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시내는 트리와 전구들로 반짝이고, 젊은 연인들과 친구 무리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고, 집으로 가는 손에는 케이크 한 상자씩이 들려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상하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야간근무하는 공장노동자나 편의점, 카페 아르바이트들도 고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공휴일인데도 불구하고 회사가 나오라면 나가야 하는, 연차가 안 되거나 막내급이어서 눈치가 더 보이는 젊은 공장노동자들. 대목을 맞아서 평소보다 훨씬 열심히 일해야 하는 편의점과 24시간 카페 아르바이트생들도 크리스마스가 달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도 있습니다. 취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공부에 방해가 됩니다. 취직에 성공해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친구들과, 도서관에 있는 자신이 자꾸 비교가 되어서 스트레스만 늘어갑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나’하는 자조적인 생각만 커져가죠. 고시촌, 노량진, 수많은 도서관, 독서실에 있는 20대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공부에 방해만 되는 날일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상대적 박탈감에 쓸쓸해하는 수많은 20대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재미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날이라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쁜 날’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고단한 삶을 묵묵히 버티고 있는 소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될 순 없을지, 올해도 아쉬움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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