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선거가 끝났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됐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진보세력의 김소연․김순자 후보는 합해서 0.2%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오후 6시부터 데일리이슈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든 매체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 문재인 후보의 낙선에 초점을 맞추고 ‘첫 여성대통령’과 같은 이야기를 할 텐데 하면서요.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고함20은 20대의 언론입니다.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20대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야겠죠.

슬프게도, 20대 개새끼론이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야권이 패배했기 때문일 테죠. 투표율이 높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명제가 붕괴된 전과 후의 상황은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갈렸습니다. 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SNS를 통해 ‘이번엔 젊은 사람들이 많이 투표하러 나왔다’는 이야기가 훈훈하게 떠돌았습니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되자,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20대 투표율이 65.2%로 세대별로 따졌을 때 가장 낮다는 이야기로 또 다시 ‘20대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65.2%, 과연 낮은 투표율일까요? 17대 대선의 전 세대 투표율은 63.0%였습니다. 20대도 할 만큼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패배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고 싶은 심정은 당연하겠지만, 특정 세대를 향해서는 안 됩니다.

20대들도 이 ‘개새끼론’을 듣고 스스로를 ‘개새끼’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거의 해에 20대들 정말, 잘 했습니다. 투표율은 지난 4-5년 전의 선거에 비해 20% 가까이 올랐고요. 여야의 청년․대학생 조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돌아갔습니다. 청년대선캠프는 스스로 대선 후보를 내기도 했습니다. 투표율은 좀 낮을지 몰라도, 정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세대입니다. 20대 개새끼론을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이렇게 물었으면 합니다. “왜 투표를 무조건 하라고만 하고, 투표하지 않는 이유는 묻지 않습니까?” 라구요. 고함20의 대선특별판 커버스토리가 지적했던 것처럼, 정치에 대한 효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치 사각지대’에 놓인 20대가 너무도 많습니다. 이들에게도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 오마이뉴스

 

65.8%의 20대는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박근혜 후보에게 반대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65.8%의 20대가 지지한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패배보다도, 이들에게 다가올 미래는 더욱 암담하게 보입니다. 대선 패배는 낙선 이상을 의미합니다. 패배한 진영이 지지했던 가치와 정책들은 정치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선거가 세대 대결로 흐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선거에서는 50대 이상의 인구 비율이 계속해서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비관적입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많은 목소리들은 ‘MB OUT’ 시위를 해 봐도, 투표율을 높여 봐도 결국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5.8%의 20대들이 패배주의에 휩싸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패배감을 훌훌 털고 일어나 빨리 다음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65.8%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안 될 거야’라는 생각만큼 무서운 것은 없으니까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선거가 정치의 전부는 아닙니다. 선거를 거치면서 높여 왔던 20대의 정치적 목소리를 선거 이후에도 계속 가져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20대들이 지난 결과를 가지고 갈등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근혜 지지자와 문재인 지지자의 싸움, 문재인 지지자와 안철수 지지자의 싸움, 또 진보적 20대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싸움들은 이제 멈추었으면 해요. 감정이 앞선 싸움은 상처가 될 뿐이라는 것을, 또 상대에 대한 비난은 어느 쪽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배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갈등’은 민주주의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이 감정적인 갈등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정치의 해, 2012년을 살아낸 20대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대 친구들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