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혹은 '친환경'이란 말이 일상생활에 자리잡으면서, 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레저로 즐기는 것을 지나 이제 출퇴근 용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꽤 될 정도로,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자전거는 좋은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런 수요에 맞춰 자전거 도로와 같은 자전거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는데, 특히 한강을 낀 서울은 몇년 전 부터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의 성과로,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통학, 통근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는 2005년 4만여명에서 2010년 9만여명으로 증가했다. 레저나 취미를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진 지금, 실질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는 국내에서 7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시는 얼마나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가 되었을까. 


 [좋아요]  한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

자전거 타는 것이 하나의 취미로 자리잡은 지금, 주말과 같은 시간에 시원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서울을 위아래로 나누는 한강을 따라 자전거 길이 깔려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서 배포하는 자전거 교통지도를 보면, 한강과 접해있는 부분은 모두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에 4대강 사업을 통해 자전거 길을 확충하면서, 자전거 도로가 비교적 부실한 상태였던 서울시의 좌우 끝쪽이나 중간중간 부족한 부분이 보수되었다.
 

자전거 도로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유럽 나라들의 경우 강의 폭이 한강에 비해 좁고, 한강 공원처럼 물과 가깝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라 강을 옆에 끼고 자전거를 타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서울은 강 바로 옆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이 점은 매우 큰 장점으로 꼽힐만 하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자전거 교통 지도. 한강을 따라 모든 길에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자전거 대여소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나면, '탈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전거를 늘 들고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전거가 없는 경우도 있어 잘 갖춰진 자전거 대여 시스템은 자전거 인프라 망에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경우 자전거 도로 인프라와 더불어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국민 숫자보다 자전거 수가 더 많다. 그렇다보니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차는 비교적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을 위해 자전거 통근을 권한다면, 이처럼 자전거 대여도 쉬워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 공공 자전거'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공공 자전거는 대여와 반납을 가능케하는 '스테이션'이라고 부르는 대여소에서 빌릴 수 있는데, 이 스테이션은 현재 여의도와 상암동 지구에 총 43개소가 설치되어 300여대에 이르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이 자전거의 경우 총 구간과 주행거리, 소모 열량 등을 알 수 있는 등 잘 구비되어 있지만, 문제는 현재 여의도와 상암동 지구에만 있어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은 이용이 어렵다. 이에 비해 런던의 경우 공원마다, 거리마다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발달해 있어 굳이 찾지 않아도 어디서나 자전거 대여 스테이션을 발견할 수 있다.


런던은 공공 자전거를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나마 공공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각 구에서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대여해주고 있지만, 문제는 그런 자전거 대여소도 구의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현재 서초구, 송파구, 노원구 등 서울의 몇몇 구에서는 지하철역 앞이나 사거리와 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지역 혹은 한강공원 옆에 자전거 대여소를 설치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특히 이런 자전거 대여소에서는 신분증 하나면 자전거를 하루동안 빌릴 수 있어 효율성이 굉장히 높지만, 대여소가 있는 구까지 이동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다행히 자전거 대여소는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지만, 현재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기에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서초구의 무료 자전거 대여소 현황



자전거 관련 법규와 인식 확립 시급해
 

자전거 인구도 늘고, 자전거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지만 가장 부족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취급된다. 즉 자전거를 탄 상태라면 인도로 타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지 않은 곳이 많아 차도에서 함께 타야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차도에 오르는 건 쉽지 않다. 아무리 속도가 낮은 시내라고 하더라도 자전거로 시속 30km이상을 내야 그나마 차와 비슷하게 달릴 수 있지만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이 아닌 이상 지속적으로 그 속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자동차 운전자들도 자전거는 인도에서 타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호흡도 어렵다.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의 통행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한 15조의 경우 "자전거의 운전자는 도로교통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여 자동차의 통행에 방해가 되거나 보행자에게 위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법에서 감정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문장에서 자전거 이용자는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서러운 존재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그 외에도, 이제 자전거가 하나의 레저 문화로 자리잡았음은 물론 대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도 어린 아이들이 타는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서울시내 지하철의 경우 주말이면 맨 앞칸과 맨 뒷칸에서 자전거를 끌고 타는 것이 허용되었고, 자전거 전용 칸도 만들어져 있다. 그럼에도 지하철에 자전거를 끌고 탄 사람에게 '무개념'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일이 잦다. 해외의 경우 지하철/버스/기차와 같은 교통 수단 한 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인프라와 법이 마련되어 있고, 그렇게 자전거를 싣는 것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허나 우리의 자전거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지하철에 자전거를 끌고 갈 땐 주변의 시선이 불편하다"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는 중요한 녹색 사업...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자전거는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다행히 서울시와 전국의 여러 시에서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대여소를 늘리는 등 자전거 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자전거 타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이 터져나왔지만, 갈수록 '요새 자전거 타기 정말 좋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최대한 빨리 개선하면서 자전거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기를 희망한다. 자전거 인프라가 먼저 잘 갖춰져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