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대학이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단체협약을 보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들은 대학이 용역업체를 변경할 때마다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연세대의 청소·경비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한 시간을 거쳐야 했다. 청소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눈엣가시로 여긴 연세대의 교직원의 사주로 어용 노조를 만들어 기존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소속 청소·경비노동자와 연세대 학생 등 400여명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연세대의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해당 용역업체 퇴출을 촉구했다. 결과적으로 연세대는 현 용역 업체와 재계약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11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 소속 청소 경비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홍익대 청소 노동자 정리해고 사건으로 대학 청소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이슈화 되었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 부당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간접 고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이 청소 노동자를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 용역 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하는 것은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청소노동자를 간접 고용할 경우 최저입찰제를 통해 경쟁을 붙이게 되고 업체들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에서 비용을 줄이게 된다. 매번 돌아오는 재계약 시즌에는 불투명한 고용 승계로 일자리 불안을 야기한다. 결과적으로 대학 측이 대학의 편의를 위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야기하고 또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대는 내년 3월부터 청소노동자들을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예정이라 밝혔다. 서울시가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은 2년 간 고용승계를 보장받게 되었다. 임금도 16% 정도 상승할 예정이다. 경희대 또한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고민 중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대학교에 달려 있다. 연세대, 시립대 등 개별 대학에서의 변화가 대학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