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성폭력·성희롱 사건이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실시된 서울대 여성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80개 대학의 상담 기구에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상담 건수는 지난해 336건으로 집계되었다. 168건이었던 2009년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성폭력과 성희롱 사건은 늘었지만, 이를 해결할 전문적인 상담인력과 상담 기구는 부족하다. 성희롱·성폭력 상담소가 있는 대학은 26%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반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상담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사례도 보고됐다.

같은 날 주목해야 할 조사 결과가 하나 더 발표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국가인권위원회 성희롱 진정사건 백서’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 5건 중 4건은 직장 상사가 상하 간 권력관계를 이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부와 평직원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희롱을 행한 것이 80.2%를 차지했다. 피해자는 20대 36.3%(418건), 30대 25.3%(292건)으로, 대부분 20~30대의 평직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일반직원이 성희롱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 두 종류의 지표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학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성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선배, 동기, 후배의 이름으로 엮인 공동체에서,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대인관계를 완전히 분리하여 대처하기 어렵다. 대학 공동체가 사회 생활의 바탕이 된다는 점이 사후처리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서 전문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폭력을 공개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서 제도가 뒷받침된 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 피해자가 성폭력 이후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는 데에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전문기관이 중재,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전문기관의 부재하고 있고, 성폭력 사건은 매년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사건은 대학을 나서 입사를 해도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기 마련이다.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는 것에 부족하다면, 사후 처리에라도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그 필요성이 큰 성폭력·성희롱 사건에 대한 전문인력과 상담기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학교 측도 2차 가해를 비롯한 성폭력 피해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대학교를 나서서도 그 이후에도 반복되는 성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전문인력과 상담기구를 확충해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