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기획 CEO, 대좉일보 편집장, 호락호락 페스티벌 서포터즈, 충남대학교 학생. 모두 최상민(29)씨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다. 얼간이 기획, 대좉일보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는 학생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서 대전광역시의 위치가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 대전리로 설정되어 있다며 ‘페이스북에서 대전 찾기’ 1인 시위를 했다. 알면 알수록 특이한 인물이다. 얼간이 기획 최상민 CEO를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20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현재 하고 계신 일이 많던데 어떻게 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호락호락 페스티벌 홍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5학년 1학기 째라 듣는 수업이 몇 개 안됩니다. 얼간이 기획과 대좉일보는 저 혼자 운영하는 1인 기업인데,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에요. 제 몸이 하나다 보니 모든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은 없습니다.

얼간이 기획 홈페이지 캡쳐 화면 ⓒ http://www.idiotconsulting.com/



Q. 얼간이 기획은 무슨 일을 하는 기업인가요?

얼간이 기획은 소셜 미디어 컨설팅 회사입니다.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이면서 소셜 미디어입니다. 기업들이 페이스북을 마케팅 수단으로 쓰고 있습니다. 타임라인에 광고가 범람하고 뉴스가 뜨고 있죠. 그런데 기업들이 페이스북이라는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가 뭔지 모릅니다. 단지 글을 퍼 날라 사이트 유입을 늘리기 위한 채널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얼간이 기획은 잘못된 소셜 미디어 전략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 새로운 전략을 짜드리는 일을 합니다.


Q. 얼간이 기획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11년부터 2년 정도 일한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느낀 한계 때문입니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의 수입 구조는 포털 배너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네이버에 1주일동안 배너 광고를 하려면 10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그러다보니 중소상공인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하게 되면 돈이 적게 들어 중소상공인들을 상대로도 영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소상공인의 입장에서도 포털 사이트 보다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하는 편이 홍보 효과도 더 크기도 하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제 아이디어를 아무리 말해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회사 대표에게 직접 얘기를 했더니, 저보고 건방지다며 왜 2년차 사원이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려 하냐고 말하더군요.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는 답답한 의사 결정 구조를 실감하고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그리고선 얼간이 기획을 만들게 된 거죠.


Q. 얼간이 기획에서 ‘페이스북에서 대전 찾기’ 1인 시위를 하셨던 이유는 뭔가요?

페이스북에서 대전의 위치 정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문제 인식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간이 기획을 시작하면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건데요. 소셜 미디어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자기 지역에 있는 소셜 미디어의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프로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대전 찾기' 1인 시위 ⓒhttps://www.facebook.com/IdiotConsulting


Q. 결국 페이스북에서 대전의 위치 정보를 올바르게 수정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처럼 페이스북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요. 시대가 변해 사람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없으신가요?

과거 싸이월드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으로 넘어왔듯,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다른 사이트로 넘어갈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3~5년 간은 페이스북의 인기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페이스북 어플을 보면 모바일 환경에 특화시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은 명함, 연락처, 포토폴리오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전화번호를 주고받는 대신 페이스북 친구 추가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 궁금해 하면 제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라 말합니다.


Q.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학생 운동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학생 운동에서 온라인 마케팅, 소셜 미디어 쪽으로 방향을 옮기게 되셨나요?

학생 운동을 하기 전부터 원래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컴퓨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고, 고등학교 때는 컴퓨터에 빠져 살았죠. 인터넷이 처음 보급된 2001년부터는 디시인사이드에서 활동하며 키보드 워리어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러다 2004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처음 만난 선배가 학생 운동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들어간 학회도 학생 운동을 하는 곳이었고요. 그래서 학생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2년 정도 학생 운동을 아주 열성적으로 했습니다.


Q. 일반적인 대학생들과 삶의 궤적이 많이 다르십니다. 이 점에 대해 본인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다른 대학생들이 흔히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저에겐 오히려 더 어려운 길입니다. 일단 학점이 좋지 않고 토익 시험을 본 적도 없어요. 29살인 제가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순 없잖아요? 이미 출발점부터 각도가 틀어져서 다시 돌아가려면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돌아설 수 없기에 제 일을 계속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향이 다를 뿐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평범하다는 건 절대 다수가 선택한다는 의미일 뿐이에요.


Q.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면서 산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굉장히 힘듭니다. 웬만한 결심, 각오, 근성이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한 다음 집에 가서 TV를 보다가 잠에 드는 낙 없는 삶이 반복됐어요. 매일 밤이면 다음 날 출근하기 귀찮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지금은 “내일 뭐하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발길이 닿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니, 하루에 4~5시간을 자도 피곤하지 않고 아침에 눈이 번쩍 떠져요. 긴장감이든 설렘이든 다음날이 걱정되어 잠이 안 오고 눈이 떠지는 것이 성공한 삶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