니다. 대학은 4년이지만 직장 생활은 약 20년이에요. 반값 등록금을 당장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20년 동안 세금이 늘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아야 해요. 새누리당 같은 경우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내고 이를 맞춰주기 때문에 수혜 혜택을 받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그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됩니다. 실제 최하위 계층 10%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죠. 또한 새누리당은 분명히 사학법 개정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해요. 학생들이 낸 돈으로 학교가 운영되는데 학생들은 정작 학교가 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몰라요. 새누리당은 여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취업 공약은 대통령 후보마다 내놓는 이벤트성 공약 아니에요? 그건 그냥 슬로건이에요. 새누리당은 새로운 시작을 개척하자, 파이를 늘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죠. 전반적으로 국가가 할 수 있는 산업을 키워서 신성장 산업 등을 나라가 구축해서 여기 인력을 투입하자는 겁니다. 민주당 쪽에서는 지원금, 취업 장려금 주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긴 한데 취업을 하고 싶게 만들 공약은 아닌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사실 지금은 제 코가 석자입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스펙도 좋지 않고 외국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에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제 적성이 뭔지,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어요. 우연찮게 국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고, 앞으로 이 길로 가야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20대가) 그냥 뭐든지 해봤으면 좋겠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고심하는 순간에 차라리 자기가 즐겨하는 걸 깊이 해봤으면 해요. 스펙 만들려고 헛짓 하지 말고 자기 좋아하는 거 하고 기회가 오면 물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알게 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