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 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대부분의 20대가 꿈을 위한 스펙을 쌓으며 남들과 비슷한 인생을 살 때, 오래전부터 다른 길을 찾아 아예 새로운 길을 지나온 20대도 있다. 파업 현장, 재개발 현장 등을 돌며 용역 반장 생활을 한 최용호(24세, 가명)씨의 경우도 그렇다. 한참 용역 폭력이 이슈가 되었을 때 처음 만난 그는, 용역 업체의 윤리성을 떠나 20대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20대 청년의 또 다른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용역 전문 인력의 이야기를 그의 경험을 통해 들어보자.




Q. 용역반장은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현장 출동 전 담당 조원 부하직원을 관리하고 폭력의 수위 정도를 지시하는 일을 해요.


Q. 용역반장하면서 처우는 어땠나요?

반장급이 되면 기본적으로는 명함하고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요. 일반 용역직일 때는 시다바리(잡부, 이하 일반 용역직)취급당하고 잔심부름을 많이 하게 되는데 반장급이 되면 사적으로 사람도 부릴 수도 있고 오다 내리는 사람(상급자)하고 사적인 자리를 가지며 사건 개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요. 사실 뭐 일반용역직일 때는 뭐 때문에 하는지도 잘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는데, 반장직을 차면 아무래도 알고 하기 때문에 대처도 좀 빠른 편이에요(예를 들면 경찰서에 연행돼도 전후 사정을 설명할 수 있고 법적인 부분에서 대응 할 수 있도록 교육 비슷하게 정보를 얻게 돼요). 일반 용역직들은 운이 없어서 연행돼도 현장 작업 종료 될 때까지 신경도 안 써주는 편인데 반장급은 즉각 조치가 가능하죠.(3~4시간이면 풀려나요.)


Q. 몇 시간 일하고, 얼마나 받나요?

거의 일반 용역직들은 월 100만 원 정도 받으면서 일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그냥 개인 생활을 하죠. 반면 반장직은 거의 사생활 없이 상급자호출이 떨어지면 즉각 불려나가야 해요. 거의 조직원 생활한다고 보면 됩니다. 정해진 의무 시간은 없고요.

반장급 이상 되면 한 현장 투입 당 100~200만 원 정도 수당 받으며 인원을 모으곤 하는데, 사실 일 없으면 잡부들 부리며 개인 생활 합니다.


Q. 정규직인가요 비정규직인가요?

당연히 일반 용역은 비정규직이고, 법적으로 허용 된다 해도 반장급 이상 돼야 정직원으로 회사에 등록 됩니다. 반장급 부터는 4대보험이 적용되죠.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는 xx용역 회사에 정직원으로 등록돼있었어요.


Q. 주로 어떤 사람들이 용역 일을 하나요?

보통은 대부분이 생활(조직생활) 하던 사람들 위주로 이루어지는데요. 그 사람들 소개로 조직 생활을 하던 동생들이나 그 지인들이 가담하는 경우가 주에요.
 

Q. 같은 이유에서 시작하게 됐나요?

저 같은 경우도 알고 지내던 형들이 권해서 시작했는데요. 회사에 입사 할 때부터 바지사장인 회장하고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반장 급으로 시작 할 수 있었죠.


Q. 바지사장이 뭐죠? 주로 누가 하나요?

사실 용역 회사에서는 바지사장이라고 해서, 혹시나 회사가 잘못 됐을 때 책임 질 사람을 몇 명 두어요. 위험부담이 큰 역할인지라 아무것도 안 해도 높은 직책에 큰돈을 받죠. 그래서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 징역을 살아도 크게 문제 될게 없는 사람이 주로 맡는데, 대신 일 터지면 책임을 지는 그런 시스템이에요.


Q.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죠. 사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도 안다녔고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할 줄 아는 게 몸으로 때우는 것뿐인 경우가 많아요. 노가다는 자존심이 상하고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고 싶으니까 시작하게 되는데, 죄책감은 조금 들지만 사실 돈도 되는 편이고 생각보다 안정적이라서 쉽게 그만두기 힘들어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Q. 주변에 직업을 밝혔나요?

사실 진짜 친한 친구들 외에는 밝히기 어렵죠. 뭐 좋은 일도 아니고요. 특히 가족들한테 알릴만한 일은 아니니까요. 일만 생기면 일이 잘되든 잘못되든 경찰서에서 연락오고 의심받고 하는데 주변사람한테 알릴 필요가 없죠.


Q.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진짜 믿을 수 있는 친구들한테만 밝혔기 때문에 크게 동요는 없었어요. 그런데 제 일을 알게 된 대부분의 친구들은 저를 걱정해주니까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고맙기도 했어요.


Q. 용역 일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요?

서울의 재개발 지역 현장에 투입 된 적 있었는데, 사실 그 재개발 지역이 기초생활수급자들 생활 하던 곳이었어요. 그런 곳을 강제로 철거하는 현장이니 거주하던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고 안타까웠어요. 사실 대가는 사전에 다 지불된 상태였지만, 강제로 쫓아 낸 거나 마찬가지죠. 저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고, 아직도 그 사람들이 한 번씩 생각나요.

Q. 용역에 의해 강제철거당하고 그런 사람들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죄책감은 없었나요?

죄책감이 안 들면 그건 사람이 아니죠. 근데, 사실 철거 현장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거칠기만 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악역만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는 현장 투입 이전에 그 현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보니, 진짜 불쌍한 사람들을 거리로 내모는 일엔 피해가려고 회사도 저도 노력해요.

근데 현장에 투입 해보면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집 값 좀 띄워 보려고 별 수를 다 쓰더라고요. 사람 고용해서 연기하는 경우도 있고, 사람 고용해서 맞서는 경우, 일부로 다치는 사람 등 법을 악용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사실 그런 현장 투입에는 제가 열 받아서 더 강경히 대응할 때도 있었죠.


Q. 어떤 정책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까요?

 공무원, 국회의원부터 투명화 시켜야 발전할 것 같네요.


Q. 앞으론 무슨 일을 하고 싶나요?

 이제는 조용히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장이나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