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연이은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11월 각 대학교는 학생들의 투표로 차기 총학생회를 선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들과 의혹들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도 십여 곳의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작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숫자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부정선거 논란 및 선거 파행


ⓒ경향신문


올해 총학생회 선거 사건·사고 중 가장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곳은 부산외대다. ‘투표함 바꿔치기등 조직적으로 선거 부정이 자행된 것. 특히 이번 선거 부정은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장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측의 주도로 이루어져 더욱 큰 파문을 일으켰다. 3파전으로 시작된 부산외대 선거는 당초 현 총학생회 <Yes, we can>의 후신인 A선본이 약 40%을 득표하면서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학생이 투표 당시와 개표 때의 투표함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을 했고, 비교 결과 실제로 그랬다. 학생이 의혹을 제기한 투표함은 F관 건물에 있던 투표함이었다. 이 주장으로 인해 혹시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선관위 측은 처음엔 이를 부인했지만, 학보사 등 학내 언론사들이 집중 추궁을 하자 결국 사실을 시인했다. F관의 투표함을 A선본의 표가 든 투표함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당초 부산외대 중앙선관위 측은 부산 남구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함을 11개 대여했는데 이는 예년의 9개보다 2개 많은 수치다. 이 두 개의 투표함을 무슨 용도로 썼는지가 쟁점이 되었고, 조사 결과 투표함 바꿔치기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 측은 이번 투표함 바꿔치기에 대해 “A선본은 관여한 바 없고, 모든 일은 현 총학생회장과 중앙선관위장(부총학생회장)이 꾸민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A선본 측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었고, 이에 동정심이 발동해 이 일을 계획했다는 것. 그러나 정황상 A선본 측의 개입이 아예 없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에 현재 학생복지부 측이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학생복지부 측은 현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에 대해 엄중한 징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일로 A선본의 당선은 취소되었고 B선본과 C선본이 다시 경선 체제로 재선거를 펼쳤다.

경선으로 선거가 진행된 충남대는 B선본이 후보자 사퇴를 하면서 선거 파행에 이르렀다. B선본 측은 중앙선관위의 공정성에 중대한 의심이 가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 사퇴를 하였다고 밝혔다. 발단은 A선본의 참모장이 단과대학 부학생회장을 지낸 학생이라는 점이었다. 충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시행 요강을 보면, 특정 선본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선거 당해 특정 직위에 올라 있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직위는 중앙자치기구장, 특별기구장, 단과대학 부학생회장, 학과 학생회장 및 부학생회장, 총대의원회 소속 전체 대의원 등이다. A선본의 참모장은 회칙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중앙선관위 측은 A선본의 후보자 등록을 승인하였다. 당연히 이에 대해 B선본이 항의했지만 중앙선관위 측은 이를 묵살했다. 결국 격분한 B선본은 선거의 공정성을 성토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하였다. 이에 따라 A선본이 단독출마하게 되었지만, 과반수(재학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며(58.81%) 선거는 무산되었고 내년 3월 보궐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역시 경선으로 선거가 진행된 조선대는 B선본이 경고 3회로 후보자 자격 박탈을 받았다. 그러나 경고를 받은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게 문제가 되었다. B선본은 선거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채 선거운동을 했고 학우들로부터 사전 설문조사를 받았다, 는 이유로 두 차례의 경고를 받았다. 재량에 따라 주의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중앙선관위는 두 사안 모두에 경고를 내렸다. 그리고 지난 11일 중선관위 회의에서 또 한 차례 경고를 받으며 후보자 자격이 박탈되었다. 한편 A선본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총학생회 선거운동원과 단과대학 선거운동원들이 동일한 슬로건이 적힌 선거운동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했으며,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0월 초부터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을 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위 두 사안에 대해서는 각각 시정명령 조치와 기각 처분을 내리며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B선본 측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편파적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는 무효이고 선관위를 재구성해 재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B선본 측은 A선본 측의 인물 중에 현 총학생회(터닝포인트)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현 총학생회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조선대는 작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인해 선거 파행을 빚은 바 있다.

