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지겨운 논의다. 20대는 정치의 중요함을 안다. 그러나 직접 행동하지는 않는다. 현실 정치가 20대와 멀고도 멀기 때문이다. 정치는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기성정치를 불신하는 20대는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니 기성 정당도 근본적인 변화보다 임기응변만 남발한다. 악순환이다. 20대가 정치와 함께 가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20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1세기의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DNA를 타고 나진 않았을 것이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든 요인이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20대와 밀착하지 못한 기성정치.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성정당에게 큰 책임이 있다. 고함 20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20대는 정치 그 자체보다는 기성정당에 상당한 불신을 느꼈다. 정당 변화가 정치에 대한 회의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로 꼽히는 이유다.

정당의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정당변화의 첫걸음으로는 '20대 문제에 관심을 갖는 정당으로의 변화'가 제시됐다. 한국청년연합(KYC)의 하준태 대표의 지적이다. 박원순 시장의 ‘시립대 반값 등록금’과 같이 정치적 효능을 느낄 수 있는 가시적 조치들이 선행돼야 정치와 자신의 삶이 밀접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 이에 대해서 20대 논객 송준모씨도 동의했다. 그는 “20대가 생활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에 기존 정당이 더욱 관심을 가져 20대의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변화를 위해 제시된 방안은 정당 내 청년조직의 활성화다. 송 씨는 청년 조직 활성화야말로 20대와 정치를 이어줄 근본적 해결법이라고 주장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20대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정치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20대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한 정치적 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송 씨는 “20대의 문제점은 20대가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다”며 20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정당 내 청년 조직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년조직이 활성화된다면 청년조직이 독일이나 미국같이 미래정치인들의 산실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대표도 송 씨와 맥을 같이 했다. “4.11총선 당시 청년비례대표제로 청년들이 국회에 진출하긴 했지만 청년들이 더욱더 광범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청년 조직의 활성화의 바람직한 사례로 독일의 사회당을 들었다. 독일의 사회당은 청년 당원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며 청년당원을 지원해주는 정당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논객 윤주진 씨는 아예 대학교 내에 정당들이 대학생 위원회와 같은 공식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학생들이 손쉽게 정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이렇게 참여한 대학생들의 의견이 정당 활동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대학생들이 보다 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정당의 변화와 함께 20대 자신의 변화를!

그러나 청년 조직을 활성화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통합진보당 산하 진보정책 연구소에 몸 담을 때부터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손우정 희망행정 네트워크 자문위원은 한국 정당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위원은 “한국의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반영하기보다 중도로 무조건 수렴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와 같이 모든 정당이 중도를 지향하는 풍토에서는 정치 유인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청년 정책엔 커다란 차이가 없다. 너도나도 반값등록금을 해결해주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정당 간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내걸고 한 정당에 적극적으로 몸을 담을 유인이 사라진다. “정당 내 20대 조직이 활성화돼도 정당 간 차이가 없는 현상이 계속 된다면 20대의 정치참여는 계속 저조할 것”이라고 손 위원은 지적했다.


한편으로, 20대를 둘러싼 요인이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무관심의 주체는 20대다. 기성 정치가 문제여도 20대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할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청년유권자연맹 박성희 사무총장은 “정치에 무관심한 20대 스스로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20대가 많기 때문. 이박 사무총장은 ”이 사회에서 바뀌어야하는 일들에 대해, 스스로가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에 손우정 위원도 일정 부분 동감했다. “정당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넋 놓고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손 위원은 “현재 20대의 정치적 요구가 ‘반값등록금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 등 단순한 불만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며 “더욱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요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성 정당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더욱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전반을 아우르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와 미래, 모두를 바꿔갈 지난한 과정

그러나 정치에 회의적인 20대가 외부 요인 없이 스스로 자신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문제의 절실함을 깨달아 가지만 하루 아침에 20대가 정치에 열정적인 세대로 변화할 수는 없을 테다. 외부 요인이 변한대도 20대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꾸준한 변화를 통해 20대는 정치와 가까워 질 수 있다. 그것은 20대 스스로와 기성 정당 모두의 힘든 과정이다.

나아가, 현재 20대는 앞으로 30대가 되고 현재의 10대는 미래의 20대가 될 것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해가 바뀔 때 마다 새로운 20대가 유입된다. 미래의 20대를 위해서, 진정한 20대의 정치화를 위해서 10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당²의 고강섭 대표는 “어렸을 때 배우는 교육이 중요하다”며 독일과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과 영국은 아동시기 때부터 정치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15세만 넘으면 정당가입이 자유롭다. 20~30대 후보가 나오는데 정치경력이 10~15년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기성 정치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20대 정치인이 정치 조기 교육에서 탄생한다는 이야기다.


바뀌어야 할 부분도 바뀌어야 할 당사자도 많았다. 총체적인 문제였고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다각적 문제이기에 하나로 통합될 문제가 아니다. 분류는 했지만 한 줄 정리는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어렴풋이 보인다. 20대의 정치화를 위한 해결책의 모습이. 아마도 독자들도 느꼈으리라. 20대 정치화를 위한 해결책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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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왜 해요?② ]  http://goham20.com/2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