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그럼 이만, 20대 100인 릴레이 인터뷰>,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06학번, 그러니까 고학번이다. ‘고학번’, 이 단어에서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가 단순히 나이 많은 선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는 진지함이 묻어 나온다. 진지하지만 재치 있는 그는 다른 고학번들이 그러하듯,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대환씨(26)는 중간고사가 다 끝난 날에도 도서관에 남아 자격증 공부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인터뷰하기 사흘 전, 그는 자격증 시험을 치렀다. 그래서일까, 인터뷰를 하러 나온 이대환씨의 모습이 조금은 여유로워 보였다. 바람이 제법 차갑게 불어오는 저녁, 이대환씨를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말하기의 신’이 되고 싶은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그리고 취업준비생 이대환입니다.

Q. ‘말하기의 신’이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웃음),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제가 내세울 게 별로 없어요. 그나마 잘 할 수 있고, 잘 하고자 하는 게 ‘말하기’라서 강조를 해봤습니다.(웃음)

Q. 얼마 전 시험을 치렀다고 들었어요. 어떤 시험을 보셨나요?
CFP(국제재무설계사) 시험을 봤어요. 금융권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자격증이죠. 정확히 말하면 공부는 올해 초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5월에 시험을 봤는데 아쉽게도 떨어졌죠. 다시 심기일전해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도서관에 1등으로 가고, 제일 마지막으로 나오는, 이런 생활을 했어요.(웃음)

Q. 정말 성실하게 준비하셨는데, 느낌이 어떠세요?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그래도 끝나니 홀가분하네요.

Q. 중간고사가 다 끝나고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실 때 어떠셨나요?
‘이게 뭐라고, 내가 뭐하고 있나’ 싶기도 했고, ‘황금 같은 시간에 박혀서 공부만 해야 되나’ 싶기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주변을 보면, 저 말고 다른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죠.

Q.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이거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겪어본 사람만이 알거에요. 그냥 막연하게 불안해요. ‘뭔가를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손에 잡히지는 않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쇼윈도에 걸린 옷을 보는 것처럼, 사고 싶은데 마냥 보고만 있고 손에 잡히지는 않는 그런 기분이에요. 사람들이 “너 요즘 뭐하고 있니?”하고 물으면 “저 취업준비생입니다.”하고 말해요.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아 그래? 그럼 열심히 준비해야겠네.”이거에요.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자소서(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이걸 어떻게 쓰라는 건지,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서’ 쓰라는데 말은 쉽죠. 짜증나서 ‘에라이! 술이나 마시자’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뭔가 제대로 하고 싶은데 촉박하고, 쫓기는 기분이 들죠.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불안도 섞여 있어요.

Q. 이번에 졸업사진도 찍으셨는데 어땠나요?
재미있었어요. ‘아,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선배들, 동기들이 취업전선에 먼저 뛰어들었어요. 그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뻔한 대답이지만, 당연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금융권에 취직한 동기들 보면, ‘나도 저들처럼 되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Q. 대학 다니면서 ‘이것만큼은 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못해서 후회가 남는 게 있나요?
남들처럼 대책 없이 술 왕창 마시고 뻗어보기도 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웃음) 농담이고, 그만큼 ‘일탈’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잘 안 해봤어요. 여행 같은 것도 많이 못했고요. 말이 좋아 ‘무전여행’이지, 솔직히 돈이 있어야 여행을 가잖아요.

Q. 어떻게 보면 군대를 갔다 와서 고학번이 되셨는데, 이 말에 공감하시나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흘러갔다’ 진짜 그래요. (군대) 갔다 왔는데 제가 고학번이래요.(웃음) 한 것도 없는데, 자동으로 ‘군대 갔다 온 형’이 되어 있었어요. 제가 군대 가기 전에, 복학한 형들을 보면 멋있고, 자신감도 넘쳐 보이고, 재미있게 학교생활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저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Q. 입대 예정인 후배들에게 그리고 전역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후배들마다 다르지만, 입대 예정인 후배들에게 제가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은 “다 가는 건데, 못 갈 거 뭐 있냐. 비우고 갔다 와라.” 그리고 군대 갔다 온 후배들은 다른 말 필요 없이 알아서 잘 하더라고요. 깨달은 게 있어서 그런가.(웃음) 그냥 저는 그들의 생각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뿐이죠.

