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토요일 오후 1시, 국회의사당 부근 국민은행 앞에 약 1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모였다. 서울지역교육대책위,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전국학생행진, 한국대학생연합 등 총 7개 대학생 단체가 ‘기만적인 취업 후 상환제 개정,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대학생 교육공동행동’(이하 교육공동행동)이라는 이름 아래 집회를 벌였다. 1948년 제주에서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반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그 날, 4월 3일에 대학생들은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시행할 것과 기만적인 ICL(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전면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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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부근 국민은행 앞에서 벌어진 '대학생 교육공동행동'에 참가한 학생들
 


  집회 초반, 대학생 관련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랩퍼 시원한 형의 흥겨운 랩 공연으로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무대에 오른 사람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후보 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을 강하게 주장하더니 이제 와서 외면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또한 그는 학생들 스스로 등록금 책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학내 ‘등록금 심의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라고 학생들을 독려했다. 이미 법으로 제정되어 있는 것이므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 학교는 학생들이 나서서 신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도 국회의원으로서 원내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반값등록금 이행촉구 피켓, 2) 연단에 선 권영길 의원, 3) 동국대 학생들의 공연, 4) 김예슬씨 대자보 답신 낭독



 대학생들의 자유 발언 시간에도 반값 등록금 공약 시행 및 ICL 전면 개정 요구를 염원하는 외침은 멈추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부자 감세 혜택 때문에 줄어들 세수가 96조원이나 되고, 4대강 사업 단독 예산만 22조원에 달하는 상황을 조목조목 짚었고, 나아가 5조원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또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발언과 공연 사이에도 ‘반값 등록금 해결! ICL 전면 개정!’을 목청껏 외쳤다.



▲ 대학생 교육공동행동의 슬로건



 이날 교육공동행동에서는 반값 등록금, ICL뿐만 아니라 점점 기업화되는 대학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대기업 재단이 출범한 후로 아무렇지 않게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는 학교(중앙대), 학생들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무리하게 법인화를 진행하는 학교(서울대)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고대 자퇴생 김예슬씨에게 보내는 답신을 낭독한 참가자는 요즘의 대학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영어강의 수강과 자격증 취득이 당연시되는 대학 생활을 고백했고, 이미 ‘적극적인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는 곳으로 변해 버린 대학을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대학이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곳이기를 바란다”며 많은 학생들이 힘을 합치면 기업화되는 대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한 학생들은 결의문을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임을 상기시키며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투표도 제대로 하지 않는 천덕꾸러기로 취급 받았던 20대가 스스로 유권자로서 권리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피켓이 등장했고 선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30 정치주권 네트워크 대표 추성호 씨는 “우리가 더 잘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내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20대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20대가 스스로 정치 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20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피켓과 플랜카드



 선거를 독려하는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및 ICL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교육공동행동은 끝이 났다. 참가자들은 다 같이 일어나 대학문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선거 때 투표를 하자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의 정치참여로 세상을 바꾸자”, 이것이 오늘 집회의 핵심 슬로건이었다.


 대학생이 주체가 된 이날 집회는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났다. 단순히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그들에게 희망을 품는다면 무리인 것일까? 나라의 밑거름이 되는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교육시키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턱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간신히 대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젊은이들의 ‘이유 있는 절규’에 정부도 귀 기울일 때가 됐다. 성큼 다가온 4월에도 여전히 쌀쌀하기만 한 어느 봄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진해서 밖으로 나온 이들의 행동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