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새벽4시, 아날로그 TV방송이 완전 종료됨과 동시에 디지털 방송으로 의 전환이 완료된다. ‘디지털 전환’이란 아날로그 방송신호를 디지털 방송신호로 바꾸는 것으로, 1980년대에 흑백방송이 컬러방송으로 전환되었던 것에 버금갈 만큼 방송계의 큰 변화라 일컬어진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들은 이미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되었고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말로는 2012년 12월 31일 새벽4시가 지나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고화질 ․ 고음질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정말로 모든 국민의 시청환경이 향상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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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 TV라면 디지털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안테나 장치만 있으면 되지만, 아날로그 TV라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디지털컨버터’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파트처럼 공동시청 설비가 되어 있는 경우라면, 디지털 신호를 받는 기능까지 설비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저소득층에게는 컨버터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거나 디지털 TV 구매보조금 10만원을 지행하고 있고, 그 외 일반 가구에는 컨버터를 2만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공시청 설비에 디지털 전환 공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사비용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주민등록상 거주지에서만 가능하다. 집이 아닌 사업장에서의 전환은 본인이 100% 부담해야 한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하숙을 운영하는 양현선씨는 디지털 전환 때문에 유료방송에 가입했다고 한다. 원래는 옥상에 설치한 공용안테나를 통해 각 방에서 아날로그 TV로 지상파 방송만을 무료로 시청하고 있었지만, 화면의 반을 가리는 전환 안내자막 때문에 짜증을 견디다 못해 유료방송을 가입한 것이다. 안내 자막을 보지 않으려면 디지털 컨버터를 TV 대수만큼 구입해야 하고, 안테나도 새로 구매하여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증폭기와 분배기까지 연결해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으면 컨버터 한 대에 2만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정부지원을 받지 않으면 컨버터 한 대에만 7만 원 가량의 돈이 발생한다. 20여대의 TV만큼 컨버터를 구매하고 안테나까지 새로 설치해서 지상파 방송만 보느니, 차라리 유료방송에 가입해서 더 많은 방송을 보는 게 낫다는 것이 현선씨의 의견이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모든 금액을 부담해서라도 TV를 계속 시청하고 싶은데 TV를 못 보는 경우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승강장 내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김진규(가명)씨는 2012년 12월 31일 새벽4시 이후부터는 당장 TV를 못 보게 되었다. 진규씨는 조그만 아날로그 TV에서 지지직거리며 나오는 한 개 채널이,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한다. 이 경우는 아날로그 TV에 컨버터를 연결하더라도 지하의 매점까지는 디지털 신호가 도달하지 않아 TV시청이 불가능 하다고 한다. 지하철 매점에 케이블을 연결해주려고 하는 유료방송사도 없기 때문에, 현선씨처럼 유료방송에 가입할 수도 없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공구상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민용씨는 디지털TV를 구매했음에도 디지털 방송을 못 보고 있다. TV는 디지털 TV지만 상가 공시청 설비에 디지털 신호 수신 설비가 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자막이 화면 반을 가리는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 중이다. 공사비 지원은 공동 ‘주택’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상가에서 발생하는 공사비는 상가에서 100% 부담해야 한다. 올 여름부터 끊임없이 상가에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공사를 해달라는 민원을 넣고 있지만, 상가 측으로부터 재정문제로 공사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상점이 1층 안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옥상에 개별 안테나를 설치하고 선을 끌어 올 수도 없다고 한다. 디지털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울며겨자먹기로 유료방송을 가입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고화질 ․ 고음질의 보다 개선된 시청환경을 조성해준다는 디지털 전환. 이 사업으로 보던 TV마저 오히려 못 보게 생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빼앗긴 시청권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