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0부터 시작된, ‘20대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 <그럼, 이십대를 만나>가 오늘부로 끝이 났습니다. 10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로운 20대를 만났고, 고함20은 그들의 목소리를 인터뷰 형식을 통해 온전히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100명의 20대중에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20대를 만나서,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토익 시험에 매달리는 대학생,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영화감독, 벤처 사업가, 환경운동가 등등… 생활도 다르고, 꿈도 다르고,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각자 달랐습니다. ‘20대’라는 세대로 그들 모두를 묶어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20대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과 같은 말로만 규정지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20대를 고정된 틀 안에 끼워 맞추고, 규정지으려는 움직임은, 20대의 역동성과 개성을 갉아먹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을 꼽자면 대부분의 20대들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회 안전망 부재, 등록금 부담,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희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열정이 없다’ ‘사회 탓만 한다’ 이런 말들은 전부 기성세대의 편견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다들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고, 사회를 더 좋은 쪽으로 바꿔나가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학원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벌면서, 동생과 옥탑방에 살고 있는 미대생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5년 동안 쭉 해오던 학원 아르바이트가 지겨울 법 한데도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옥탑방이 안전하고 쾌적해서 뭐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대로서, 놀랍고도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불만이 하나 있었는데, 유독 비싼 미대의 등록금이었습니다. 등록금을 직접 버는 학생이었으니 그 부담이 더 하겠죠. 재료를 사주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미대는 인문계보다 100만원 이상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고함20에서 만나본 100명의 20대들에게는 각자 체감하고 있는 사회구조의 문제들이 하나씩 존재했습니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사회적 장애물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곳곳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청년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정책 공약에서 20대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졸 비정규직, 예술가, 장애인, 공장 노동자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20대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100명의 바람을 정치권에서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진 못하겠죠. 하지만 광범위하고 다양한 의사가 정치적으로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요즘 이야기되고 있는 진정한 ‘정치 쇄신’의 방향일 것입니다.

100명만으로 20대의 면면을 다 보여줄 순 없었습니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더 많은 20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20대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모든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