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은 청년들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망으로써 만들어졌다. 돈을 빌려주는 것 뿐만 아니라 공동체활동, 재능, 생활을 나누는 소모임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한다. 토토협은 비정규직의 불안감과 빚에 시달리며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라고 토닥여준다. 이번에 서울시 청년 명예 부시장이 된 토토협의 이장님 조금득씨를 만나, 토토협이 있기 까지의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얘기를 들어봤다.

Q. 토토협을 시작하기 전까지 청년유니온에 계셨는데, 청년유니온을 만나기까지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 꿈은 연극배우였는데 IMF가 터져서 취업이 잘 된다는 호텔관광학과를 가게 되었어요. 실습으로 호텔 중국식당에서 웨이트리스 일을 했는데, 노동의 질이 엄청 떨어지는 거에요. 이걸로 전공을 살리고 싶지 않았어요.
 

예전에 별명이 아르바이트천국이었을 정도로 단기 계약직에서 공장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임상실험 알바도 한 적이 있어요. 등에 선크림을 발라 성능을 알아보는 실험이었는데 빛 조절을 잘못해 등에 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보니까 서른이더라고요. 불안했어요. 안정적인 일도, 벌어 놓은 돈도 없어서 너무 막막했어요.
 

온갖 사이트를 다 뒤지는데 한 달에 250만원을 주는 곳이 있었어요. 알고 보니 아웃소싱 업체였어요. 갔더니 계약서도 안 쓰고 차를 갑자기 태워서 외진 공장에 저를 내려줬어요. 그런데 심지어 일도 없었어요. 경제위기가 오면서 일 자체가 없던 때였던 거에요.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니까 사람들을 보내지도 않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 하고 앉아있기만 했어요. 하루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통근버스가 있으니까 슬리퍼를 신고 우산도 없이 출근을 했어요. 근데 출근하자마자 반장이 일이 없다고 집에 가라고 하는 거에요. 그 외진 곳에서 슬리퍼를 찍찍 끌고 비를 맞으며 울면서 집에 왔어요.
 

이런 삶을 살다가 청년유니온 1기 정책팀에 있던 친구가 청년유니온 활동을 저한테 제안했어요. 그 친구와 안면이 있는 것도 있었지만 수원에 아르바이트 천국이란 별명을 가진 조금득이란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거였어요. 그 때 청년유니온 활동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거창하게 노동문제 해결 이런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청년들을 만나서 나도 위로받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공감을 얻고 싶었어요.


Q.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을 지내다가, 어떻게 해서 토토협을 만들게 되셨나요?
청년들의 생활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토토협을 만들어야겠다는 미션이 제 안에 있었어요. 청년유니온의 미션이기도 했죠. 유니온에서 만들고자 의지를 세웠고 그걸 누가 만들 것인가가 제가 된 거에요. 어떻게 보면 유니온에서 저에게 책임이 부과된 거였어요. 처음에는 되게 막막했어요. 금융? 난 돈이랑 거리가 먼데? 그런데 토토협을 준비하면서 토토협이 청년들이 찾고 있는 위로하고 공감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2012년 한 해 동안 준비해서 2013년에 창립하게 되었어요.


Q. 원래부터 남을 잘 돕는 성격이었나요?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언제였나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사람이었어요. 아들을 원하는 집안에 두 번째 딸로 태어나서 남존여비사상이 깔려있는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 때부터 나는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봉사에 참여해 본적은 없어요. ‘봉사보다는 제도를 바꿔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누구를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공감의 문제였고,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탁상공론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청년들이 청년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체가 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Q. 토토협 임기가 끝난 뒤에는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으세요?
꿈은 완성된 형태로 우리에게 이루어져야한다는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찾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 연극이라는 꿈이 심장병처럼 있었지만 청년유니온을 하면서 연극치료라는 걸 생각해봤어요. 나는 청년유니온 활동들을 통해서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또, 저는 사회적경제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최근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했어요. 사실 학창시절에 저는 공부를 되게 못했어요. 수업내용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버겁지 않아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기뻐요. 나중에는 어디선가 사회적경제전문가가 되어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청년유니온부터 관통하는 꿈이 하나 있어요. 청년상담센터 같은 안전망을 만들고 싶어요. 토토협의 원래 목표도 상담센터였어요. 여러 상담프로그램과 더불어서 책 읽는 휴식공간도 만들고, 세미나도 열고 싶어요.


Q. 꿈이 없어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잖아요. 이런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유니온을 하면서도 내가 맞게 가고 있나, 하루에도 몇 번씩 멘붕이 왔어요. 제가 심리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연극치료를 만든 선생님이 소년원에 있는 친구들한테 가르치는 건 딱 하나에요. “그냥 살아라. 뭐가 되려고 애쓰지 마.” 내려놓는 것, 되게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20대에는 꿈 하나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꿈을 30대에는 못 꿔요. 마음가는대로 그냥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 마음가는대로 살고 싶긴 하지만 현실의 벽 때문에 그렇게 살기 힘들잖아요.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그 꿈이 진짜 내 꿈인지, 누군가의 요구인지를 구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진짜 내 꿈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요즘 들어 많이 느끼는 건데, ‘감수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감수성이라는 건 사람에게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기업, 공익단체에 와서 청년들이 적응을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작 내가 사람들과 실제 협업하고 같이하는 데 있어 사람에게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감수성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시간 아까워하지 않고 즐겁게 만나다보면 더 좋은 꿈이 될 거에요.

Q
. 마지막으로, 돈 관리를 어려워하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사람들은 ‘재무상담’하면 돈 아끼고 저축하라는 걸 생각해요. 그런데 토토협에서 하는 재무상담의 핵심은 ‘진짜욕구를 파악하라’는 것이에요. 절약하라고 하지 않아요. 누구나 명품백을 사고 싶을 수 있어요. 근데 이것이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욕구인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욕구인지 구별해야 해요. 명품백 통장을 따로 만들어서 이걸 위해 저축을 하게 해요. 꼭 명품백이 아니더라도 공연 통장, 지름신 통장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한 통장을 따로 만드는 거에요. 돈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바뀌어 용도 변경이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하다보면 돈을 저축하는 과정에서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