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주도를 왕래한지가 20년도 더 됐어요. 그런데도 늘 제주4.3이 사건이냐, 항쟁이냐가 헷갈립니다.” 4월 3일, 65년 전의 제주43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대한문 앞으로 모인 사람들 앞에서 작은연대 운영팀장 임호영씨는 이렇게 '4.3 in 서울' 행사의 서두를 열었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 선거, 단독 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 봉기한 이래, 1984년 9월 21일 한라산 금동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지 65년이 지난 오늘에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늘 오전 제주 현지에서는 제주4.3사건 기념 추모제 행사가 진행되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바꾸는 1000가지 작은 일’을 모토로 하는 시민협동조합 작은연대가 제주4.3사건65주년을 맞아 서울에서도 제주4.3사건을 재조명하기 위해 '4.3 in 서울'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의 홍보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실제 행사 참석자 외에도 작은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한 567명의 사람들이 함께 제주4.3사건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페이스북 홍보글을 보고 행사에 참석한 김현아씨(44)는 “오늘 (이 행사에) 사람이 너무 없는데, 이게 65년 전 일이기도 하고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제 나이대 사람들도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저보다 어린 후배들은 사실 더하죠”라며, “(함께 연극 공연을 하는) 멤버들이 오늘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 공유를 통해서 의의를 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문 앞 광장에서 함께 묵념을 하고 있는 참석자들

90년대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명예회복 범국민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한바 있는 제주도민 박찬식씨는 침착한 목소리로 제주4.3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까지 거쳐야 했던 오랜, 고통스러운 시기에 대해 발언했다.

“(제주4.3사건이 발생하고 10년이 지난 뒤에) 제주도 북촌의 초등학교에서 어떤 청년을 위한 노제가 열린 적이 있어요. 그 초등학교는 4.3사건 당시 몇백명이 한꺼번에 학살당한 곳이었습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4.3사건 때 돌아가신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전부 다 운동장에서 다 통곡을 한 거에요, 전부 다. 처음의 시작은 한 청년 때문이었지만 그러다 통곡이 멈추지 않아서. 그런데 경찰이 ‘그 사람들이 전부 4.3사건 때 죽은 역적, 역도들을 추모하면서 그런다’고 말하며 전부 다 경찰서로 끌고 간 사건이 있었습니다.”

4.3사건이 과연 무엇이냐. 제주도민은 왜 4.3사건을 말하느냐. 박찬식 씨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아직 갖지 못했다. 박씨가 80년대 초반에 청년들과 은밀하게 모여서 4.3사건에 대해 공부를 할 때에도, 고향에 있을 때는 아무도 4.3사건을 입 밖에 내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두운 역사가 처음부터 제 이름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90년대 이후에 민주화가 되고 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나마 4.3사건 당시 사망자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분단을 반대하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항쟁이었고, 따라서 통일이 되면 제 이름을 찾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4.3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느냐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들에게 과제로 남아있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찾아나갈 이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4.3사건 평화공원에는 아무 글자도 쓰이지 않은 채 누워있는 비석이 하나 있다. 그냥 빈 채로 누워 있는 백비(白碑)에는, ‘사건’이라고도 ‘항쟁’이라고도 정의 내려지지 않고 있는 제주의 4.3일이 언젠가 하나의 명료한 이름으로 정의되길 바라는 제주도민들의 조용한 열망이 담겨있다.

행사는 이날 3시에 시작되어 30분간 진행됐다. 행사 설명과 연설이 끝난 후에는 제막식이 진행되었다. 펼쳐진 현수막 앞에서 참여한 사람들은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해산했다. 이어 4시에는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관람하며 제주43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고, 7시에는 압구정 cgv에서 제주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을 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가지는 시간이 예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