국민대는 중선관위원 간의 폭행사건이 있었다. 지난 17, 경영대 학생회장 김동엽 씨가 술자리에서 법과대학 학생회장 김제인 씨를 구타한 것. 국민대학교 근처 주점에서 중앙선관위와 법과대학 학생회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둘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고, 이에 격분한 김동엽 씨가 김제인 씨를 일방적으로 폭행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김제인 씨는 코뼈에 금이 가고 이가 흔들리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고, 김동엽 씨는 이틀 뒤인 19, 사퇴서를 내고 중앙선거관리위원 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 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김동엽 씨는 자동적으로 경영대 학생회장 직도 내려놓게 되었다. 단과대 학생회장이 그 해 총학 선거의 중앙선거관리위원을 맡는 것이 회칙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의 사퇴 이후에도 후폭풍은 계속되었다. 법과대학 학생들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 김 씨의 폭행은 단순히 사람이 사람을 때린 게 아니라 학생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였고, 또한 국민대학교 학생들 전체에 대한 명예를 실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드러나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김 씨에게 진지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중선관위는 김제인 씨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내고 김제인 씨가 그간 학생회 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번 술자리에서도 사실상 불화를 조장했으며, 개인적 이익을 위해 갈등을 유발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근거를 내세운 부분이 있고, 근거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마땅히 제시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박신호 중선관위원장은 이에 대해 학내에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사실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려고 했다라고 국민대 학내언론 <국민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성균관대는 중앙선관위 측이 특정 선본(이하 B선본)에 대한 등록 거부입장을 밝히며 논란이 되었다. B선본 측이 규정보다 음원을 4분 늦게 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B선본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음원을 늦게 낸 건 사실이지만, 음원 관련 규정이 세칙에 명확히 드러나 있지도 않을뿐더러, 음원 파일이 저장된 이메일에서 중앙선관위 측 컴퓨터로 다운로드를 받기 위해 컴퓨터 사용을 요청했는데도 선관위 측이 타 선본의 서류검토를 이유로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사용을 요청한 때는 아직 등록시한을 넘기지 않았을 때였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측은 USB로 제출할 것을 권유했고 B선본 측은 그렇게 했지만, 제출할 때는 이미 마감시각에서 4분 늦어 있었다. 선관위 측은 등록 거부 사유에 대해 ‘B선본 측이 사전에 충분히 등록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구비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고, 서류 제출 후에도 아무런 문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B선본 측은 애초에 음원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 왜 등록 거부를 하느냐, 중앙선관위 측의 대처를 이해할 수 없다, 란 입장이다. 실제로 언론3사 공청회에서, 중앙선관위 측 역시 음원 파일 제출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점과 이 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등록 거부 조치를 취소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고 투표를 강행하였다. 이 일로 인해 B선본 측은 지난 21일 삭발 시위를 벌였으며, 중앙선관위 측에서도 한 위원이 사퇴를 발표하며 중앙선관위 측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한편 이에 따라 올해 선거는 A선본의 단독 출마로 진행된다. A선본은 현 총학생회인 <태평성대>의 후신으로, 최근 운동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화제가 된 선본이다. A선본은 지난 30일 당선이 확정되었다.
 

누군가의 개입


ⓒ조선일보

 

