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용찬(48) 교수가 지난 달 28일, 교수 임용 전 논문 표절 판정을 받고 사표를 냈다. 표절로 인한 사직은 서울대에서 처음이다. 김 교수의 2004년 ‘국제정치논총’(한국국제정치학회 학회지) 투고논문에 대해 미국 예일대 모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했다고 제보하면서 윤리소위원회가 소집되었고, 위원회에서는 제보를 사실로 판정해 김 교수에게 통보했다.

표절에 대한 사전 검토, 사후 처벌 조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느슨하다.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6월 30일까지 83명의 교수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4명은 해임·파면, 5명은 재임용 취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54명은 서면 경고나 견책, 정직 등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논문 심사 과정도 문제가 많다. 이번 사태에서 서울대는 “외부로부터(원 저자) 표절 사실을 알게 되다니 논문 표절 검증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대 측에서는 “임용 심사 3년 전까지 발표된 논문만을 다루는데 문제가 된 논문은 심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심사 시 한꺼번에 살펴보기 때문에 모든 논문을 일일이 검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세대나 이화여대, 한양대도 4년 전까지의 논문 실적만 표절 레이더에 잡힌다. 고려대에는 논문 심사 규정이 있을 뿐, 실제 논문 심사는 해당 학과의 교수 재량이다. 심지어 성균관대나 건국대는 지금까지 교수임용 심사 때 논문 검증을 별도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 임용 시 논문의 자격이나 진실성 여부를 섬세하게 점검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해당 분야의 연구 성과인 논문은 연구측면에서 가장 객관적인 평가 지표다. 연구의 결과물인 논문을 표절한다는 것은 곧 연구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표절에 관대하다는 것은 한국 학계가 연구 윤리에 둔감하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현재 논문표절 기준이 존재하기는 하나(2008,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 명확하고 객관적인 징계 지침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표절 처벌 조치를 일원화하되, 징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연구윤리의 1차 감독기관이 대학이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통일성 있는 제재 시스템이 조속히 만들어지고 시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