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인 또는 주변인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곁에 있어 주는 것,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 따듯한 말을 건네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선책은 피해자에게 성폭력 관련 전문 상담기관에 연락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성희롱 및 성폭행 또는 성과 관련된 사건의 피해자들을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은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과 그 과정을 진행하며 겪게 되는 ‘2차 가해’들이다. 성폭력 관련 전문기관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성폭력 사건 이후의 과정에 대해 피해자와 이야기하고, ‘2차 가해’들로부터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데에 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희롱 및 성폭력, 여성과 관련된 사회문제 전반에 관한 상담소는 대표적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있다. 이외에도 여성긴급전화중앙지원단,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상담센터 등에서도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 해결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다 중심이 되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성폭력 사건 해결 지도’를 제시한다. 여성이 겪은 경험과 그 문제를 자신이 스스로 중심이 되어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취지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가부장적 통념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담시설을 이용하는 피해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바로는(피해자의 도움 요청 대상, 2010), 전체 성폭력 피해자의 76.8%는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그 대상은 가족 및 친척(8.7%), 이웃 및 친구(9.5%)에 한정된다. 여성긴급전화 1366이나 무료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는 경우는 없었고, 쉼터 및 성폭력 상담소에 도움을 청하는 사례는 0.8%로 매우 저조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상담소에 전화를 너무 늦게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상담소는 성폭력피해자에게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적 없는 주위에서의 도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부정확한 이야기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한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일단 관련 상담소에 연락해주기를 요청한다.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이 있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폭력피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만들고 노력해본 경험이 있는 상담자들과 ‘우선’ 상담하기를 권합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담소를 비롯한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권고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함이다. 진보신당 성 평등위원회의 정의에 따르면, 2차 가해란 성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 또는 피해자 이외의 제3자가 의도와는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통칭한다. 여기서 피해란 언어적인 폭력, 정신적인 협박, 물리적 강압, 집단적 따돌림과 괴롭힘, 피해자 신변 공개, 사건과 무관한 경력과 행동, 성격을 문제 삼는 행위, 사건의 왜곡 등 일체의 행위를 일컫는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 연구가 홍성수 교수도 성폭력 피해자가 2차 가해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성폭력상담소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홍성수 교수는 “피해자가 혼자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도 너무 힘들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렵고, 가해자가 적절한 처벌을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라며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혼자 힘들어하거나 해결하는 것보다 성폭력 상담기관에 연락할 것을 권고했다.

물론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폭력 관련 상담소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권고’할 뿐이다. 홍성수 교수는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가 ‘정답’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고 성폭력 상담소를 이용할 것을 권유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