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청소년들에게 선거 날은 그저 쉬는 날에 불과하다. 누가 뽑히고 있는지, 누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궁금하고 알아보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일 같기만 하다. 어차피 투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청소년이었던 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에 가졌던 의문을 잊고 산다. ‘왜 청소년들은 참정권이 없을까?’ 청소년시절을 거쳐 20대가 된 청년들이 모여 청소년참정권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여성 참정권 운동 ⓒ사진 출처www.feroniaproject.org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소셜스터디 이혜민, 김재홍입니다. 저희는 청년세대가 공유해야 할 가치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소셜스터디라는 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청소년 참정권을 의제로 설정한 배경은 뭔가요?
혜민 :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참정권 운동 자체에 대한 관심이 가라앉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보통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권리가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못하고 공부, 입시가 전부인 것처럼 느끼고, 나머지는 부질없는 생각인 것 같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청소년이었던 사람들이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점점 청소년이었던 자기 시절을 망각하게 되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청년들이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고 자꾸 이 이슈에 불을 지펴야만 계속해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소년 참정권이라 하면 어떤 것들을 포괄하는 거죠?
혜민 : 단순히 선거를 하는 것만 생각하면 참정권을 제대로 실현시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할 수도 있고, 특정 정당이나 사람을 지지할 수 있고,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비판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재홍: 실제로 저희 스터디에서 많이 오고가는 이야기는 선거권 보다 청소년들이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데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청소년들이 나름의 정치적인 의견을 내놓고 그것이 사회에 수용되는 것이 청소년 참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빠른 94년생이라고 하셨는데, 작년에 선거 못하셨죠?
재홍: 네. 저는 그것 때문에 굉장히 할 말이 많아요. 실제로 저보다 3살 많은 누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죠. 그래서 작년에 저는 대선 투표를 못하니까 누나는 제가 말하는 대로 가서 투표를 했어요. 


안타까웠겠군요. 
재홍: 네. 저희가 그래서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서 더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 같아요.
저희는 그 때 당시에 어느 성인들 못지않게 정치에 대해 관심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선거권이 없으니 정작 정치에 참여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못했죠.

두 분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분명 많이 있을 텐데, 청소년 참정권은 왜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요?
혜민: 그러니까요. 실제로 참정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청소년 단체들도 많고, 학교 안에서도 학생회 하는 학생들 보면 실제로 작은 정치를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데 말이에요. 청소년에 대한 의심과 편견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재홍: 청소년은 공부하기에 바쁘니 참정권을 주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면서 많이 제기되는 이유 중에 하나에요.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면 지금 청년층의 투표율도 낮은데, 청소년은 더 낮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구요. 그 외에도 청소년의 의사결정이 주체적이지 않고, 부모님의 영향, 매스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제기된 바 있죠

보통 청소년들의 정치의식 수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듯 보이네요.
혜민: 그렇죠. 저는 사실 정치의식이라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정치의식이라는 것이 정치에 관심이 있는 걸 정치의식이라고 보는 건지, 아니면 정치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정치의식인지, 그것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청소년 정치의식이 낮다고 단정 짓는 것도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청소년에게 올바른 정치를 가르쳐 주지 못하는 어른들이 청소년은 어리니까 그렇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재홍: 혜민 님 말에 공감해요. 청소년이 바로 성인이 되는 것인데,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게 만들어 놓고 ‘정치에 대해 잘 모르니 권리를 주지 말자’ 하면서 참정권을 주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 ‘이제 나이가 되었으니 정치를 알겠지?’ 그러니 참정권을 준다는 것은 모순인 것 같아요.

그러면 청소년 참정권은 정치에 대한 교육을 선행한 후에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이 인정됨으로써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생각이 자라나는 것인가요?
혜민:그건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오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권리라는 것은 조건과 이유를 따지면서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국가인권위가 선거권을 하향하라고 권고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학생들은 공부하느라 바쁘다, 정치에 끼어드는 대신 공부를 해야 한다" 라고 막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인들은 일하느라 바쁘니, 정치에 참여하지 말고 돈을 벌어야 한다" 같은 주장이 논리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처럼요.

그렇다면 만약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주었는데, 청소년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홍: 권리를 주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그 권리자의 자유라고 봐요. 지금 어른들의 경우에도 권리를 주어도 잘 행사 못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독려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권리를 빼앗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권리는 주고 뺏고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청소년 참정권을 몇세 부터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재홍: 사실 저희는 만 16세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금 선거권 행사가 가능한 연령이 19세인데 바로 16세로 내리는 것은 더 힘들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만 18세를 시작으로 더 많은 연령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도록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주장이 목적이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 나가는 첫걸음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혜민: 그렇죠. 
재홍: 덧붙이자면 비슷한 예로, 교육감 선거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우선적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있어요. 물론 모든 선거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인정하는 것이 저희가 바라는 방향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선거에서 적용되는 것은 힘들죠. 그런데 자신의 교육권을 위해 뽑는 교육감을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사회 정서상으로도 납득이 잘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선 교육감부터 청소년의 손으로 뽑을 수 있게 하고 여기서부터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사회 정서와 잘 부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인정하면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요?
재홍: 선거 날 보통의 학교 풍경은 이래요. 정장 입은 선생님 혼자 쉬는 시간이나 중간 중간에 가까운 학교에 가서 투표를 하고 오죠. 그리고 학생들은 앉아서 자습을 하는 모습. 그게 선거 날 고등학교의 풍경이었어요. 그러나 청소년 참정권이 인정되고 나면 이런 모습이 아니겠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다 같이 선거 팜플렛을 들고 와서 서로 선거 후보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 하고, 선생님과도 의견을 교환하겠죠? 그리고 교복 입은 학생들이 줄줄이 모여 투표를 하러 가는 거 에요. 학생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결집력이 선거와 만나게 되는 순간 청소년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혜민: 학생계층의 정치적 목소리가 이 사회에 울릴 수 있게 되는 거죠. 처음부터 즉각적이고 큰 반응은 오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당과 매스컴이 청소년들에게 서서히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것은 정치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청소년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청소년 참정권과 관련한 논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혜민: 청소년이 정치를 한다는 것, ‘정치를 한다’라는 동사가 청소년이라는 주어를 만났을 때 어색해 보이지 않는, 그러니까 이 둘이 조화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정치’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었을 때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재홍: 설레는 관계에서 좋아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청소년과 정치가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고, 알고 싶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다가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다가기에 수줍어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은 정치가 자길 받아주지 않으니까 못 다가가고 정치는 청소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다가가지 않고 있지만 이 둘이 완전히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닌 애매한 관계죠. 이제 이런 짝사랑을 그만두고 서로 솔직히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