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마무리하며 고함20이 수상하는 부문별 시상식!  2012, 다사다난했다. 특히 올해는 전국 대학교에 황당한 일들이 유난히 많이 벌어졌다. 올해는 국가장학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 해이기도 했다. 실질등록금을 5% 이하 낮춰야만 국가장학금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엄포에 의해 올 초 대부분의 대학교는 등록금을 인하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의 등록금 인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올해의 비정상: 성신여대



ⓒ시티데일리


 
 

동아리방 없는 동아리를 상상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동아리방은 동아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성신여자대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학생회관을 세미나실 및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겠다라고 통보한 것이다. 학생회관에 동아리방이 몰려 있기에 리모델링을 하면 대부분의 동아리방은 없어진다. 학교 측은 동아리들이 학생회관의 전체 공간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특정 학생들의 기득권만이 보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구성원의 공평한 사용을 위해 리모델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발은 심하다. 학생회관을 계획대로 리모델링한다면 기존의 동아리 활동,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둔 학생자치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또한 학생회관을 동아리에서 주로 쓰고 있는 게 기득권이라는 학교의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동아리는 사실상 성신여대 학생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인데, 어떻게 이것이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만의 기득권일 수 있냐는 것이다.

성신여대에 세미나실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학생자치활동의 핵심인 동아리를 크게 위축시켜야만 했을까. 동아리는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창조적인 활동들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어찌 보면 대학 특유의 역동성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학생자치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리를 마치 학생회관을 점거하고 있는 세력처럼 여기는 학교 측의 안일한 태도는 심히 우려할 만하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여전히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학생들과 계속 대립 중이라니 ‘올해의 막무가내상으로 선정해도 손색이 없다.

편 동국대는 간발의 차로 수상에 실패했다. 올 초에 끝내 학과 통·폐합안을 확정지은 데 이어(2013년부터 시행), 현재 이전 반대 시위 중인 식품생명공학과를 포함한 바이오시스템대학 소속 학과 전부를 강제로 일산으로 옮기려고 해 학생들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이 밖에 <한국사> 수업에서 '근현대사' 부분을 제외하고 가르치라는 지시를 교수에게 직접 내리며 큰 물의를 일으킨 동아대, 학교 측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신문을 강제로 결호하도록 한 성균관대 역시 강력한 경쟁자였다. 하지만 성신여대의 학생회관 리모델링 건이 더 막장스러워 성신여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의 바른생활상:
한국외대 

정말 한국외대는 바름의 끝을 보여주었다. 캠퍼스 내에서 혹시 나타날 수 있는 주폭을 방지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서 캠퍼스 내 주점 설치 금지를 못하도록 막더니, 총학생회 선거철이 되자 자칫 학보사의 선거 공약 관련 보도로 인해 선거가 과열되고 선거 독려 활동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여 손수 학보사 발간을 정지하였다. 특히 한국외대 측은 주점을 설치한 동아리를 직접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총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인물에 대해선 학보에 글조차 싣지 못하게 했다. 얼마나 완전무결한 캠퍼스를 만들고 싶었으면 이렇게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것일까. 바른생활상을 받는 데엔 최적의 조건이다하지만 그렇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칫 더 큰 얼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한국외대 측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과연 한국외대 측이 저렇게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학생들이 학교와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집단으로 항의를 했을까? '바른생활'만 하려고 애쓰기 전에, 우선 기본적으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올해의 쪼잔상: 올해 등록금 인하율 3% 이하의 모든 대학교

특별히 이 상은 단체 시상한다. 도무지 쪼잔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학교들의 꿍꿍이가 사실상 비슷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정부는 대학교의 등록금 인하를 촉진시키기 위해 실질등록금을 5% 이하 낮춰야 그 대학교에 국가장학금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이에 올 초 대부분의 학교가 등록금을 인하했다. 하지만 당초 학생들의 기대와는 달리 많은 학교에서 등록금 인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려대숙명여대한양대광운대 등이 2% 인하에 머물렀고서강대,연세대동국대중앙대한국외대 등도 2~3% 사이로 인하하는 데 그쳤다

