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시설 부족, 학생들은 값비싼 카페로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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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란 카피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비슷한 말로 요즘 대학생들에겐 ‘학교 밖으로 나가면 다 돈이다’란 말이 맞을 것이다. 돈 없이는 쉴 곳도 공부할 곳도 없다. 덕분에 주요 대학교 앞에 즐비한 값비싼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호황기를 맞았다.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스터디룸이나 방학시즌이 되면 이용이 제한되는 학내시설물이 학생들을 학교 밖 소비의 공간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 조인경(충남대 4학년)씨는 토익과 영어 회화를 위한 스터디 장소로 주로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스터디룸은 학기 중과 방학 기간 가릴 것 없이 예약이 꽉 차 있고, 그나마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눌 만한 공간은 카페”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러나 매주 정기적으로 나가는 음료 값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매주 두 종류의 스터디를 주 2회 진행한다고 가정할 때, 카페에서만 평균적으로 주 16000원(4000원*2*2) 상당의 지출금이 생긴다. 조 씨는 “스터디를 할 때 의무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커피 값이 부담스럽다. 그래도 카페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고 했다.

국제경영을 전공 중인 박중수(26세)씨는 전공수업 특성 상 팀 프로젝트를 자주 갖는다. 박 씨는 “과제와 스터디 때문에 거의 매일 스터디룸을 이용해야 한다. 귀찮더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면 부지런히 스터디룸을 예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카페 스터디룸 이용 시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학교나 전문 스터디룸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카페에 흐르는 음악 때문이다. 그는 “토익 스터디를 할 땐, 시간을 정해놓고 문제를 푸는데 음악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진다.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스터디룸이 학교에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카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과 비례해, 스터디룸을 갖추거나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카페를 발견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터디룸이 있는 카페의 경우, 대부분 최소 인원수 제한을 두고 있으며 인원수에 맞게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한편 스터디만을 위한 전용 공간도 생기고 있다. 이러한 스터디 공간은 시간당 1500원~2500원 정도의 사용료를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으며, 카페에 비해 조용하고 노트북, 프로젝트빔 등 다양한 보조기기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와 같은 변화는 새로운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내어준 혜택에 눈멀어 변화가 필요하게 한 사회적 문제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 오래전부터 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간 부족은 공공연하게 지적받아 왔다. 공부할 곳은 물론 휴식을 취할만한 곳과 여러 사람이 함께 교류할 마땅한 장소가 흔치 않은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터디룸과 같이 학생 학업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학생들의 금전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B-square 부산대' 구조

그래서 지난 해 5월, 부산은행 장전동지점 2층에 개관한 ‘B-Square 부산대’가 대학생들의 호응을 받는 건 당연하다. 부산은행에서는 부산은행 체크카드를 소지한 모든 대학생들에게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써 ‘B-Square 부산대’를 무료로 이용하게 했다. 비-스퀘어는 동아리 활동 및 각종 기획전을 위해 무료로 활용 가능한 다목적홀을 포함해, 스터디룸과 파우더룸,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무료로 빌려주는 미디어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비-스퀘어 개관은 대학생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데서 의미가 크다. 스터디나 만남의 장소로 카페를 이용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고, 기업이 대학생들의 니즈를 가장 적절히 파악하고 반영한 예라고도 볼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 ‘빈아지트’는 헌혈증을 내면 모든 음료를 1000원에 제공받을 수 있다. 대학생 창업자 임효빈(26세)씨는 “제가 대학생이다보니 돈 없는 대학생들이 맘 편히 스터디 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기간에 밤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오래 공부하면 사장님 눈치도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감당하자는 취지에서 빈아지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학교 밖 스터디카페임에는 다름없지만,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저렴하고 편하게 누릴 수 있는 대학생 창업 카페도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학생의 소비 생활이 학생 본인 스스로가 관심이 부족한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습관처럼 카페를 이용하는 박관필(22세)씨는 “학교 스터디룸이 어디 있는지 잘 몰라서 카페를 이용하게 되었다. 이제는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내 시설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취업준비생인 한정아(가명, 27세)씨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스터디를 하기 때문에 교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 오후 10시까지인 교내 스터디룸의 이용 시간을 오후 6시로 착각해 이용하지 못한 케이스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교내 편의 시설 확충이나 대학생들을 위한 문화 공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학우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내거는 총학생회 공약 중,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하나가 ‘스터디룸 확충’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소비 부담 없이 학업에 집중하고 자기계발을 꾀할 수 있는 공간 확충을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 사회는 물론,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표출이 필요하다. '학교 밖으로 나가면 다 돈이다' 라는 말은 학생이라면 학생으로서 학교 시설을 이용할 권한과, 또 학교와 사회로부터 학생을 위한 편의 시설을 요구하고 누릴 권리가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학생들을 위한 교내 시설 부족으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대학생들은 주머니에서 돈 새는 줄 모른다. 또 다른 기회를 위한 비용을 낭비하는 셈이다. 진정한 대학생이라면 교내에서 권익을 요구하고, 혜택을 적절히 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로인해 지킬 수 있는 건 커피 한 잔 값보다 값진 학생의 권리와 새로운 경험을 위한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