동국대는 학교 본부가 총학생회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학교 측은 지난 112, 선거에 나올 후보자들에 대한 자격을 학생준칙에 기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후보자들의 자격은 학생회칙에 의거해 왔다. 동국대 학생준칙에는, 총학생회 등 중앙기구 대표는 6학기 이상 7학기 이내 재학생이어야만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당초 등록 예정이었던 후보자 측에게 선거인명부를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선거인명부를 통해 유권자를 파악하는 만큼 선거인명부가 없으면 사실상 선거를 치룰 수가 없다. 이에 중앙선관위 측은 진행 중이던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2주 간 관련 사안에 대해 학교 측과 협상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학생회칙에 따라 선거를 진행하기로 하고, 내년부터 학생준칙 상 명기된 후보자의 출마자격을 최대 8학기 이내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학생준칙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학교-학생 간 논의 테이블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가지기로 했다. 참고로 학생준칙은 학생 생활과 관련한 규칙들을 교칙 차원에서 설정한 규정으로, 현재까지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에는 주로 학생회칙이 적용되어 왔다. 학생회칙은 학생준칙과 달리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만든 규칙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동국대 선거는 단선으로 진행되며, 오늘부터 5일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중앙대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의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3일 김 의원과 안국신 중앙대 총장과의 면담이 있었는데, 면담에서 김 의원이 법정부담 전입금(교직원 연금, 건강보험, 재해보상 부담금, 비정규직 4대 보험료 등) 80억 원을 법인 기금이 아닌 학교 교비에서 부담한 이유를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이 학교 A선본이 주장하는 공약과 정확히 일치한다. A선본은 통합진보당 성향의 운동권 학생들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A선본은 김 의원과 안 총장과의 면담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대자보를 붙이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기성 정치권이 특정 학교의 선거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지난 27~28일에 투표가 진행되었고, 개표 결과 A선본은 압도적인 득표율 차이로 경쟁 선본에게 패했다

한편 중앙대 안성캠퍼스 본부는 어제(29) 선거를 통해 당선된 A선본의 자격을 박탈했다. 당초 A선본은 중앙대학교 본부의 뻥튀기 예산을 줄이고, 법정전입금을 받아내 등록금을 낮출 것이다란 공약을 세우며 당선되었으나, 학교 측은 선거지도위원회를 열어, 이 공약 자체가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자격 박탈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이에 A선본은 국회의원실 자료 등 적절한 자료를 기준으로 공약을 세웠다, 라며 재학생 서명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 밖의 이야기


올해 경희대 부총학생회장에 출마한 제임스 후퍼 씨. ⓒ연합뉴스



서강대는 총학생회 선거가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올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선본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개교 이래 처음이며, 이에 따라 현 총학생회인 와락이 보궐선거가 진행되는 내년 3월까지 총학생회를 계속 맡게 된다. 내년 3월까지 후보자가 등록을 하면 예정대로 보궐선거를 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도 아무도 등록을 하지 않으면 내년 서강대는 총학생회 없이 운영이 된다.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됨에 따라 선거의 열기도 대폭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출마한 선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가 취소되고, 선거 때면 캠퍼스를 달구는 총학생회 후보자들의 열띤 선거운동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역대 최저 투표율로 올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투표율이 27.8%에 지나지 않은 것. 본투표기간 동안 투표율이 32%가 넘어가면 연장투표나 재선거를 통해 과반 투표율 50%를 넘기도록 할 수 있지만, 올해는 이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에 재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지만, 서울대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학교였던 데다가 담배녀 사건등으로 인해 학생대표에 대한 불신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한 분위기라 재선거가 성과가 있을지 조차도 의문이다. 비단 총학생회 선거뿐 아니라 단과대 선거도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바닥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단과대 선거가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무산되었고, 심지어 공대 등 아예 후보가 없는 단과대도 있었다. 이에 인문대, 사회과학대 등 몇몇 단과대에서 이동식 투표소를 설치하면서까지 투표를 독려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이동투표소가 선거회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한편 경희대는 외국인 유학생이 부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하여 화제다. 지리학과 3학년 학생 제임스 후퍼(25) 씨가 그 주인공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총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후퍼 씨는 송창섭(법학과 4)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루어 선거운동을 했지만, 2190표를 얻어 4107표를 얻은 정주용·윤연정 후보에게 져 당선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이 출마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영국인 중 최연소로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성공하고 북극에서 남극까지 42000km396일 만에 종단한 유명한 탐험가라는 점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실제로 그는 2008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올해의 모험가에 뽑히기도 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후퍼 씨는, 한국에 온 것도,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것도 자신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