이들 학교는 학교 내부 장학금의 확충분을 반영하면 실질등록금 인하율은 5%에 이른다고 주장한다그러나 구체적으로 장학금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경우가 많고게다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것에 비해선 파급효과가 작다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사실 한국 대학교는 타국의 대학교와 비교했을 때 대학 재정에 대한 등록금 의존율이 매우 높다. 결국 관건은 산학협력수익기부금·공립대 비율 확대 등 다양한 재정 마련 방법을 고안하는 것인데문제는 계속해서 대학교특히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올해의 떡밥상중앙일보 대학평가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난 10연세대 학생들을 환희에 떨게 했던 반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되었다중앙일보가 올해 실시한 대학평가 결과연세대가 서울대를 제친 것이다당연히 연세대와 서울대랑 붙으면 서울대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물론 연세대는 환호하는 분위기더욱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가 6위에 그치면서 연세대의 순위 상승새는 더욱 커 보였다당연히 이 결과를 놓고 드디어 서울대의 아성이 무너졌다고 평가한 사람도 있는 반면, ‘아무리 저런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서울대와 연세대 중 선택하라고 하면 어디를 선택할래?’ 라고 반문한 사람도 있었다그야말로 사람들에게 거대한 떡밥거리썰을 풀 거리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물론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분명 그것은 긍정적이다문제는 한국 대학의 경쟁은 겉으로 드러나는 순, 그로 인해 나타나는 학교의 명성, 그리고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 등에 지나치게 시선이 쏠린다는 것이다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가 연세대 아래 순위에 자리했기에 엄청난 얘깃거리가 되었을 뿐이다. '이변'이니 '충격'이니 하는 온갖 자극적인 말들이 쏟아지는 사이, 왜 연세대가 서울대를 제쳤는가, 어떤 기준에서 이러한 순위가 매겨졌는가, 하는 논의는 잘 보이지 않았다.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하는 것도 아이러니다물론 세부적인 자체 기준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했겠지만그 기준들만으로 과연 대학교의 다양한 측면들을 완벽하게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언제부터 한국이 이러한 개별적인 대학교 평가에 일희일비하고, 뜨거운 반응을 보이게 되었을까.


올해의 봉이 김선달상
: 한양대

참으로 거상도 이런 거상이 있을 수가 없다. 분명히 학생들에게 이득 같은데, 정작 이득을 보는 쪽은 학교다. 한양대는 올 초 등록금을 2% 인하했다. 이를 통해 인하된 금액은 171700원이다. 그러면서 한양대는 올해부터 학기당 수업 주수를 16주에서 15주로 줄였다. 등록금을 낮춘 대신 수업 기간을 약간 줄인 것이다. 그런데 계산해보면, 1주일 수업료는 평균 268280만원이다. 1년 동안 2주가 줄었으니, 결국 작년에 비해 한양대 학생들은 36486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등록금을 인하했다며 온갖 생색을 내는 한편, 줄어든 수업 주수에 대해선 전임교수의 수업시간을 늘리고, 계절학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완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양대의 이번 조치는 어떻게든등록금 인하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의도는 완벽히 적중해, 한양대는 돈을 벌고도 학생들을 위해 수업료를 내려준 자상한 학교’의 이미지까지 얻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 셈.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올해의 거상을 받을 만 하다. 사실 대학교 부문 시상식에 거상이란 상을 수여하는 것이 어울리진 않지만, 세상이 변하니 대학도 변하나 보다.

올해의 막장선거상부산외대

 

ⓒ연합뉴스

 


부정선거가 여기서만 일어난 건 아니다다만 다른 학교의 부정선거가 그냥 막장이었다면부산외대의 선거는 ‘TOP’였기에 수상자로 선정했다선거를 중립적으로 관장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주도로 이루어진데다가(물론 당시 당선된 선본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투표함 바꿔치기, 독재정권 시절에나 쓰였을 법한 수법으로 선거부정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한 학생이 투표 당시와 개표 때의 투표함이 서로 다르지 않느냐는 의혹제기를 하면서 촉발되었다그리고 비교 결과 실제로 다르다는 게 나타났다계속된 조사 끝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이 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당시 이들은 투표함을 부산 남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빌렸을 때 평소보다 2개를 더 빌렸는데이를 선거부정 용으로 쓴 것이다. 이를 통해 바꿔치기된 표 수는 천육백여 표에 이르렀다. 결국 부정선거로 당선된 선본은 당선 무효 처리되었고이후 재선거가 진행되었다.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후보로는 학교본부가 학생회 선거에 개입한 동국대학교음원파일 제출이 늦었다는 이유로 한 선본의 등록이 거부된 성균관대학교선관위 측의 애매한 선거 세칙 적용으로 인해 한 선본이 끝내 사퇴하고 만 충남대학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