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20대!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지방선거의 모든 것’이라는 야심찬 이름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혜화동 녹색교육센터에서 진행된 1부에서는 하승수 변호사가 ‘20대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2부에서는 이창림 도봉구 구의원 후보가 본인의 캠프에서 ‘현장에서 보고 듣는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5~6명 정도밖에 모이지 않은 자그마한 자리였지만 참여한 누구도 그 자리를 조촐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보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반가워했다.


 1부의 강연을 맡은 하승수 변호사는 제주대 법대 교수로 있다가 현재 풀뿌리 좋은 정치 네트워크 실무의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10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바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운을 떼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넘어가는 글을 따라 20대 입장에서 볼 때 정치는 어떤 의미인지, 정치와 20대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20대의 참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갔다. 또한 6월 2일에 있을 이번 지방선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도움말도 곁들여져 있었다.







 그는 20대를 투표조차 하지 않는 무책임한 이들로 규정하기보다 앞으로 엄청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존재로 보았다. 저조한 20대의 투표율에 대해 채찍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가 개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얼마나 대단한 영향을 미치는지 친절하게 짚어줌으로써 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왔다. 단순히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기준을 뚜렷하게 세운 다음에야 비로소 투표 행위가 의미 있어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하승수 변호사가 들려주는 강연에 귀 기울였고, 이따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함께 했다. 참가한 이들이 20대로서 지방선거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나타내며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있었다. 물보라에는 이번 지방선거가 기존의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새 물결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었고, 부드러운 곡선에는 막힘없이 소통이 잘 되길 원하는 바람이 들어 있었다. ‘선거하고 놀자’고 제안했고, ‘각자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2부 ‘현장에서 보고 듣는 지방선거’에서는 제목 그대로 본인 지역 일에 계속해서 참여해 온 지방선거 출마자 이창림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미 20대 때 지방선거에 나간 경력이 있었는데, 아쉽게 고배를 마셔 올해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 이어 지금도 정당에 속하지 않은 채로 주민들을 만나며 보다 직접적인 선거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작은 사무실 정도를 예상했던 우리는 그를 만나고 나서 주거지도 훌륭한 선거캠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의원에 도전하기에는 꽤 젊은(?) 층에 속하는 이창림 후보.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비일상적으로 간주하고 거리를 두는 데 비해, 20대 때부터 적극적으로 정치 쪽으로 발걸음을 뗀 그의 20대가 궁금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20대 시절은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의외로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운 대학 공고한 대학 사회에서 권한을 가진 진정한 주체는 누구인지 진지하게 고민했고, 잘못된 교칙을 바로잡으려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일하기도 했고, 뜻 맞는 친구들끼리 제법 규모 있는 국토대장정을 준비하기도 했다. 사회참여적인 성향이 짙었던 그는 남들이 하는 것처럼 얌전히 회사를 다니기보다 시민운동 전선에 뛰어들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이창림 후보가 눈에 띄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말로 지역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제일 중시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정당의 예쁨을 받는 후보가 공천을 받고 주민들의 요구를 등한시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당하게 올라간 의정비를 보고 의문을 제기하고, 구청의 기관지가 아닌 진짜 동네의 목소리가 담긴 신문을 만드는 등 지역 일에 자신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자립하지 않으면 자치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정치를 ‘우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많이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늦잠자면 오후부터 시작돼 짧게만 느껴지는 토요일, 바쁘게 움직인 수확은 꽤 컸다. 원래부터 선거에 꼭꼭 참여하는 ‘열성 권리 행사자’이긴 했지만, 이번 강연을 통해 정치 행위가 가져올 변화와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후보를 꼼꼼히 알아보고, 한 표를 행사하고, 나의 권리를 끊임없이 요구할수록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던 ‘정치’라는 영역은 점차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책임 있는 유권자로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우리가 더 바라고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