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거점국립대 육성’과 ‘국공립대 네트워크 추진’은 지방분권과 대학구조재편 차원에서의 논의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1년 후를 내다본 정책이 아닌, 10년, 20년 후 국가 전체의 모습을 결정지은 방향과 관련된 정책이라 더욱 중요히다. 지방대 정책들에 대한 실제 지방대 학생들의 공감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했다. 대학구조와 관련된 이 정책들이 기반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에서부터 대학생들의 반응까지 고함20이 알아봤다.


대학 서열화, 추락한 지방대학의 위상

“내가 입학할 때, 한양대와 성균관대에 합격했었지만 집에서 너무 멀고 등록금이 비싸서 진학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S모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필모(가명, 충남대77학번) 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7~80년대만 하더라도 지역의 우수 인재들은 연고가 있는 지역의 거점 국립대로 몰렸다. 당시 대학입시 결과만 봐도 지역 거점 국립대들이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최근 수능을 기준으로 한 배치표를 보면 지방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부산대, 경북대마저도 서울의 중위권 대학과 비슷하거나 뒤쳐져 있다. 수도권에만 편향된 정책으로 인해 서울에 거의 모든 것이 몰리게 되었고, 대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이 서열화되면서 지방대학의 위상은 추락했다. 소위 ‘인서울 대학교’와 지방대의 격차를 느끼는 일은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김주현(21) 씨의 말처럼 말이다.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인 친구들은 저보고 지방대라고 장난삼아 무시하기도 해요. 취업 걱정을 해 주기도 하고요.“
  


지방 거점 국립대 육성으로 대학 서열화 해결?

서울과 지방의 큰 격차, 대학서열화의 현실. 두 가지 문제가 결합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방대가 평가절하되면서,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지방대학의 입시 결과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력들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짐을 싸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청년들이 지방에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역과 국가 모두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미국의 보스턴, 영국의 옥스퍼드 등은 우리에게도 낯익은 도시다. 수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도시의 이름이 각인된 것은 ‘대학’ 덕분이다. 이 지방 도시들은 특화된 지역 대학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통해 활성화된 경기를 누리고 있다. 지방거점대학 육성 정책이 그리고 있는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국립대발전연구위원회가 내놓은 방안은 이러하다. 일단 전국을 10개의 권역으로 편성한 후, 해당 권역 안의 국립대들을 기능·학문영역별로 특성화시킨다. 그리고 해당 분야에 정부와 지역사회의 지원을 집중시킨다.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등교육 개혁작업을 모델로 한 이 정책이 추진되면 자연스럽게 지방대학과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방거점국립대 육성 정책은 대학연구 지원강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 산업과의 연계·융합까지도 바라본다. 미국의 스탠포드대학과 실리콘밸리가 보여 주고 있는 공존공영의 발전 방식처럼 말이다.

실제 지방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정지순(가명, 26) 학생은 대전지역에서 취직을 하기 위해 충남대 진학을 결정했다. 그는 “그간 사회는 지방대 졸업과 지방에서의 취직을 별로 쳐주지 않았다. 지방국립대를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인 지방거점국립대 발전과 지역산업의 연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안,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지방거점대학을 집중 양성하는 정책은 지역국립대의 위상을 높일 수 있지만 이미 사회적 통념으로 굳혀진 수도권 대학위주의 서열화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이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대를 포함한 기존의 국공립대학을 하나의 연합체제로 구축하는 안이 지난 6월 민주통합당의 토론회에서 나와 ‘서울대 폐지론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가 추진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공립대학 연합체제 내 강의개방 ▲학점 및 교수 교류 등으로 시작해 중장기적으로는 ▲공동학생선발전형 도입 ▲공동학위제 수여 등을 꾀하게 된다. 이후 사립대까지 포괄한 통합 네트워크를 구성해 대학서열화의 근본적인 폐단을 무너뜨리겠다는 방침도 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안은 대학서열화 문제 해결 외에도,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2011년 교육기본통계조사 결과, 한국의 고등교육기관 434개 중 사립대가 86.7%를 차지하고 있다. 국공립대가 100%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90% 이상인 호주, 독일, 뉴질랜드 등과 큰 격차를 보인다. 국공립대 네트워크의 최종 목적지에는 사립대를 포괄한 네트워크가 있다.

지방거점국립대 육성 정책과 달리 국공립대 네트워크 안에 대해서는 여론이 크게 갈린다. 많은 대학생들도 대학 네트워크를 ‘대학 평준화’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통합에 부정적이다. 실제로 대학 네트워크와 유사한 면이 있는 ‘국공립대 통합’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학생들은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군산대-전북대, 공주대-충남대 간의 통합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반대 여론은 거셌다. 여대생 김애이(24) 씨는 네트워크 안에 대해 “학생들의 수준과 교수들의 수준 차이가 존재하는 게 현실인데 이들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다.

아직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네트워크화’가 어떤 것이며,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네트워크가 서열화나 학벌주의 해소에 정말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생 이준헌(26) 씨는 “서열체제 해소라는 목적에는 동의하는데, 국립대를 통합한다고 해서 서열이 해소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공감을 많이 얻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책 담당자들은 무조건 ‘공약’으로 내걸기 이전에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책을 설득시키고 홍보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