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시도 중 추락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참사이기에 이 사건의 뉴스로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재난이나 참사를 다루는 보도는 그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라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건을 다루는 국내 언론의 태도는 선정적이다 못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관련된 보도는 대부분 사건 당시 정황을 재구성해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재현하거나, 항공기 추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혀내려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기본적으로 사건의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재난․참사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목적에서 조금씩 엇나간다. 원인 분석보다는 귀책이 우선시되고,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는 선정적인 ‘재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국내 언론들의 일차적인 관심처럼 느껴진다.

특히 귀국하는 탑승객들을 공항에서부터 따라붙어 인터뷰를 받아내 이를 기사화하는 태도는 언론윤리에 위배된다. 탑승객들의 귀국이 있을 때마다 공항에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시장통 수준이었다고 한다. 사건의 충격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채 가시지도 않은 부상자들에게 증언을 강요하고 추궁을 통해 피로하게 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무리한 탑승객 인터뷰를 통해 나오는 기사는 주로 사고 당시의 감정들에 대한 기사나 사고 당시 일어난 미담 기사다. 탑승객들이 그 당시 느꼈던 위협에 대한 내용은 굳이 사건에서 중요한 내용이 아닐뿐더러 재난 상황에 대한 위험 지각을 독자들로 하여금 과대평가하게 할 수 있어 조심히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승무원이나 일부 승객들의 미담 기사 역시 분초를 다퉈야 할만큼 중요한 뉴스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이렇게 선정적인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 재난이나 참사가 일어나면 신중하기 보다는 일단 빠르게 보도하고 보는 것이 일상화된 국내 언론인들의 태도와 윤리의식이 ‘채널A 앵커 망언’과 같은 사태를 만들기도 했다. 7일 방송된 채널A의 아시아나 항공 착륙사고에 대한 뉴스특보에서 윤경민 앵커는 “사망자 2명은 모두 중국인으로 확인됐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다”라는 멘트를 해, 중국 내에서 반한 감정까지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언론연구원은 1996년, “한국 언론의 재난보도 준칙과 보도시스템 구축에 관한 연구”를 통해 우리 언론의 재난보도 태도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 이슈보다는 사건에 대해, 장기간의 고려보다는 즉각적인 결과에 대해, 위험보다는 피해에 대해 보도를 하며 위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거의 제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안 역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후 수많은 관련 연구들에서 재난의 원인보다는 개인에 중점을 두고, 정확한 정보가 결여된 국내 언론의 재난보도가 문제시된 바 있다. 언론들은 자신들이 외치는 ‘언론의 자유’만큼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과 의무’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재난이나 참사와 관련해서는 더욱 신중한 보도 태도가 요구된다.