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복수전공은 일종의 관습처럼 행해지고 있다. 상경계열이나 이공계열이 아닌, ‘문돌이’, ‘문순이’들 사이에선 본 전공 하나만 듣는 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는 지속적인 취업난에 복수전공이라도 해놓지 않으면 행여 취업전쟁에서 도태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학생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복수전공을 신청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아예 대학 자체에서 복수전공을 의무화 해 놓은 학교도 많다. 가톨릭대, 고려대, 성신여대, 한국외대 등이 그렇다. 이 학교들에서는 복수전공(혹은 다중전공, 연계전공)이나 심화전공 중에 하나를 필수로 선택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복수전공을 하기 싫으면 심화전공을 하면 그만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심화전공을 택할 경우, 학생들에겐 강의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시피 하다. 각 전공 당 개설되어 있는 강의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개설되어 있는 모든 전공 강의를 다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시 되는 것은 복수전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는 이중전공, 연계전공, 심화전공 중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한다. 그런데 이중전공, 연계전공은 해당 학과마다 모집 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선발 전형을 거쳐야만 한다. 경영학과 이중전공의 경우 학점 순으로 1차에서 2배수를 선발하고, 2차에선 영어면접이 진행된다. 미디어학부는 학점+한국어, 영어 면접으로 선발을 하고, 경제학과가 속해있는 정경대학은 학점+학업계획서로 선발을 한다. 경영학과, 경제학과, 미디어학부 등의 인기학과는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학점, 면접, 학업계획서 등 어떤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고려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배지희(가명,21세)씨는 “1학기 땐 미디어학부를, 2학기 땐 P.E.L(Politics, Economics and Law) 연계전공을 지원했는데 둘 다 떨어져서 심화전공을 해야 해요. 본 전공이 저랑 너무 맞지 않는데도, 우리학교는 전과가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졸업 때까지 본 전공 모든 강의를 들어야만 하죠. 정말 막막해요”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복수전공을 택한 이후에도 계속된다. 복수전공생들은 수강신청 우선순위에서 본 전공생들에게 밀리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 명지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복수전공하는 박지영(23세)씨는 “복수전공생이 몰리는 영문과, 경영학과 학생들은 원래 자기 학년 수강신청일보다 수강신청을 더 먼저 해요. 그래서 저 같은 복수전공생이 수강신청을 할 땐, 이미 전공 수업이 거의 다 마감되어 있죠. 수업을 들으려면 교수님을 찾아가서 직접 부탁드려야만 해요. 교수님이 허락해주시면 다행히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뭐, 답이 없어요”라며 씁쓸해 했다.


그러나 복수전공생들의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복수전공이 몰리는 인기학과 본 전공생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복수전공생이 몰리더라도 학교 측에서는 해당 학과의 강사 수를 늘리거나 강의를 더 개설하기 보단, 수강 인원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강의의 질이 저하되는 것이다.


또한 앞의 명지대처럼 본 전공생들에게 수강신청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경우가 아니면, 수강신청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복수전공생들로 인해 본 전공을 못 들어 졸업을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송정현(21세)씨는 “경영학과는 안 그래도 인원이 많아서 수강신청이 힘든데, 복수전공생까지 한 번에 수강신청을 해서 정말 피 튀겨요. 주변에도 수강신청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등록금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서강대학교를 예로 들면, 서강대는 복수전공을 하는 데에 제한이 없다. 본인이 원한다면 문과 학생이 공대 수업을 복수전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서강대 인문사회계열의 한 학기 등록금은 362만 9천원인 반면 공학계열은 474만 2천원이다. 인문사회계열 소속 학생이 공학계열의 과를 복수전공할 경우엔 자신이 속한 인문사회계열의 등록금만 내면 된다. 때문에 이 경우 똑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공학계열 학생은 인문사회계열 학생보다 100만원이나 더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


대학 측의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본전공생들의 요구를 들어야 할지, 복수전공생의 요구를 들어야 할지 적당한 선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다. 복수전공이 필수가 되어버린 요즈음. 뾰족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복수전공 열풍은 복수전공생, 본전공생, 대학 모두에게 골칫거리로 작용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