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음악 프로그램 <라라라>를 시청하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의 뮤지션은 국내의 펑크음악을 대표하는 한상원씨였죠. 내로라하는 펑크음악의 대부이자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그 한상원’씨가 펑크 음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 펑크 음악이 유행했지만 자신은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졌고 이를 극복하고자 무던히도 연습하다 보니 즐기면서 잘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구 할이 콤플렉스라니요!



사진출처: http://www.tvian.com/Popup/tviews_print.aspx?newsidx=11258


 한상원씨의 얼굴에 오버랩 된 사람이 있었는데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선배입니다. 이 선배로 말하자면 성별과 학번을 막론하고 우러러 마지않는 대단한 스펙과 인품까지 갖춘,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그 선배가 자신의 콤플렉스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직업의 특성상 매일같이 처음 보는 고객과 상담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이 일상화 된 사람이 이런 콤플렉스를 가졌다고 하니 처음에는 웃음부터 났습니다. 그 선배와 콤플렉스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그렇지만 이 선배에게도 한상원씨에게도 분명 그것은 콤플렉스였겠지요.

 평범한 소년을 펑크뮤지션으로 만들어주고 모르는 이와 인사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사람이 넓고 돈독한 인맥을 갖게 한 콤플렉스, 대체 이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그 이름 C. G. 융에 의하면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에게 콤플렉스가 있으며 이는 의식적인 경우나 무의식적인 경우 모두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최소한 하나쯤은 콤플렉스를 가진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들인 거죠.

그런데 자신의 콤플렉스에 대해 알고 있나요?


 

사진출처 http://www.kdaily.com/news/newsView.php?id=20090708011002&spage=1#


잘 알지도 못하면서.

  졸업을 앞두고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원서 쓰는 것을 보면 경악스러울 따름입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엄청난 스펙도 그러하거니와 자신의 장점과 단점, 심지어는 콤플렉스와 그 극복 경험을 요구하는 입사지원서를 보고 있노라면 정신과 선생님을 앞에 두고 상담하러 온 환자같이 느껴집니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입사지원서의 문항에 황당해지지만 진짜 당혹스러운 것은 나에 대한 질문임에도 내가 알고 있는 답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결정의 기로에 놓일 때 마다 고민하기 일쑤입니다. SWOT분석을 배우고 아무리 많은 케이스에 적용해 보아도 나에 대한 SWOT분석은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가장 제대로 잘 알고 있어야 할 자신인데 말이죠. 나의 Weak point에 대한 분석이 전무하다 보니 개선할 방안에 대해 알 리가 만무합니다. (SWOT분석: 기업의 환경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


  콤플렉스가 언제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과 더불어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던 사람이 콤플렉스 극복을 위해 학업을 계속하던 중 보여지기 위한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의 매력에 빠지는 일이 있습니다.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아들이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기도 하구요. 자신의 외모콤플렉스가 다른 이를 외모가 아닌 성품으로 판단하는 제대로 된 안목을 갖추게 해주기도 합니다. 또 콤플렉스를 드러내고 자주 말하면서 스스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키가 너무 크다고 고민이었던 한 친구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점을 농담처럼 자주 말하기 시작했는데요, 이제는 사람들이 그 친구의 큰 키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키만큼 성격도 시원시원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콤플렉스라는 녀석은 내가 이 녀석의 존재를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내 안에 숨어 나를 좀먹습니다. 차근차근 쌓아간 자신감과 자존감을 갉아먹고 결국에는 나를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을 잘 다스리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됩니다. 나를 좌절하게 했던 콤플렉스가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지요.

 한상원씨도 제 선배도 스스로 콤플렉스를 찾아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 노력이 현재의 두 사람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콤플렉스, 꽤 쓸 만한 녀석 아닌가요? 저도 오늘부터 제 안을 잘 들여다보고 이 녀석을 찾아내어 제대로 조련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의 고민이 미래의 나를 만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