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0일 국립국어원은 '애인, 연인, 연애'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개정했다. 표준어 뜻풀이에서 '남녀' 또는 '이성'이라는 의미를 빼고, '서로'라는 의미를 더했다. 국립국어원의 결정은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이하 앰네스티) 회원들과 경희대 학생들이 이성애 중심적 표준어의 의미개정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국립국어원에 의미 개정을 요구한 결과다.

 
이들은 성적 소수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들 단어의 뜻풀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국립국어원에 표준어의 의미개정을 청원했다이에 국립국어원은 기존의 표준어가 이성애적 시각만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성적 소수자들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의미 개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보수언론들은 뜻풀이 개정을 추진한 앰네스티의 노력과 국립국어원의 결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6일자 사설(국어원, 辭典 속 '사랑' 뜻 바꾸려면 의견 더 모았어야)을 통해 국립국어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사설은 앰네스티의 개정운동에 대해서도 "대학생 다섯 명의 제안을 덥석 받아 처리할 일이 아니다."라고 폄훼했다. 이어 사설은 "'사랑'의 의미를 정하는 일은 앞으로 '결혼'에 대한 법률상의 개념 변화, 동성애자 결합까지 결혼으로 인정할지 여부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라며 이번 사건를 동성결혼 문제로 확대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크리스천투데이 역시 지난해 12월 7일자 기사(국립국어원, ‘사랑’ 단어 뜻에서 ‘남녀간’ 빼버려)를 통해국립국어원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전달했다. 기사는 한 관계자의 말을 빌려 국립국어원의 뜻풀이 개정 과정을 '밀실회의'에 비유했다. 기사 말미에는 6일자 조선일보 사설의 내용을 빌려오기도 했다. 기독교 계열의 크리스천투데이는 "특히 '결혼'마저 '남녀간 결합'이라는 내용을 삭제할 경우 불러올 파장은 예측할 수 없다"며 동성결혼에 민감한 입장을 드러냈다. 

교수신문에는 지난해 12월 10일 실린 김영철 편집위원의 칼럼(국립국어원의 '사랑')이 조선일보, 크리스천투데이와 비슷한 논조로 국립국어원의 결정을 비난했다. 김 편집위원은 더 노골적으로 동성애에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칼럼은 "그것(동성애)은 바른 사랑이 아니다. 쾌락만을 추구하는 비뚤어진 사랑일 뿐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AIDS의 발병 원인이 남성 동성애자 간의 성교에 있다는 요지의발언을 했다. 칼럼은 국립국어원의 결정에 대해선 "사랑에 대한 쿠데타的 전변"이라고 지칭하면서 국립국어원의 결정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강한어조로 비판했다.

ⓒ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들과 경희대 학생들이 참여했던 퀴어 축제 당시 들었던 피켓


보수언론은 뜻풀이 개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고 지적하지만 진행과정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들과 경희대 학생들은 '이성애 중심 표준어 개정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다음 아고라 서명, SNS 홍보, 오프라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5개월 동안 3,40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고, 이를 국립국어원에 전달했다. 

'밀실회의'라는 비유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성애 중심의 표준어 뜻풀이 개정요구는 그 이전부터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국립국어원은 이러한 개정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2년 전인 2010년 '표준어정보보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랑'의 뜻풀이를 수정한 바 있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반응에 개정운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개정운동을 주도한 앰네스티 대학생 네트워크의 회원 김희주(24) 씨는 보수언론이 성적소수자 문제를 대하는 관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보수언론은)본인들의 시선을 룰로 만들고 사회로부터 소수자를 배제한다. 이는 설득력도 없을뿐더러 폭력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개정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희대 학생 권예하(23) 씨는 국립국어원의 의미개정 결정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가 사회에 분명 존재하는 상황에서 표준어의 뜻풀이는 이들을 포함하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권씨는 "(이성애 중심적 표현 개정에 대한 반발은)고양이가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