Q. 대학생활 하면서 대외활동도 많이 하셨나요?
‘전통시장 마케터’를 했어요. SSM(기업형 슈퍼마켓)때문에 정부에서 장려한 활동이었어요. 구체적으로는 직접 시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느낀 것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활동이에요. 사실 저는 거창한 활동보다도 전공이 ‘경영학’ 이다보니, 자연스레 타과 학생들과 ‘팀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어떤 대외활동보다도 값진 활동이죠.

Q. 취업 시장에서 금융권은 레드오션인데, 그래도 준비하는 이유가 있나요?
솔직히 아직 아무 일도 해보지 않았으니, 저한테 어떤 게 잘 맞는 일인지 잘 몰라요. 어떻게 보면 막연히 하는 것 일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똑같이 근속연수가 짧다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돈도 더 잘 벌 수 있는 쪽을 택해야죠. 그리고 공부할 때 재무 관련 과목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하는데, 적당히 잘 먹는 평민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웃음) 요즘은 평민의 삶조차 추구하기 어려운 사회니까요.

Q. 추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취업 준비’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요?
사실 색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른 것을 준비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거든요. 많은 학생들이 토익에 전념하는 이유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잖아요. 다른 활동들에 비해 리스크 관리가 쉬우니까요. 그런데 누구는 그러죠, “아프니까 청춘이고, 지금 아니면 못하니까 다양한 활동을 해라”라고. 그렇다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요?

Q. 취업에 필요한 요소가 많은데, 본인이 제일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경험과 영어? 영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라 하면, 자소서에 쓸 만한 경험이 없는 것 같아요.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극적인 게 없어요. 면접 보러 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저는 그들에 비해 내세울 게 없어요.

Q. 취업 준비에서부터 취업까지 하나의 구조로 정형화 된 것이 사실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나와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거잖아요. 그럼 제일 중요하게 봐야하는 것이 ‘일을 잘하나, 못하나’인데, 그런 점으로 볼 때, 인·적성 검사에서 수열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자격증 같은 경우도 그래요. 국가공인자격증이 스펙이 되니까, ‘한자 2급’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죠? 자격증이 수단화 되었어요.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어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바꿀 생각이 없죠. 블라인드 면접 한다고 자소서만 보겠다고 하지만, 아무리 자기소개서를 잘 써도 스펙이 중요한 게 사실이에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말할 기회가 박탈되니까, 말하고 싶어서라도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 같아요.

Q. 그러면 서류에 취미나 특기 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왜 쓰는지 모르겠어요. 반대로 인사담당자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취미라는 건 시간이 남을 때 하는 건데, 대학생들에게 잠깐의 시간을 주고 “취미 활동 할래? 아니면 쉴래?”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요. 요즘은 당연히 쉬는 걸 택하지 않을까요. 저를 포함한 그들에게 쉴 시간이 없거든요. 아니면 어떤 사람은 취미가 ‘잠자기’, ‘술마시기’일수도 있는 건데, 당연히 그렇게 못 쓰죠. 취미활동도 강요하고 있는 거 에요.

Q. 자기소개서 관련 서적도 많고, 강의도 많은데, 본인은 이런 자료들을 참고하는 편인가요?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말한다.” 그렇게 핵심적인 정보면, 솔직히 안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류의 책을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책을 쓴 사람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위치가 있어요. 따로 리스크 관리할 필요도 없고요. 그들이 알려준 정보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심지어 인사담당자도 아는 정보’에요. 그래서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Q. 올 겨울 계획은 무엇인가요?

취업 준비 해야겠죠? 여행도 가고 싶은데, 돈도 없고 무엇보다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Q.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요.(웃음) 가정에 충실하고 자기 일 열심히 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도덕적으로 살고 싶어요.

Q.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나요?
딱히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없지만, 포퓰리즘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성장’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는데, 성장에 대한 깊이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Q.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여기서 또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얘기하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했으면 좋겠어요.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많이 필요한 가치이기도 하고요. 깨끗하고 법 앞에 평등했으면 좋겠습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당장 내 아들한테는 욕을 먹어도 손자세대에 필요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곤란한 질문도 그냥 넘기는 법 없이, 확실히 자신의 생각을 담아 대답해준 이대환씨. 그는 누구보다도 솔직했으며, 확고했다. 요즘 어떤 고민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변에서 ‘너는 잘 될거야’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지만 동시에 부담도 함께 느껴요”라고 말한 그. 그에게 부담이 되는 줄 알지만, 그래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분명 잘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