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편황조 훨훨 나는 꾀꼬리는(펄펄 나는 꾀꼬리는)

자웅상의 암수 다정히 노니는데,(쌍쌍이 즐기는데)

염아지독 외로올사 이 내 몸은(외로운 이내 몸은)

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가리.(뉘와 함께 돌아갈꼬.)


유리왕의 ‘황조가’를 읊고 있노라면 솔로의 가슴 절절한 슬픔이 몇 천 년을 관통하여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알 수 있다. 도대체 ‘내 님은 어디에!!’, ‘정말 짚신에는 짝이 있는거냐’며 혹여나 ‘내 짚신은 오른쪽만 두 개인 불량품이냐’며 울부짖기를 20년. 햇살도 점차 따뜻해지고 소담스러운 꽃망울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를 위해 맘껏 몸단장을 하는 4월이 돌아왔다. 이젠 정말 적극적으로 ‘내 님 찾아 삼만리’를 벌여야 할 시기이다.


대학생활에 미팅·소개팅은 필수, 애프터는 선택이라는 우리의 짝짓기 활동의 역사는 빵집에서 소지품 내놓기를 지나 신촌 호프집에서 왕게임으로, 노래방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며 사랑의 작대기를 그었던 시기(사랑의 스튜디오)에서 일단 ‘부부로 만나 생활을 시작하는 방법(우결)’으로 진화하고 있다.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는 역시 ‘사랑의 스튜디오’다. 일요일 오전에 가족들이 모두 둘러앉아 일반인들끼리 사랑의 작대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일상에 가까웠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어색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고,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뒤 중간결과에 바뀌어 나오는 커플들을 볼때면 이상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 관음증적 시선이라고 탓할 것도 없이 본능적인 훔쳐보기 심리 때문이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꽤 인기를 끌었다.


‘사랑의 스튜디오’ 이후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모두 연예인은 투입하기 시작한다. 남희석과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서는 두 MC가 복불복을 통해 가장 비싼 데이트코스와 저렴한 데이트코스를 일반인 여성과 수행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꽃님이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MBC의 ‘애정만세’는 이성진과 김동완의 주접 브라더스와 박경림의 재치가 더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나의 상대방과 데이트를 하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간단한 게임과 함께 토크를 갖는 형식으로 당사자들과 데이트 영상을 함께 보고 논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2001년 KBS2의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은 남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연예인 지망생이나 얼짱 출신 일반인들의 출연으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로써 짝짓기 프로그램이 본격적인 연예인 등용문으로의 역할로 떠오른다. 이 시기 등장했던 여자 연예인으로는 남상미, 최하나, 이빈우, 임성언, 윤정희, 서지혜 등이 있다.



강호동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짝짓기 프로그램 전문 MC라는 별명이 붙여질 정도였다. 2002년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비롯하여 2005년 S방송국의 '실제상황 토요일-연애편지‘. 2006년에는 'X맨 일요일이 좋다'에서도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이때부터는 여성 연예인들도 적극 등장하기 시작한다. 신인급 연예인으로 시작한 여성 연예인의 출연은 이후 이효리, 윤은혜 등 다양한 출연진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짝짓기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틀로 고착되는 움직임을 보인다. 남녀 한 명씩 나와 자기소개를 하고 눈빛 교환, 첫인상 테스트 직후 장기자랑 시간으로 한 주의 프로그램은 가득 찬다. 섹시 댄스나 코믹 댄스 등으로 어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누가 누구의 짝이 될 것인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모 여자 연예인은 ‘그 시기 묘한 경쟁심리가 팽배했다’며 ‘대기실에서도 누가 누구를 찍을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출연자 또한 긴장되는 결정의 순간이 짝짓기 프로그램의 묘미이기도 했다.


최근 방영된 짝짓기 프로그램은 어떨까. ‘살짝 비틀기’만이 적용된 듯 싶다. 케이블에서 방영했던 ‘아찔한 소개팅(아찔소)’은 서바이벌 형 짝짓기 프로그램이다. 단지, 한 명의 킹카나 퀸카를 두고 여러 명의 후보자가 도전한다는 점만이 다르다. 선정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보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지만, 신세대의 사랑법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지지를 얻기도 했다.


MBC의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의 경우, 스타와 일반인 출연진의 장점을 종합하여 스타의 범상치 않은 일반인 친구들을 모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원사격을 이유로 스타들 또한 함께 하여 인기를 함께 얻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장모님과 함께 맞선을 보는 SBS의 ’내 딸의 남자’와 서바이벌 형식의 ‘골드 미스 다이어리’, ‘결혼할까요?’, 관광을 곁들인 ‘꼬꼬관광 싱글싱글’ 등이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우결)는 이전의 짝짓기 프로그램의 계보에는 속하지 않는다. 짝짓기 프로그램이 원하는 시작할 때의 떨림이나 미묘한 관계가 아니라, 이미 결혼했음을 가정하고 시작하여 알콩달콩한 모습이나 갈등극복의 모습을 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미 정해진 상대이므로 매력어필에 공을 들이기 보다는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모습, 연애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짝짓기 프로그램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질까? 현재 신동엽의 이경규와 TVN에서 '러브 스위치'를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의 ‘Take me out'이라는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2,30대 싱글 여성 30명과 남성 1명을 등장시켜 30:1로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이전의 짝짓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식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만, 싱글 여성들을 어떤 식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호불호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